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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r 07. 2021

이거 원래 용도가 뭐더라?

샌드위치 메이커? 누룽지 메이커?

나는 별로 소비를 하지 않는 편이다. 술, 담배, 커피와 같은 규칙적인 소비 습관이 없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슬기로운 3 무 생활)


뭐 그러다 보니, 함께 지내는 파랑은 뭐 하나 사려고 할 때마다 내 눈치를 본다고 한다. 하지만 필요한 것을 사는 것에는 난 절대 반대를 하지 않는다. (필요해서 사는 거냐, 좋아서 사는 거냐, 그냥 사는 거냐의 그 범주를 나누는 것이 늘 애매해지지만...)


참고로 난 부자가 될 수 없는 습관을 하나 가졌는데... 5만 원 이하에서는 괜히 이게 천 원 더 싸네 마네 엄청난 고민을 하지만 5만 원이 넘어가면 그 감각이 사라져서 필요하고 하고 싶은 거 팍팍 쓰는 스타일이다. (일단 지금 호주에서 살아가는 무 벌이 생활만 따져도 굉장한 소비를 하고 있는 것!)


아무튼 이러한 나 덕분에(?) 요즘엔 무슨 기념일이나 파랑 생일에는 나름 실용적인 결단을 내린 것처럼 필요하다고 하기엔 애매한, 하지만 한 번쯤 가지고 싶은 가전, 가구들을 구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전 파랑 생일에는 건조기를 샀다. (대성공! 이제 건조기 없는 곳에선 살 수 없다 ㅡㅜ) 오늘 소개할 ‘이 물건’도 아마 크리스마스 선물 또는 결혼기념일 선물로 구입했다.






처음엔 그냥 샌드위치 메이커


이렇게 생긴 녀석인데 원리가 아주 간단하다.


그냥 평범하게 생긴 기계일 뿐


전기 코드를 꽂으면 양쪽 철판에 열이 전해진다. 어느 정도 달궈지면 그 사이에 각종 빵, 샌드위치 등을 넣고 덮어주거나 살짝 눌러주면 따끈하게 맛난 핫 샌드위치가 된다. 가격도 30~40불(2~3만 원) 정도로 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이즈는 샌드위치 2개를 놓을 수 있는 넓은 녀석) 우리의 아침을 해결해 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그러다 우리 요리 대왕 파랑이 급 아이디어를 냈다.




떠오른 아이디어


지금 쓰는 전기밥솥은 압력밥솥도 아니고 한국에서 가져온 밥솥도 아니다. 그냥 여기서 13불(1만 원)이면 쉽게 살 수 있는 ‘라이스 메이커’다. 그러다 보니 갓 지은 밥은 그래도 먹을 만 한데(= 적응이 되었는데)... 남은 밥을 냉장고에 넣어서 데워먹거나 밑쪽에 딱딱하게 남은 밥을 다시 먹기에는 좀 맛이 덜하다. 그래서 누룽지를 매우 좋아하는 나를 위해 가끔 남은 밥으로 몇 번 힘들게 프라이팬으로 만들어 주어서 먹기도 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파랑이 이 샌드위치 메이커로 누룽지를 만들면 되겠다고 했다. 난 갑자기 뭔 소리냐 했고 ('아 이 녀석이 뭔가 실험을 하겠구나, 일단 자리를 피하자') 일단 난 그날 아들과 자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서 잤다.


그런데... 다음날 어디서 사온 듯한 그럴듯한 ‘누룽지’가 식탁에 놓여 있었다! 대박 사건! 완전 제대로 누룽지 맛이었다.




이제는 누룽지 메이커


이제 이 녀석은 어쩌면 샌드위치보다 누룽지를 더 많이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은 이렇다고 한다. 1️⃣먼저 남은 밥에 물을 부어서 살살 섞어준다. (눌어붙지 않고 바로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2️⃣한쪽에 고르게 잘 펴준다. 3️⃣샌드위치 만들듯이 덮어주고 기다린다. 조금만 지나면 대충 이렇게 누룽지 모양을 띤다.


오 진짜 이러다 정말 누룽지 되는거 아냐?


4️⃣20~30분 정도 더 지나면 제대로 누룽지가 완성된다. 엄청 먹음직스럽지 않은가? 이제 남은 밥은 모두 이 녀석 차지다! 하하.


제대로다 제대로!



누룽지만 있어도 뭔가 엄청 한국스러워졌다. 이 누룽지로 아침에 끓여먹는 누룽지 탕? 국? 죽? 암튼 모두 아는 그것(고깃집 후식으로 나오는 것)과 된장찌개, 김치 등과 먹는 아침은 정말 최고다~!


파랑 넌 정말 대단한 친구야! 앞으로도 이런 제품 구매는 언제나 환영이야! 


혹시 몰랐던 분들은 꼭 해 드셔 보시기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란?

물욕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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