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May 14. 2021

모르는 사람과 같이 사는 기분

호주 쉐어,셰어(Share)문화

지금으로부터 10년도 훨씬 넘은 대학생 시절,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7개월 정도 머물렀다. 그때 지냈던 집은 하우스(주택)에 주인집이 운영하시는 슈퍼(편의점)가 함께 붙어 있는 구조였다. 주인 부부께서 큰 방을 쓰시고, 다른 2방을 한인 청년들에게 세를 주는 집이었다. 미리 가있던 사촌 형과 함께 침대가 2개 있는 좀 더 큰 방에서 7개월 동안 머물렀다.


방을 제외하고는 공용 공간인 부엌, 주방, 욕실, 화장실을 함께 나눠 썼다. 그땐 20대 젊은 청년이었기에 지낼 곳이 있는 것에 만족했고 부모님처럼 챙겨주시는 주인 어르신들께 감사했다. 가끔씩 맛있는 밥도 초대해서 먹게 해 주시고, 영어 공부에 대해서 본인들 경험을 들려주시며 격려해 주셨다. 인터넷도 공짜로 쓸 수 있었고, 국제전화를 위한 전화기도 편하게 쓸 수 있었다.


딱 2가지 불편한 것이 있었는데, 하나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한국 음식을 해주려고 할 때 미리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 다른 하나는 딸려 있는 슈퍼에 ‘벨’이 붙어 있는데 이 ‘벨’이 울리면 새벽이든 밤이든 슈퍼로 달려 나가야 했다. 그 이유는 가끔 불량한 녀석들이 물건을 훔쳐 가거나 시비를 걸기 때문이다. 건장한(?) 한인 청년들이 가게로 들어서면서 그들을 기선 제압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나도 '한 인상'으로 일조했다고 믿는다) 그것 말고는 착한 가격으로 편안하고 따뜻하게 잘 지내다 왔다.






지금 호주에 살면서 생각해보니 그때 내가 했던 생활이 다름 아닌 ‘쉐어/셰어 하우스(Share House)’, ‘쉐어/셰어생’였다. 이런 ‘쉐어/셰어 문화’는 이곳 호주에서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이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반적(?)인 한국인이라면 많이 당황스러운 부분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문화다.




‘쉐어'란?


말 그대로 사는 곳을 ‘나누어서 함께 사는 방식’을 말한다. 집에 딸린 모든 것을 함께 나누어서 사용한다. 모든 공간, 심지어 냉장고, 냉동고도 구역을 나누어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일정 부분 돈을 내고 이 집의 지분을 가진다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한국으로 보자면 ‘전전세’ 정도가 맞지 않을까?




‘쉐어'의 종류


우선 실제 ‘집주인(소유자, 오너)’이 살면서 쉐어를 운영하는 것과 렌트해서 살고 있는 ‘마스터’가 쉐어를 하는 방식으로 나뉠 것 같다. ‘마스터’가 쉐어를 할 경우에는 ‘집주인’에게 알려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대부분 그런 절차는 생략하는 분위기다.


쉐어하는 집의 유형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고 한다. 하우스 쉐어, 플랫 쉐어, 유닛 쉐어, 아파트 쉐어 등등. 그리고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방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를 룸 쉐어라고 부른다. (모르는 이와 같은 방을 나누어서 사용하는 것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생활비라고 할 수 있는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이 쉐어비용에 포함이 되어있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로 파악하기 어려우니 대부분 포함되어 있을 테다)




‘쉐어'의 이유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돈’, 생활비의 절약을 위해서다. 주거비가 만만치 않은 호주에서 집주인/마스터와 쉐어생이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쉐어’인 것이다.


쉽게 숫자로 들여다보자. 집주인의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의 이자가 주 400불을 내야 하고 or 렌트 마스터의 경우에는 주 렌트비가 400불을 내야 한다고 치자. 그냥 오롯이 저 금액을 혼자 감당할 수도 있지만 1명의 쉐어생을 받는다면 주에 150불 정도의 쉐어비를 받을 수 있다. 1명을 더 받는다면 주에 300불 정도의 쉐어비를 받을 수 있다. 만약 3명의 쉐어생을 받는다면? '400 - 450 = -50' 오히려 주에 50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쉐어생은 혼자서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의 싱글들이다. (워홀러) 그리고 렌트 계약을 위한 조건들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것도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쉐어의 경우에는 (대부분) 별도의 계약이 없기 때문에 서로 오케이만 되면 쉽게 방을 넣고 빼고 할 수 있다. 부담과 번거로움은 줄이고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전체를 다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듯한 집에서 지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지는 것이다.


호주 집 종류와 렌트 방식이 궁금하다면?




장점과 단점


금전적인 장점은 쉐어의 이유에서 이미 언급했으니 돈에 대한 부분을 빼고 장점을 생각해보자. 새로운 다른 사람과 생활을 하는 신선함, 북적북적함, 유대감, 안정감 정도가 있을 것 같다. 특히 우리 같은 타지 생활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데 쉐어 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반대로 불편한 점은 무엇이 있을까? 혹시 대학생 시절 친구와 자취를 함께한 경험이 있다면 쉽게 예상 가능하다. 함께 산다는 것은 정말 많은 부분이 겹치는데 이때 알게 모르게 부딪히거나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앞서 자유를 바라는 존재이기도 해서 무언가 다른 사람과 얽히고 엮이는 과정에서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다. 서로 매너를 지키고 배려하며 살면 될 것 같지만 서로 다른 포인트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불편함이 생기고, 편하게 지내야 하는 스위트 홈에서 하나도 안 편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


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뉴질랜드에서 쉐어생으로서 살아봤다. 장단점을 모두 겪으면서, 별다른 선택지도 없었기에 무난하게 잘 지냈었다. 그러나 지금 호주 생활은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 혼자 와있는 것이 아니다. 30대 부부와 어린 아들도 함께 있는 세 가족이 쉐어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여러 가지 고민할 포인트가 있어서 아직까지 제대로 쉐어생을 받아본 적이 없다. (우리는 현재 집전체를 렌트해서 살고 있는 '마스터'인 셈) 작년 초에 한국에서 방학을 지내고 돌아온 와이프의 학교 동기 동생이 다른 방(쉐어)을 구하는 동안 임시로 몇 주간 머물렀던 것이 전부였다. 나머지 머물렀던 경우는 다 내 친구들이거나 장인 장모님이셨다. 호주에서의 쉐어생활에 대한 경험은 사실 없다고 봐야겠다.




지금 우리 생각


고민하는 포인트는 이렇다. 좋은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생활비 지원’이다. 현재 휴직&퇴사 상태이기 때문에 별다른 소득이 없다. 물론 다 계획을 짜 왔고 그 안에서 큰 탈 없이 지내고 있기 때문에 당장 문제는 없다. (재정부 장관(=나)이 많이 잘해서?)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이 나름 쉬운 방식으로 들어오는 유혹을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지내면서 가끔 쉐어에 대한 소개나 오퍼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누면 결론이 나온다. 당장은 우리가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낯선 땅에서 이제 막 세 가족이 나름의 자리와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불확실한 다른 존재의 등장으로 그것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에 모험을 걸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마 아들 빼고) 아주 상당한 ‘유리 멘탈’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쉐어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었다. 언젠가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전까지 말이다.


갑자기 지금 우리가 사는 집 소개



하지만 지인, 친구, 가족들이 머물다 가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브런치 지인도 지인 맞죠?) 당연히 돈은 필요 없다. ‘무료 픽업, 무료 숙박, 무료 가이드’ 3가지 특별 서비스는 여전히 유효하다. 코로나야 어서 사라져라~!






내일은 아주 오랜만에 <출산, 아니 출간 도전기>로 돌아올게요! 혹시 지난 마지막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출간 제안 후 갑자기 들이닥친 모든 게 뒤집어질 위기의 상황, 그 이후의 이야기.  많이 기대해 주세요! 내일 만나요 ^^


천국에서 지옥으로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 너 없이 못 살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