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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욱 Aug 16. 2024

세조와 문수동자…부처님 사리는 어디에?

[순례노트⑩] 평창 상원사와 중대 적멸보궁

 “네 이놈 수양!!”  거대한 부처님이 한양 하늘에 나타나 임금인 세조를 크게 꾸짖는다.


2019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한 장면이다.  세조의 왕위 찬탈이라는 죄를 덮기 위해 새로운 ‘미담’을 만들라는 권력자의 명령에 광대패 5인방은 좌충우돌한다.      


영화에서 하나의 소재로 삼은 것이 임금 세조와 문수동자 스토리다.      

상원사 전각 외부에 그려진 세조와 문수동자 계곡 목욕 장면

세조가 오대산 계곡에서 목욕을 하는데, 문수동자가 나타나 등을 닦아주니 피부병이 다 나았다는 설화다.


동자를 걱정한 세조가 “임금의 옥체를 닦았다고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고 하자, 문수동자도 “임금도 어디 가서 문수보살을 만났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대꾸했다는 바로 그 이야기다.  


상원사에 도착한 세조가 문수전에 들려고 하자 고양이들이 곤룡포를 물고 놔주지 않아 이동이 지체됐고, 그사이 자객의 기습을 피하게 됐다는 ‘영웅’ 고양이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상원사 문수전 앞 고양이 석상. 200석의 묘전을 받았단다.

세조와 문수동자, 상원사의 인연은 흥미로운 설화로 전승되고 있다.


당시 세조는 화가에게 자신이 본 문수동자 모습을 그리게 했고, 그를 본 따 문수동자 불상을 만들었다. 국보 221호 목조문수동자좌상이다.

상원사 문수전 내 문수동자상(왼쪽)과 문수보살상(오른쪽)

1984년 7월 이 불상을 조사하자 설화를 사실로 볼 수 있는 놀라운 유물이 나온다.     


문수동자상은 세조 시대인 1466년 제작됐다는 발원문과 세조의 것으로 보이는 얼룩진 명주적삼 등 23점의 유물이 나온 것이다. 불상 안에서는 특히 사리 3과도 같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 사리들은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 복장 사리’라는 이름으로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전시된 목조문수동자좌상 복장 사리(오른쪽)

어떤 종류의 ‘진신사리’일까? 박물관 측 설명은 이렇다.


“조선 초는 숭유억불의 파고가 높던 때로, 유서 깊은 고찰과 탑들이 헐리면서 삼국시대 이래 전래된 많은 사리들이 노출되던 시기이므로 봉안된 사리는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유력한 불사리로 볼 수 있다”

오대산 중대 사자암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

‘부처님 진신 사리’로 유명한 곳은 오대산 적멸보궁이다. 국내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한 곳으로 상원사에서는 걸어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부처님 진신사리’에 대한 기록은 삼국유사에 나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진신사리 계보는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의 문수보살로부터 직접 받아온 사리이다. ‘전후소장사리’에서는 두골사리, 어금니, 그 외 100과의 사리라고 하였으니 그 양이 엄청나다.”

<주수완, 『미술사학자와 읽는 삼국유사』,역사산책,2022,p.141>      


자장율사는 이 사리의 일부를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에 봉안했다고 한다.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

여기에 오대산 중대라는 지역이 주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동서남북의 봉우리가 있고 그 가운데 있는 중대라는 의미란다. ‘수·화·목·금·토’라고 하는 오행사상을 상징한다는 건데, 동서남북 사방이 중대, 중앙으로 융합하는 거란다.
 

‘더구나 중대 꼭대기는 엄청난 명당이다. 용의 머리 꼭대기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적멸보궁 법당 뒤로는 이 용의 뿔을 상징하는 바위가 돌출되어 있다. 이 용의 뿔에 해당하는 바위는 풍수적으로는 1만 볼트 에너지가 들어오는 입수맥(入首脈)이다. 바위가 돌출되어 있어야만 에너지가 들어오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조용헌,『조용헌의 영지순례』,불광,2021,p.31>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 뒤 마애불탑과 용뿔바위

이런 곳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생전 닦아놓은 모든 기운과 내공이 응축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놓았으니 그 영험한 기운은 다른 곳과 비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국내 5대 적멸보궁 가운데 4곳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셨다는 위치가 명확하다. 양산 통도사는 금강계단에, 영월 법흥사는 사리탑, 정선 정암사는 수마노탑, 설악산 봉정암은 오층 석탑에 봉안됐다고 한다.    

'그러나 오대산 적멸보궁 어느 곳에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적멸보궁 뒤에 84cm 높이의 판석에 5층의 목탑을 새긴 마애불탑이 소담하게 서 있으나 이 불탑도 하나의 상징일 뿐, 어쩌면 이 산 전체가 하나의 불탑이요, 부처님 진신 사리인지도 모른다.'

<출처: 월정사 홈페이지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                      ///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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