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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도 둘은 싸우는 것인가

전쟁 후 평화를 기원하며.

by 세아


TV에서 나오는 어느 연예인의 자식은 오빠가 동생을 너무나 잘 챙기고, 인스타에 보이는 남의 집 형제, 자매들은 매우 사이가 좋아 보인다.

물론 사이가 좋아 보이는 사진들과 영상들만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나로선 그런 형제, 자매들을 볼 때면 '어쩜 저리 사이가 좋을까?' 부럽기만 하다.


우리 집 아이들은 붙어있기만 하면 어느새 큰 아이가 동생을 혼내는 소리, 둘째가 삐지는 소리가 들리고 서로 이르려고 엄마를 부르기 바쁘다.


내가 분명 둘 다 낳은 것이 맞는데 좋아하는 것터 잘 먹는 것나 보고 싶은 지금 하고 싶은 것까지 매번 다 뿐만 아니라 성향까지 완전히 다르다.


큰 아이는 워낙이 눈물이 많고 징징과 칭얼거림이 많은 스타일로 자기가 억울하다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벌써 눈에는 눈물이 나올 준비를 하고 울음반 찡찡 반인 상태로 말을 한다.

그런데 둘째는 눈물이 나오려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떻게든 흘리지 않으려 버틴다.

자기가 무엇이 억울한지 의견을 분명히 말하고 형한테 기죽지도 않는다.


큰애는 동생한테 조금만 더 예쁘게 말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나의 모습을 보고 배워 혼내는 말투를 그대로 동생한테 한다.

조금만 동생이 못하거나 답답하게 하면 짜증을 내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습관이다.

그렇게 답답해하면서 소리를 지르다 혼이 나면 억울함에 눈물이 나온다.


둘째는 고집도 있고 자기 의견도 강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한 스타일이다.

양보하고 잘 나눠주는 형만큼 둘째도 맛있는 것도 나눠주고 자기 물건도 빌려주면 좋을 텐데 절대 안 그러려 한다.


이러다 보니 형인 큰 아이는 동생이 자기 말을 무시한다며 큰소리를 치고 자기는 빌려주고 양보하는데 동생은 안 그런다며 매번 억울해한다. 반면 둘째는 형이 자기한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서 속이 상한다고 한다.


이렇게 안 맞으니 서로 붙어있기만 하면 얘가 어쨌어요 형이 저쨌어요 소리가 끝이 없다.

그렇게 이르고 고자질하고 내 속을 뒤집다가도 서로 장난칠 때는 어쩜 죽이 척척 맞는지 화가 나면서도 어이가 없다.


그러다 요새는 그 정도가 심해서 각자 지켜야 할 규칙을 정했다.


큰 아이는 동생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지 않기.

둘째는 형 말 무시하지 않기.

엄마인 나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 내고 화내지 않기.


3번의 경고를 받으면 엑스가 한 개씩이다.

가장 많이 쌓이는 사람이 나머지 가족에게 용서의 의미로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로 하였다.

이 규칙을 세우고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이 보였다.


큰 아이가 소리치는 내 모습을 보고 많이 따라 하다 보니 매번 뜨끔했었는데 고치려고 하면서도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또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규칙을 만들고는 참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전 같으면 벌써 '빽'하니 소리를 질렀을 텐데 이를 악물고 한 두 번씩 참게 되니 참는 것도 습관이 되어 전보다 화를 억누르는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도 '경고 첫 번째야', '두 번째다' 소리를 들으면 '아니..' 하면서도 입을 다무는 것이 나름대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었다.


이렇게 강제적으로라도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게 노력을 하니 언젠가는 이런 도구가 없이도 서로가 원하는 대로 예쁘게 말하고, 같이 양보해 주고 소리 지르지 않고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남의 집 자식들처럼 쓰담쓰담, 알콩달콩 보기만 해도 예쁜 우애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아웅다웅하면서도 서로 협심하여 엄마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깔깔깔 거리는 모습을 보일 때면 '아이고 제발 그렇게 사이좋게 오래 좀 가라'싶으면서도 예쁘다.


휴전은 잠시고 다시 전쟁이 일어나겠지만 언젠가 평화가 찾아오겠지.


전쟁터에서 가운데 껴 여기저기 '속 터지고' 있는 엄마, 아빠들 평화의 그날이 오기까지 파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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