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심 강한 아이 vs 의존적인 아이
아이가 독립된 삶을 살 수 있으려면 부모인 나 먼저건강하게 독립된 주체로 이 세상을 살아야만 한다는 걸 안 뒤 내 삶은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시간의 연속이다.
무언가에 의존한 상태도 아니고 의지하는 것도 아닌 나 스스로가 건강한 주체로 생을 살아가야만 바라보는 것 지켜보는 것 기다리는 것이 가능하겠구나, 깨달으며 육아도 일도 내 생애도 즐기자고 마음먹으니 삶이 아주 흥미로워진다.
아이의 학예회가 있어 잠시 학교에 다녀왔다. 짧은 발표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연습과 배움이 있었을까, 오늘 부모님들께 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설레고 떨리고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애썼을까.
내가 내 삶을 살아내듯이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무대에서 삶을 펼쳐나갈 때 부모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따듯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것, 응원해 주는 것, 무대에 보여지지 않는 무대 뒤에서 수고한 것들도 알아주는 것이 아닐까.
공연이 끝나고 받는 박수처럼 매 순간 내 아이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부모이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의 무대에서 온전히 드러내고 설 수 있도록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삶의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건강하고 독립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주는 부모가 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독립심이 강하다는 것은 스스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자 강점이기도 하지만, 의존할 곳이 없어 스스로 단단하게 버티고 있어야만 했던 다른 해석도 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후자의 경우처럼 의존할 수 없어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고 행동했던 모습이 강하다. 독립심이 강하다는 것도 잘 들여다보아야 했다.
양날의 검처럼 독립심 강한 아이 의존하는 아이의 다른 이름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았고 의존하지 못했던 나는 결혼을 통해 신랑에게 의존하며 내 부모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채워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그때는 몰랐고 인정도 하기 싫었겠지만 돌아보며 깨닫게 된 사실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독립심이 엄청 강하고 결단력도 빠른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독립심도 결단력도 작동이 안 되었다.
예를 들면, 학창 시절 매점에서 초코우유 먹을지 딸기 우유 먹을지 고민하던 친구가 나한테 결정해 달라며 ‘너는 결정 잘하잖아 나는 결정장애야~’ 하면서 본인의 선택을 내게 맡긴 적이 있다. 이 일이 친구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떠올려질 만큼 독립심 강한 나의 모습은 학창 시절과 대학시절에 굉장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어느 때보다 강하게 하고 싶은 것이 분명했던 시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나를 주체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된 건 결혼한 이후이다. 독립심이 강한 모습도 있는 반면 한없이 챙김 받고 보호받고 사랑받고 싶은 내가 있었다. 충분히 받지 못한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결핍이 불러일으킨 화근이자. 어쩌면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인데, 남편 없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는 나날이 쌓여갔고, 지나치게 의존적인 내 모습을 보게 됐다. 둘이 사는 집에 나 혼자 남아있는 것이 왜인지 버려지는 기분이 들고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어서 그 감정을 대면하기 싫었던 거다.
그리고 그런 감정조차 인정하기 싫고 자존심 상하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며 눈물을 쏟아내길 반복했다.
내가 이렇게 나약하다니
내가 이렇게 의존적인 인간이라니
인정하기 싫었다.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않고 보란 듯이 잘 해내고 싶었던 나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잘 살 수 없는 게 세상이라는 것을 배웠고, 혼자 잘나서 살 수도 없는 게 세상이라는 걸 알아가는 중이었다.
독립적인 내 모습은 의지하고 싶고 의존하고 싶은 무의식의 외침이었다. 독립적인 모습을 내려놓는 것이 나한테는 수치스러운 일이고 비참함이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익숙했기 때문에 나는 과하게 일을 떠맡았고,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게 서툴렀고, 함께 하는 게 어려웠고, 내 뜻과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고, 거절도 어려웠다.
너무 강하게 혼자 우뚝 서있으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그게 무의식에서도 편한 거였다.
깊은 무의식을 알아차리며 독립심을 어떻게 발휘할지 의존적인 나를 어떻게 놓아버릴지 또 생각이 많아졌다.
놓아버리면 그만인 것을.
무수한 반복을 해가며 나는 진짜 독립된 주체가 되어 이 생을 즐기고 있다.
내가 아이의 삶을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응원하고 지지해 주고 기다리주듯이, 내 삶도 그렇게 지켜봐 주고 응원하고 지지해 주고 기다려주기로 선택했다.
독립심이 강하지만 사람들에게 의지하기도 하며, 이 생을 즐겁게 즐기기로 선택한다.
독립심이 강해야만 했던 나의 어린 시절
잘 살아줘서 고마워. 잘 버텨줘서 고마워. 여기까지 잘 와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고 싶다.
의존하지 못하고 성장한 나의 어린 시절
이 세상이 참 두려웠지? 무서웠지? 불안했지? 그래도 이렇게 잘 살아줘서 고마워. 잘 버텨줘서 고마워. 여기까지 잘 와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고 싶다.
성장을 선택하고 한 걸음씩 내딛는 나를 마음껏 응원해주고 싶다.
오늘도 잘 살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