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는 번역가
요새 새로운 수영장에 등록하게 되었다. 이곳은 창문이 있어 채광이 있는 수영장이며 시설이 깨끗하다는 등등의 평을 꼼꼼히 읽은 뒤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했더랬다. 첫날 가니 수영 강사 선생님께서 어디까지 배웠느냐고 물어보셨기에, 그냥…… 다…… 배웠다고 했다. (물론 크로스오버턴을 선수처럼 하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배우기는 배운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그러자 그러면 일단 상급반으로 들어가라고 하셔서, 물에 첨벙 들어갔다.
그런데 아뿔싸, 이름만 상급반이고 반 바퀴 또는 한 바퀴를 돌고 쉬는 반이었던 것이다. 옆 레인에서는 마스터반이 뺑뺑이를 돌고 있는 사이에 우리 반 선생님은 킥판 잡고 자유형을 주문하셨다. 그러자 내 앞에 있던 상급반 회원들이 힘들다, 앞으로 가시라, 하면서 나를 앞으로 미는 통에 얼결에 1번에 서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거 반 잘못 왔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빨리, 많이 도는 건 마스터반에 가서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여기서는 자세를 집중적으로 보자고. 이어 상급반 선생님은 물잡기를 어떻게 하는지를 본다고 물안경을 끼고 잠수까지 해서 지켜보셨다(물론 물이 락스물이고 탁도가 높아서 또렷이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잠수해서 자세를 봐주는 선생님은 처음이다시피 했기에, 그래, 여기서 천천히 가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을 배우는 사람들 중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진도가 느린 사람들이 있다. 3년을 배웠는데도 아직도 자유형 25m를 가지 못하는 회원님이 계셨기도 하니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워낙 물을 무서워하니 온몸의 근육이 긴장을 해서 수영만 하면 몸살이 나는 경우였다(그럼에도 수영을 하겠다고 꾸준히 오시니, 그 용기만으로도 박수 칠 만하다). 반면에 수영을 처음 배운 사람들 중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반을 승급해서, 수영을 배운 지 3개월 만에 상급반에 올라갔다든가, 6개월 만에 마스터반에 올라갔다든가 하는 경우가 있다. 워낙 체력이 좋고 물감을 타고난 경우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다만 이런 사람들 중에서는 반을 너무 빨리 올라가서 운동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바람에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롤링하는 법이나 물 잡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1,000미터 이상을 쉬지 않고 돌려고 하니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고생하다가 몇 개월간 수영을 쉬게 되는 경우까지 생긴다. 너무 극단적인 두 경우의 예시를 드니 어느 쪽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영이란—특히 엘리트 수영이 아닌 생활 스포츠로서의 수영이란—너무 느려도 답답하기야 하지만, 너무 빨라도 좋지만은 않은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유 수영을 하거나, 수영 강습을 듣는 중에 앞사람이 너무 느리면, 앞사람의 발에 손이 닿을 것 같고, 좀 빨리 가줬으면 싶고, 스컬링을 했다가 자유형을 했다가 다시 스컬링을 했다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추워지고 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 답답함을 느끼곤 했지만, 요새는 느리게 가는 것도 실력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거리를 유지해 보려고 노력한다. 수영을 하면서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것이니까. 앞으로 가는 중에 한 스트로크 뒤로 가더라도 다시 앞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물때를 기다리며, 때로 한 스트로크 뒤로 물러서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수영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