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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지경 Feb 01. 2024

누가 수영하면 살 빠진다 했나요

수영을 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

"수영하면 살 빠져요?"

"그렇게 수영하는데 살 안 빠져요?"


'새벽수영 하는 생활수영인'으로 커밍아웃하면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최근 내 몸 임상실험결과를 밝히자면 이렇다. 1월 한 달간 수영장(자유수영 포함)에 20번 다녀왔는데, 1월 2일의 몸무게와 1월 31일의 몸무게가 똑같다. 놀라지 마시라 수영장만 열심히 다닌 게 아니다. 1월 한 달간 요가원에도 15번이나 다녀왔다.


혹시, 체지방은 줄고 근육량이 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스마트체중계 앳플리의 기록을 체크해 보니 체지방은 약간 늘고 근육량은 줄었다. 신년회와 책 출간을 핑계로 약속이 많았던 1월 한 달간 신나게 먹고 마신 결과다. 수영과 요가를 하지 않았더라면 몸무게가 늘었을 것이라 자위해 본다.


수영을 하며 확실히 늘어난 것은 갈증과 식욕이다. 숨만 쉬고 살 때도 목이 마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음파음파 호흡법 탓인지 수영을 한 후에는 더 목이 마르다. 저녁 9시에 수영 강습을 들을 때는 목이 마르다는 핑계로  남편과 편의점에 들러 맥주 4캔을 사들고 집에 돌아와 2캔씩 사이좋게 마시고 잠들었다.


처음엔 맥주에 과자 한 봉지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안주가 점점 화려해졌다. 먹태나 치킨을 배달시키고, 참치회를 테이크아웃 하기도 했다. 힘들게 수영을 했으니 먹어도 되겠지 하는 보상 심리도 작용했던 것 같다. 매일매일이 부부회식이었다. 밤 수영 후 야식이 루틴이 되어갔다. 이렇게 수영하면 살 안 빠진다를 보여주는 좋은 표본이랄까. 말짱 도루묵은 이럴 때 스는 말이지 싶었다. 아, 그러고 보니 도루묵을 안주로 먹을 생각을 못했다.  


새벽수영을 매일 하면서는 안 먹던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지금생각해 보면 초급반이라 운동량이 그리 많지도 않았을 텐데, 공복수영이 처음이라 그런지 집에 돌아오면 허기가 져서 책상에 앉을 기운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입 안에 음식을 넣고 싶었다. 나의 선택은 냉동 만두. 아침부터 만두를 허겁지겁 먹었다.  


마트에 파는 여러 만두를 전전하다가  칼로리와 양이 적은 닭가슴살 냉동만두로 정착했다. 아침이라 만맥(만두에 맥주)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 모야.라고 생각하며 허기를 채웠다. '먹는 게 아니 만두를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를 속으로 외쳤지만, 공복을 참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수영을 칼로리 소모가 많은 운동이지만 물속에 있다 보면 체온이 떨어지게 되고, 체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기초체온 유지를 위해 고열량 음식을 먹고 싶어 진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의 수영 후 나의 증상이 이해됐다.  


새벽수영을 주 3일 하다가 매일반으로 운동량을 늘렸을 때와 초급반에서 중급반으로 와 운동 강도가 높아졌을 때 야금야금 살이 빠지는 경험을 했다. 한동안 물 들어온 김에 노를 저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흰쌀밥 대신 곤약밥, 삼겹살 대신 닭가슴살, 빵과 과자 대신 오이나 토마토를 먹으려고 노오력했다. 그 덕에 인생 최대 몸무게에서는 탈출했지만, 여전히 군살 없이 마른 몸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먹다가는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았다.


어느덧 새벽수영을 시작한 지 9개월이 넘었다. 여전히 식욕은 줄지 않았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점심과 저녁 사이 간식도 빼먹지 않는다. 대신 수영 후 요가를 다녀올 체력이 생겼다. 수영이 좋아서, 수영을 더 잘하고 싶어서 병행할 지상 운동을 찾아 방황하다가 요가에 정착했다.


요가는 호흡 멈추지 않고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수영과 비슷한 면이 있다. 수영도 요가도 호흡이 빨라지고 버터야 하는 순간이 많지만, 견디는 시간만큼 몸과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무거운 몸을 기꺼이 수영장 물에 빠뜨리고, 요가 매트 위에 앉혀서 다양한 영법을 연습하고 동작을 수련하고 있다. 외면했던 내 몸과 친해지는 중이다.


그 덕에 일주일에 2~3번은 7시 수영을 다녀와 간단한 아침을 먹고, 11시 반 요가를 다녀온 후 점심을 먹어도 정신줄을 놓지 않고 책상으로 출근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토요일 7시에 자유수영을 한 후엔 수친들과 커피 한 잔 후 10시에 요가 수업을 듣기도 한다. 언젠가는 요가로 단단해진 몸으로 멋지게 물의 저항을 이겨내리라 믿으며.     


지금도 요가원에 가기 전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이런저런 핑계로 침대탈출에 실패했다. 수영장에 못 갔다는 말이다. '실패는 빠르게 잊고 새로운 가능성의 상태로 들어서라.'는 요가 선생님의 말처럼 내일은 일찍 수영장에 갔다가 빈야사 요가 수련을 마치고 맛있게 아침을 먹을 생각이다. 뭐 먹지? 벌써 내일의 메뉴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수영 3년 차 여전히 식욕은 줄지 않았지만, 죄책감 없이 먹고 마시려고 한다. 음식을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니까. 수영 후 먹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아무리 힘든 수영 영법 요가 동작도 끝까지 해보자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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