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쩌다 서울로 왔나

Chapter 1. [나는 왜 서울에 있나]

by 김나무


주말 오후 2시, 대구광역시 달서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주말 오후, 카페를 빙 둘러보니 2층엔 손님이 나 혼자다.

이곳은 대구 성서 산업단지역 근처 투썸 플레이스.

집에서 10분 거리, 대학 시절부터 쭉 오던 곳이다.


약 4년 전, 이십대 후반이던 나는

직업 군인으로 전역 직후, 하루를 거르지 않고

이력서를 쓰러 이 카페에 출근 도장을 찍었었다.



...

'사*인' / '잡*리아' ..

여러개의 포털을 열고, 아래 조건을 건다.

'신입' / '서울' / '기획 전체', '마케팅 전체' / '장교 우대'..


애초에 대구는 희망 근무지가 아니었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라지 않는가.

기어코 ‘한강에서 맥주를 마시겠다’는 일념으로 지원서를 썼다.

[ 00 기업 사업 / 전략 기획 신입 ]

< 필수>

- 4년제 대학 졸업

- 토익 점수 750점 이상

- 관련 자격증

- 관련 직무 유경험자

- 컨설팅펌 / 컨설팅 동아리 경험

- // 등등



당시 신입 채용의 최소 조건은 위와 같았고,

요즘엔 몇 가지가 더 추가된 것 같다.


유명 대학, 인턴 경험, 자격증, 영어 점수.. 충족 조건이 하나도 없었다.

서울대도 취업이 어렵다는 문과, 그 흔한 영어 점수도 없는게 나였다.


"이런 것도 좀 하고 그럴걸.."

공고에 쓰인 '조건'이란 글자에 벽을 느끼고

한숨을 푹- 쉬며 토익 학원을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토익 학원을 다닌지 약 2달이 지났을 무렵,

메일함에 신입 채용 서류 검토 결과가 도착했다.

'00 기업 전환형 인턴 서류전형 결과'


꽤나 큰 백화점을 전국에서 운영하는 대기업.

‘내가 이런 회사에도 지원서를 냈었나?'

당시 탈락 메일에 내성이 생겨, 결과 메일을 밥 먹으며 보는 수준에 이르렀었다.

이미 떨어졌다 생각하며 메일을 클릭했고, 스크롤을 내리며 내용을 읽어냈다.



안녕하세요 김나무 님, 00 채용 담당자입니다.

축하합니다! 하반기 전환형 인턴 서류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이후 진행될 면접을 아래와 같이 안내합니다.

[ 실무 면접 안내]

- 면접일시 : 2021년 7월 16일 (금), 오후 1시

- 면접장소 : 서울특별시 .. 그룹 빌딩




"어?"

...

"엄마!"

"어 아들"

"내 서류 합격했다!"

"뭐를 합격해, 회사? 진짜로?"

"어! 내 00 그룹 서류 합격했다! 00백화점 알제!"

"엄머야! 진짜가! 대단하데이 벌써 ~ 면접은?"

"다음 주라 카네, 머리가 하얗다 지금"

"서류 합격도 대단한기다! 고기 먹어야겠네~"

..


메일을 보자마자 카페에서 나왔고, 아메리카노는 손도 안 댄 참이었다.

머리가 띵했다.





1.png 온 동네방네 자랑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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