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질경이 May 30. 2023

아주 작은 섬, 드라부니(Dravuni)

태평양횡단 크루즈

피지에 속하는 드라부니섬은  아주 작다.

폭이 500미터, 길이가 2킬로미터.  인구가 125~150명.. 

배를 구경하기 위해 차를 빌릴 필요가 없다. 이 섬에는 아얘 차가 없다. 

  멀리 섬이 보이는 곳에 닻을 내리고 비상보트에 사람들을 실어 섬까지 날랐다.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별로 많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스노클링을 시작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바닷가에 앉아서 시간을 보낼 모양이다.  



섬사람들은 여행객들에게 자신들이 염색한 천을 팔았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 걸어가다 마루에 앉아 음식을 만드는 젊은 아기 엄마를 보았다.

여행객들에게 팔기 위해 만든다고 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아 사 먹을 수는 없었다. 



산으로 가는 길에는 돼지우리도 있고 

예쁜 꽃들도 있었다.

전 날 내린 비로 길은 질척거리고 미끄러웠다. 


산 봉우리에 올랐다 섬의 반대편 끝까지 내려가 보기로 했다. 

조금 더 가니 절벽이고 길이 없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서 보이는 풍경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여기는 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 것 같다. 

가끔씩  커다란 배가 들어와 온 섬을 시끄럽게 구는 것 말고는..  



내 발 밑에 보이던 예쁜 꽃들. 

산 위에 올라 사방을 내려다보고 

돌멩이 위에 앉아 좀 쉬다가 하산했다.  

사람들이 이런 곳을 낙원이라고 하는 걸까?     

마을에서부터 산에 오르는 내내 나를 따라오던 개 한 마리.

한참 바다를  내려다보다 제 갈길로 갔다.  

죽은 꽃에 앉아있는 나방이.

자세히 보니 수십 마리가 앉아있다.  


 이 작은 섬에 학교가 있다.

피지 정부에서 세워준 학교는 유치원에서 4학년까지 있다. 이날은 오랜만에 손님들이 오는 날이다.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도 아래  이를 닦고 있다. 

 


배에서 내린 젊은 엄마는 자기 딸을 이곳 아이들과 놀게 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배에서 내린 아이는 어떻게 놀라야 하는지를 몰라 짜증을 냈다.

하지 않겠다는 아이를 엄마는 계속 밀어 넣으며 사진을 찍었다.

이 아이는 모래만 가지고도 한참을 잘  논다.  

인구가 겨우 120~150명 이라는데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많다.

손님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아이도 있고,   


손님을 위해 포즈를 취해 주는 아이도 있다. 코는 흘려도 아이의 표정은 밝고 재미있다.  

배에서 내리기 전, 주민들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고 아이들에게 절대로 돈이나 사탕 같은 것을 주지 말라는 주의 사항을 들었다.

만약에 아이들에게 직접 주면 아이들은 손님들이 올 때마다 무언가를 기대를 하게 되니 

기부를 하고 싶으면 꼭 선생님에게 하라고 했다.

올바른 배려라고 생각된다. 

색깔, 모양, 알파벳들을 배운다.  

이 학교의 교훈인 듯 교실 벽에 붙어있는  이 글을 보고 나 혼자 웃었다. 


어디서 베껴 왔는지는 몰라도 참 이 작은 섬마을학교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 작은 섬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섬에는 필요하지 않은 일 같아서다. 

이 섬에는 차 한 대도 없고 가족끼리 밭 일구고  닭 돼지 키우며 오손도손 살고 있다. 

일 년에 크루즈 배가 아홉 번 정도 들어오는데  돈은 그때만 구경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고 더 이상 공부하려면 큰 섬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럴만한 능력을 가진 집안도 거의 없다고 했다.  



배로 돌아오며 내가 이 아름다운 섬을 조금이라도 오염시키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작가의 이전글 피지(Fiji)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