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로 건강한 편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젊었을 때는몸을 돌 볼 필요를 못 느꼈다. 20대 중반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내 몸을 더욱 혹사시켰고 서서히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온몸이 쑤셨다. 잘 때도 몸이 아프다는 느낌을 받으며 뒤척거리곤 했다. 그나마 자기 전 스트레칭 10분이 아침에 일어나는 고통을 줄여주었다. 그 고통을 없애기 위해 겨우 하루 10분씩 스트레칭을 했다.
공부, 직장생활 그리고 연이어 찾아온 출산과 육아는 내 몸을 망가뜨렸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 딱딱한 승모근과 거북목, 두꺼워진 허리와 늘어진 뱃살. 거울 속에 비친 내 몸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모습으로 늙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 소리 듣기 전에 건강한 몸, 탄탄한 몸, 날씬한 허리 한번 가져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랬다. 평생 처음으로 진지하게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 내 삶에 들어왔고 남 일인 줄 알았던 건강한 삶이 이제 나의 생활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말한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나도 이젠 나에게도 말한다. “건강하게 살자” 나는 항상 건강한 ‘운동중독’을 추구한다.
( 만신창이 내 몸 )
첫째를 낳고, 아이의 돌 즈음에 허리를 삐끗했다. 아이를 업고 재우다가 갑자기 허리에 엄청난 고통을 느꼈는데 막 잠이 든 아이를 깨울까 봐 아픈 걸 참아가며 조심스럽게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 병원에 갔더니 디스크 직전 단계라고 했다. 디스크 전문 한 반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했지만 그 후로도 나에게 항상 허리가 문제였다. 머리를 감거나 세수하기 위해 허리를 숙이면 허리가 너무 아팠고 다시 몸을 꼿꼿이 세우기 위해 난간을 잡고 조금씩 조금씩 허리를 펴야 했다.
3년 뒤 둘째가 태어났다. 둘째가 두 돌 무렵 우리 가족은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 남편은 첫째를 데리고 놀이기구를 타러 가고, 나는 유모차에 탄 둘째를 맡았다. 아이를 돌보며 유모차에서 아들을 들어 올리는 순간, 엄청난 찌릿함이 내 척추를 타고 지나갔다. 척추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발을 뗼 수도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채 서서 울며 놀이기구를 타러 간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다시 한방병원을 다녔다. 그러면서 내 허리는 자연스럽게 대대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부위로 전락했다. 막내인 둘째가 초등학생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머리를 감고 난 뒤 몸을 바로 세우는데 애를 먹었다. 머리 감을 땐 항상 허리에 무리를 느꼈고 중간중간 허리를 세우고 쉬어가며 머리를 감아야 했다. 못할 짓이었다.
5년 전 어느 날 왼쪽 팔에 저림이 느껴졌다. 이건 그냥 지나치면 안 될 것 같다. 정형외과에 갔더니 원인을 꼭 집어 말해줄 수 없단다. 도수치료를 권한다. 그렇게 도수치료를 20회를 받았다. 내 몸에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몸의 문제를 직시하게 되었고 고질적이었던 꼬리뼈의 통증이 완화되었다. 이제는 운동이란 걸 시작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내 인생에 운동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나도 한 번은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
같은 아파트에 대학 선배 언니가 산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여기저기 기웃거릴 때마다 그 선배 언니를 마주쳤다. 평생 처음으로 '필라테스'를 하기 위해서 아파트 상가에 있는 필라테스 수업에 등록했는데 그곳에서 그 선배를 만났다. 언니는 필라테스 열혈 회원이었다. 그렇게 한두 번 인사를 했다. 나는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1 필라테스를 등록했었는데 중간에 죽어라 후회했다. 그 비싼 운동을 등록해 놓고선 죽을치 만큼 가기 싫었다. 겨우 겨우 8회를 채우고 난 후, 나는 상가에서 그 방향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도수 치료로 허리가 좋아지긴 했지만, 필라테스 동작은 허리에 무리를 주었다. 꼬리뼈가 약한 나는 전통적인 필라테스 동작을 잘 소화해 내지 못했다.
그 후엔 아파트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했다. 아침에 1시간가량을 트레드밀에서 걷기, 진짜 걷기만 하고 왔다. 거기서 또 그 선배 언니를 본다. 언니는 상가 내 필라테스를 그만두고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에서 매일 1시간씩 운동한다고 했다. 내가 트레드밀에서 TV를 보며 걷기만 할 때, 언니는 거울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했다. 마지막으로 트레드밀에서 20분가량 조깅을 하고 마찬가지로 땀을 뻘뻘 흘리며 내려왔다.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띄엄띄엄 피트니스 센터에 갔고, 갈 때마다 그 선배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매일 오니까 내가 갈 때마다 만나게 된 것이다.
어느 날은 퇴근 후 여유시간이 생겨 이른 저녁 시간에 피트니스 센터에 갔다. 거기서 또 그 언니를 만났다. 그는 저녁 필라테스 프로그램을 듣고 있단다.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다니. 한동안 선배와 출퇴근 시간이 비슷했던지, 회사 출퇴근 길에 멀리서 언니를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언니의 발걸음이 그렇게 가볍게 느껴질 수가 없다. 외투에 가려진 몸도 탄탄해 보인다. 그렇게 나의 부러움은 시작되었다.
내가 그 선배 언니에게 느끼는 부러움을 누군가에게서 나도 받아보고 싶었다. 누군가가 부러워할 만한 탄탄한 몸을 가져보고 싶었다. 나도 한 번은 "운동 중독" 돼보고 싶다!!
( 모임 'Addiction'을 만들다 )
혼자서 꾸준함을 유지하기 힘들다. 나와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함께 도전하면 실천에 큰 도움이 된다. 회사에서 점심 모임이 하나 있다. 매월 한 번씩 점심을 같이 하는 멤버 4명. 점심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조금씩은 운동을 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 명은 등반을 좋아하고, 한 명은 꾸준히 회사 근처 필라테스를 다니고, 한 명은 막 필라테스 수업에 등록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는다. 우리 다 같이 '운동중독' 한번 되어보자 제안한다. 나는 우리 모임에 이름을 붙이자고 했다. 작정하고 운동이라는 걸 제대로 하기 위해 좀 강한 단어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Addiction"을 우리 모임의 이름으로 정했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하나씩 정하고 꾸준히 실천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결과를 공유하자고 했다. 그렇게 Addiction 모임이 결성되고, 우리의 주된 대화는 운동이 되었다. ‘중독’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운동을 멈추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지만, 우리의 로망은 언제나 ‘운동중독’이었다.
‘중독'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아본다.
1.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2.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내용의 핵심은 섭취를 통한 중독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행위에도 '중독'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인터넷 중독, 도박 중독, 게임 중독 등과 같이. 그런데 다 같이 부정적인 의미다. 우리는 새로운 의미로 ‘중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운동중독’. 그리고 그 의미를 다시 정의한다.
1. 운동이 내 삶에 활력을 주는 주된 활동인 경우
2. 꾸준히 운동해야 하며 만약 운동을 쉬게 되었을 때 불안하고 불편해지는 경우
3. 운동을 하면서 즐거움과 쾌감과 행복을 느끼는 경우
나의 관심사는 '운동중독'이다. 매일매일 운동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경지(?)를 경험해 보고 싶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나, 요즘 운동 중독이야'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중독'이라는 단어에는 '습관'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운동 습관, 좀 과하게 말하면 운동 중독. 그렇게 "중독"이라는 단어를 용기 내어 붙일 수 있는 대상으로 "운동"이 내 삶에 들어왔다.
( 몸이 먼저다 )
운동이 내 삶에 스멀스멀 자리 잡던 중, 한근태의 <몸이 먼저다>라는 책을 발견했다. 운동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당신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고 운동에 서서히 중독되어 가는 과정과 운동이 좋은 이유, 운동이 정말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술술 읽기 좋은 책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는다.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다. 독서와 운동을 함께 강조하는 부분을 읽을 때면 나랑 코드가 맞다는 생각을 한다. 독서가 우리의 정신에 절실히 필요하듯 운동도 우리 몸에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맘에 들었던 것 같다.
"정말 소중한 것은 급하지 않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당장에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운동과 독서가 대표적이다. 둘 다 바빠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한다고 말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 독서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독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바쁜 것이다. 운동도 그렇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바빠지는 것이다. 자주 아프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쓸데없이 시간을 쓰게 된다. "-몸이 먼저다-
내가 요즘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운동의 필요성을 족집게로 꼭 찍어주는 느낌이다. 몸무게를 줄이는 게 아닌, 진정 뱃살을 줄이고 건강해지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이 책 저자의 말이 딱 그 말이다. 그리고 계속 강조한다. 운동을 해라. 운동을 하라고! 책을 읽다 보면 운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좋았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사람은 나중에 병원에 입원할 시간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제발 운동을 하라. 당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몸이 먼저다-
허리는 가늘고 허벅지는 두꺼운 몸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허벅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인체 근육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근육량이 많은 부위이기 때문이다. 근육은 가장 큰 당분 저장소이고 인체의 쓰레기를 소각하는 역할을 한다. 허벅지가 굵으면 혈관도 맑고 깨끗해진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몸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하고, 제대로 된 지식이 필요하다. 허벅지 근육이 튼튼해야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혈관도 맑고 깨끗해진다는 단순한 사실을 늦은 나이게 알게 되었다.
나는 키가 크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다리나 발가락에 쥐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면 으레 했던 말이 있다. “나는 다리랑 발가락에 쥐가 잘 나. 키가 커서 그런가 봐, 심장에서 멀리 있는 곳까지 혈액이 잘 전달 안되나 봐” 어리석은 말이었다. 허벅지 근육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스쿼트를 생활화하고 허벅지가 튼튼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종아리와 발에 나던 쥐는 이제 나지 않는다. 우리는 몸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활기찬 삶, 행복한 삶에 ‘운동’은 빠질 수 없다.
( 근육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다 )
젊었을 때 운동을 하지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호리호리한 몸매와 운동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가장 큰 이유는 게으름이고..) 근육이 불거진 팔과 허벅지는 사양했다. 체중관리가 필요하면 먹는 양을 줄였다. 대학생 시절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이 있었기에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에는 자신 있었다. 맘만 먹으면 몸무게는 언제든지 줄일 수 있다. 안 먹으면 된다.
시대가 변했는지, 내 관점이 바뀐 건지 아니면 나이 들면서 자연스러운 변화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근육이 없는 몸은 아름답지 않다. 적당히 근육이 있는 몸, 아름다운 굴곡을 가진 몸을 어느 순간부터 사랑하게 되었다. 아마 내가 좋아했던 직장 근처 필라테스 선생님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역시 사람은 보고 듣고 경험해야 변한다. 허벅지 근육과 복근, 등근육은 인체의 외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지만 몸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내적 아름다움의 지표이기도 하다. 근육에 대한 로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