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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Jul 16. 2022

새벽독서, 퇴근후 스터디카페가 나에겐 진정한 휴식이었다

눈치 보지 않는 것을 넘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항상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휴식이 필요해! 회사일로 몸이 힘드니, 몸을 좀 쉬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없던 젊은 시절에는 침대에서 늦게까지 뒹굴거나 낮잠을 자거나 소파에 기댄 채 움직이지 않고 TV를 몰아봤다. 육아를 하면서는 이것도 불가능했다. 아이를 재우며 함께 졸고, 출퇴근 시간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뭘 해도 몸의 피로가 해소되지 않았다.


잠을 많이 자도 피곤하다.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잔 날에는 오히려 온몸이 더 욱신거렸다. 아니 잠을 자고 일어나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뭘 하면서 쉬어야 내 몸이 편해질까. 암담했다. ‘진퇴양난’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쉬지도 못하고 안 쉬지도 못하고. 안 되겠다. 휴식에 대해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 뇌가 지쳐있는 상태, 피로 )


‘휴식’이라는 단어가 내 삶의 화두로 스멀스멀 들어올 즈음에 제목에 혹하며 읽게 된 책이 <최고의 휴식>이다. 쉬어도 쉰 거 같지 않은 생활이 반복되는데, 도대체 ‘최고의 휴식’이라는 게 있을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책을 읽었다. 한대 얻는 맞은 느낌이다. 그동안 내가 너무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항상 피곤하고 무기력하다면 그건 뇌가 지쳐있는 상태라고 다. 뇌가 지쳐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었는데. 항상 피곤했던 나는 뇌를 쉬게 하는 게 아니라 엉뚱하게 몸뚱이에게만 필요 없는 휴식을 강요했던 것이다. 그러니 나아지지 않을 수밖에.


피로는 '피로감'이라는 뇌 현상이다. 육체적인 피로가 단순히 근육 등의 물리적인 소모뿐 아니라 '피로감'이라는 뇌 현상으로 인식된다. 단, 인지를 바꾸는 게 전부는 아니며, 수면, 운동, 식사 등 모든 요소가 함께 휴식의 기반으로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휴식이 된다.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진정한 휴식이 아니다. 자신의 뇌를 바꿔서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마음의 근력을 찾는 것이 '최고의 휴식'의 진짜 목적이다." <최고의 휴식>


나에게 필요했던 건 정신적 휴식이었음을 깨달았다. 휴식도 제대로 배워야 하는 무엇이었다. 세계의 엘리트들이 명상을 하는 이유는 이것이 진정한 휴식이기 때문이었다. 명상(마인드풀니스)은 ‘최고의 휴식법’이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인내만으로는 안 돼. 불을 타오르게 하려면 장작 사이의 '공간'이 필요하지. 나는 그것이 휴식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비즈니스에서는 비즈니스의 방법론이 있듯이 휴식에도 휴식의 방법론이 있어. 현대인들은 비즈니스의 전략을 추구할 뿐 휴식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 휴양지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하루 종일 뒹굴거리며 지내는 것이 휴식이라 착각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런 걸로는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없어..... 세계의 엘리트들이 명상을 하는 이유를 알 거야. 그들은 진짜 효과가 있는 것에만 관심을 갖거든. 마인드풀니스는 아는 사람만 아는 '최고의 휴식법'인 거야." <최고의 휴식>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 의대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 교수는 인간 뇌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현상에 관한 논문을 2001년 발표했다. 사고, 기억, 판단 등 인지 활동을 할 때만 두뇌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들이 있음을 알아낸 것이다. 실험 결과 뇌의 특정 부위는 실험 대상자들이 문제 풀이에 몰두할 때는 활동이 오히려 감소하는 반면 실험 대상자들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을 때는 평소보다 활성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라이클 교수는 쉬고 있을 때, 즉 뇌가 활동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일련의 뇌 부위를 일컬어 ‘휴지 상태 네트워크(rest state network)’ 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명명했다. 이는 눈을 감고 누워서 가만히 쉬고 있어도 뇌가 여전히 몸 전체 산소 소비량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이유다.


우리가 컴퓨터를 리셋하면 초기 설정(default)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온전히 나 자신과 현재에만 집중할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몸은 휴식을 취하면서도 뇌는 쉬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고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기를 반복, 잠드는 그 순간까지 뇌는 활성화되어 있다. 재미있고 흥미 있는 TV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하루 종일 TV를 틀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지만 뇌는 끊임없이 인지 작용을 하느라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한다. 뇌를 쉬게 할 필요가 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 폰을 내려놓고 잡다한 생각을 집어치우고, 일에 대한 걱정, 육아에 대한 걱정, 시기, 화, 걱정, 짜증을 모두 내려놓고 뇌를 리셋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뇌를 쉬도록 해서 뇌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


<최고의 휴식>에서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뇌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휴식을 누리는 방법이라 말한다. 저자는 ‘명상(마인드풀니스)’ 디폴트모드 네트워크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1. 현재,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통해)

2.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통제하여 (-> 뇌구조 변화)

3. 뇌의 상태를 변화시킴으로써, '피로감'이라는 뇌 현상을 극복하고, 간접적으로 신체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 휴식을 재정의하다 )


<최고의 휴식>에서 말하는 명상(마인드풀니스)이 뇌를 쉬게 하는 최고의 휴식임을 염두하며 개인의 취향에 맞는 휴식법을 찾아본다. 중요한 건 ‘현재’, ‘여기’, ‘온전한 나’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다.

 

"'휴식'은 아주 다채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가까운 상대와 깊은 영감을 주고받는 대화를 나눈다거나, 어떤 게임에 집중한다거나, 산책하고 음악을 들으며 오롯한 충족감을 맛보는 모든 순간이 '휴식'이다. 그렇다. 심지어 일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넉넉한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요컨대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가지며, 현대의 초고속 성장 경제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시간, 이게 곧 '휴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집중은 ‘몰입’을 의미한다. 따라서 즐거운 감정을 유지하며 ‘몰입’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은 뇌의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로의 활성화를 돕는다. 가장 쉽게는 ‘취미’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면서 몰입하고, ‘현재’, ‘여기’, ‘온전한 나’에 집중하게 되면서 나의 뇌는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는 활성화되고 피로감을 사라지고 몸도 개운해진다. 우리가 몸은 지치지만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애써서 하는 이유이며, 몸이 힘들게 취미 활동을 했음에도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고 상쾌해지는 이유이다. 뇌는 더 이상 ‘피로감’이라는 전기적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디폴트모드 네크워트가 활성화되며 뇌가 쉬었기 때문이다.


유레카!!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억지로 시간을 내어 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몰입하는 삶 자체가 휴식이 있는 삶이다. 요즘 다양한 취미생활로 내 삶을 채워나가는 이유다. 주위에서는 뭘 그렇게 바쁘게 사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삶이 휴식이 있는 삶이다.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에 몰입을 경험하는 삶이 휴식이 있는 삶, 행복한 삶이다.




( 나에게 휴식이란 )


스스로 내가 생각하는 나의 "휴식"에 대하여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본다.


첫째(정의), 나에게 진정한 휴식이 되는 시간은 어떤 시간인가? 내가 주도하는 시간이며 즐겁게 무언가에 몰입하면서 보내는 시간이다.


둘째(내용), 무엇에 몰입할 때 즐거운 휴식이 되나? 당연 책이 제일 우선이다. 그 외에도 글쓰기나 드라마 보기, 아이들과 보드 게임하기, 그림 그리기, 운동하기 등이 있다.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셋째(구성), 내용의 구성을 어떻게 할지? 책도 비슷한 종류의 책만 읽다 보면 지친다. 소설과 자기 계발서, 사회 정치 서적 그리고 에세지와 경제경영 책이 다채롭게 섞여 있어야 재미있다. 그림 그리기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다. 수채화와 데생, 그리고 아크릴화와 일러스트, 색연필화 등 다양한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며 즐거움을 느낀다. 휴식시간의 구성도 마찬가지이다. 독서와 운동은 매일 하되, 가끔 일상을 벗어난 여행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사색하기 등 내용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제대로 휴식이 된다.


넷째(실천), 휴식 시간은 언제? 짬짬이 이런 활동들을 하는 모든 시간이 나에겐 "휴식"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시간도 나에겐 휴식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그 바쁜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를 5년간 하면서도, 비록 몸이 힘들긴 했지만, 내가 보낸 시간의 질(Quality)은 그 어떤 때보다 고퀄(High Quality)이었다. 그만큼 내 삶 속에 "휴식"이 짬짬이 들어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 바쁜 와중에 새벽에 일어나 2시간 책을 읽고 출근하기,

- 약속이 없는 날 점심시간에는 필라테스 30분 운동하기,

- 출근길 지하철 30분에 드라마나 비긴 어게인 등 고품격 음악방 속 보기,

- 퇴근길 1시간 카페에 들러 나만의 글쓰기,

- 주말이면 아이들과 '브루마블', '보난자', '스플렌드', '도미니언', '디지오스', '루미큐브', '세트' 등 보드 게임하기,

- 직장동료들과 책모임 만들어서 다 함께 책 읽으며 책 덕후질 하기,

- 주 1회 퇴근 후나 토요일 오후에 화실 등록해서 그림 그리기 등


그렇게 나의 삶에는 "휴식"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더 잘 쉬기 위해서 오늘도 즐거운 거리(?)를 찾는다. 우리의 삶 속에는 진정한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요한 박사는 <오티움>에서 “오티움이란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으로 정의하고, 자신을 창조하는 능동적인 휴식을 제안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채우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시간이 필요하다. 억지로 애를 쓰지 않는 것,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을 넘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대로 쉬어야 내 몸과 정신이 건강해진다. 나는 건강한 삶을 위하여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하고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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