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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언 Oct 22. 2022

신은 모든 것이다

10/20 명상 일기 #2

커다란 하늘 위 섬 같은 곳에 동상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세운 신의 형상들이었다. 순간 울분이 느껴졌다. 내 몸보다 곱절은 큰 황금 망치를 들고 부수기 시작했다. 모두 부수고 나는 지쳐 쓰려졌다. 마지막으로 나를 부수려고 내리치는 순간, 돌 거인이 망치를 잡아 막았다. 그가 내 손에 씨앗을 쥐어주었다. 몸을 일으켜 폐허가 된 허허벌판 한가운데 씨앗을 심었다. 씨앗을 심자 순식간에 싹이 트더니 줄기가 마구 자라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 올려다보니 둥그런 것이 커지더니 팡하고 터져 커다란 꽃이 피었다. 꽃에서 반짝이고 고운 빛 가루가 내려 나를 포함한 온 세상을 덮었다.



WHO AM I?라는 글자가 또렷이 보였다.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과 함께 나를 보았다. 나는 아몬드 껍데기였다. 피식 웃음이 나고 실망감이 들었다. 살짝 만지니 바스러져 버렸다. 앞에 보니 달팽이가 있었다. 이번엔 달팽이라고? 달팽이집 안에서 달팽이가 나왔다. 그 달팽이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지”라고 말했다. 누가 말하고 누가 대답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너고 너가 나야”라는 소리가 들렸다.



말하는 손을 다시 만났다. 저번 명상에서 “선택하는 자와 창조하는 자의 차이는 뭐지?”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다 어떤 손을 만났다. 살아있는 손이었는데 말도 했다. 어떤 선물박스를 들고 있었다. 그걸 열어보자 커다란 주사위가 나왔다. 주사위를 굴려 랜덤으로 번호가 나오는 것이 아닌, 내가 마음대로 고르면 되었다. 선택했을 때 뭐가 나올지 미리 볼 수 있었다. 각 번호마다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큐브 안에 나타났다. 내가 선택하면 뭐든지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손이 설명해주었다. 이런 손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선택하는 자’라는 자각이 있었다. 그 메시지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순간 육체에서 “신은 창조하는 자가 아닌가? 창조와 선택하는 자의 차이는 뭐지?” 질문이 올라왔다. 순간 명상이 끊어지려 해서 생각을 밖에 두고 문을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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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고 싶었고 결국 다시 물었다. 손이 대답했다. “왜 이렇게 헤매고 있어? 같은 거잖아.” 손은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마음이 종종 아프게 느껴지고 심장이 뛰었다. 내 심장을 보니 꽃이 가득 피어있었다. 그 꽃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사람들 심장에도 꽃이 피었다. 점점 그런 사람들이 늘어났다.


내 안의 심장이 크게 느껴졌다. 심장을 꺼냈다. 뛰는 걸 쳐다보며 물었다.


“네가 내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이니?”

“아니. 뛰기를 결정했잖아.”

“누가?”

“네 안에 있는, 네가 그토록 찾는 존재”



이 세상의 모든 ‘있음’이 ‘결정’이라는 알아차림이 있었다. “그럼 빛이 '결정'이면 어둠은 뭐지?”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잠깐 쉬는 거지 뭐야.”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마지막에 내가 운영하는 모임이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였다. 전기가 찌릿찌릿 핏줄에 피가 통하듯이 살아 움직였다. 그 모임이 순간 우주선이 되었다. 앞에 행성이 날아오는데 순간이동을 해서 피했다. 그런 것도 할 수 있다니 놀랐다. 또 뭘 할 수 있나 물었다. 뭐든 할 수 있단다. 그럼 사람을 많이 태워보라고 말했다. 우주선이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공기 중으로 저며 들어 세상 그 자체가 되었다.



“Everything”


집증 명상 다음날, 알아차림에 순간 놀라 벌떡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20분. 깨기 전 문구가 선명히 보였다. Everything이라고 적혀있었다. 입체처럼 또렷이 하얀 글자로 희미한 꿈속 각인되었다.


“신은 모든 것이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치 잠자지 않은 듯 선명한 자각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것. 모든 장소. 그리고 모든 사람.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공기까지도.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곳곳이 신의 존재함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려움이 잠깐 올라왔지만 모든 것이 신이라면 나 역시 신이어야 마땅했다. 자각하자 내 안의 신성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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