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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꺼지지 않는 불꽃

세 번째 이야기  10-3 Older

by 운담 유영준 Mar 12. 2025





홍 회장이 상가에 나타난 건 대략 3년 전 어느 날로 기억한다. 그를 두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이런저런 특이함 때문이다. 우선, 그는 손님이 뜸한 시간에 나타나 말을 걸어왔다. 간혹 주부들이 삼삼오오 왔지만, 대체로 점심시간이 지나면 저녁까지는 손님이 없이 한가했는데, 그 시간에 찾아왔다. 두 번째는 그의 특이한 외모가 뇌리에 각인된 까닭이었다. 백발에 80대쯤 되어 보이는 노인으로 주문도 없이 주야장천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얼굴은 부유하니 넙데데하고 약간의 이북 말투를 쓰고 있었다. 대부분 언제부터 장사를 했는지, 손님은 많은지, 요즘 경기에 매출은 많은지, 그런 사사로운 일들을 꼬치꼬치 물어왔다. 물론 손님도 많고 장사가 잘된다고 말했지만 어딘가 뒤가 구렸다. 뭐라고 꼭 집어 말하기는 그렇지만 찝찝함 그 자체였다.


그러던 중 1층 상가 끝에 있는 부동산 사장인 김 집사가 나타났다. 상가 사람들은 부동산 김 사장을 김 집사로 불렀다. 이곳 상가를 구할 때 그에게 주변 정보와 상가 정보를 얻었고 상가를 계약할 때 신세를 졌다. 부동산업자 특유의 부드러운 말투와 누구와도 척지지 않고 비위를 잘 맞추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살살이라고 보면 된다. 그가 인근 교회의 집사직을 맡고 있어 상가 사람들은 그를 김 사장보다는 김 집사로 불렀다. 김 집사는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열심히 주변 상가 정보를 말했다. 또한 홍 회장을 극진히 모셨다. 예의란 예의를 모두 갖추어 그를 상대했다. 한참 후에 김 집사가 커피를 시켰고 계산도 그가 했다. 중간중간 내게 하는 홍 회장의 물음에 나는 평이한 답을 했다. 매출 관련 부분을 굳이 처음 보는 노인에게 까 보일 정도로 나는 어수룩하지 않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두 사람이 나가고 한참 후에 김 집사와 홍 회장은 건물을 둘러보는 듯 몇 차례 매장 앞을 왔다 갔다 했다. 

그들이 모두 사라진 후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상가 끝에 위치한 김 집사의 부동산으로 갔다. 그곳에는 벌써 상가 치킨집 송 사장, 2층을 통으로 사용하는 요리학원 신 원장, 세탁소 강 사장이 와있었다. 그러고 보면 모퉁이 휴대전화 텔레콤 매장의 민 사장만 없었다. 어차피 매장 여직원만 자리를 지키고 민 사장은 상가 직원들과 왕래가 거의 없었다.      

부동산 김 집사가 소파 중앙에 앉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

“이제 보니 우리 상가 사장님들 모두 모이셨네요.”

“그나저나 아까 그 노인이 누구예요?” 세상사에 약은 척 아는 체하는 치킨집 송 사장이 말에 운을 뗐다.


김 집사의 말에 따르면 시내 중앙통 제일 비싼 땅에 건물을 갖고 있는 홍 회장이라고 했다. 시내 요소요소에 건물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고 부동산으로 자수성가한 이북 출신 노인네라고 했다. 

그러나 자식 복이 없어 큰아들이 정선 카지노에서 가산을 탕진했다고 한다. 항상 마음속에 아픈 손가락인데 그런 아버지의 건물 두 채를 명의도용으로 해치우고 자살했다고 한다. 다행히 작은 아들은 착실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고 홍 회장은 그런 작은아들이 나온 대학에 장학회를 만들어 대학생들에게 거액의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고 중앙통 건물에 장학회 겸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우리 건물이 매물로 나와서 건물을 보러왔다고 한다. 계약은 잘 이루어질 것 같다는 말도 빼놓지 않고 말했다.

“그럼, 상가건물 주인 할머니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무슨 일이 있으신 건지?”

“이 건물주인 할머니 얘기를 잘 모르시는구나.”라는 말로 시작해서 김 집사가 전언은 이랬다.



우리가 있는 이 상가는 주인 할머니의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것인데 이 집도 아들이 사업을 크게 하다가 어려워지자 건물을 팔아 도와주려고 했는데, 두 딸 간에 재산싸움이 벌어져 엉망이라고 했다. 주인 할머니는 건물에 자식들 간의 소송을 불사했기에 건물을 팔아 삼등분으로 나누고 주인 할머니는 조용히 사시겠다고 해서 이 상가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상가 월세도 주변보다 저렴한 편이었는데 다들 상가 월세가 오르지나 않을까, 혹여나 주인이 이상한 사람이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고 다들 전전긍긍하는 모양새였다.

“걱정 말아요. 이 도시에서 제일가는 부자고 대학에 장학회도 운영하시는 훌륭한 분이 설마 없는 사람 등을 치기나 하겠어요. 내가 만나봤는데 앞뒤가 딱딱 바르시고 상가 사람들 엄청나게 위하는 듯하던데. 너무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경우 없는 일은 없을 겁니다. 별일 있으면 제일 먼저 알려 드릴게요.”


부동산 김 집사가 홍 회장을 입이 마르게 칭찬하면서 장담하듯이 너스레를 떨었다.





    ☆ 매주 수요일에 연재합니다. 관심과 애정에 감사합니다. 운담 유영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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