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번개 치는 늦은 오후에
시오빵을 구웠다.
굽는 도중
설탕을 빼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달달한 버터 향이 집 안 가득 찼지만
밍밍한 아이들을 구제할 방법은 없었다.
아쉽지만 밍밍한 아이들을 뒤로하고
다시 반죽에 들어갔다.
작은 오븐 안에서
서로 붙을까 말까 하는 아이들을
노심초사 지켜보는 사이
다시 온 집이 버터 향으로 가득 찼다.
나의 첫 시오바타는
내 맘에 쏙 든 동네 빵집보다는 못했고
이게 시오 빵인가 하고 놀랐던
어느 빵집보다는 괜찮았다.
조금 손을 보고 연습을 더 하면
훨씬 좋아질 가능성이 있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가. 능. 성.
참 희망적인 말이다.
빵을 굽다 아니 사진을 정리하다
문뜩 오븐 위의 작은 새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부자연스럽다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방향이 반대다.
오븐 위에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더니
모르는 사이 방향이 바뀌었나 보다.
꼬리 긴 작은 새로 말하자면
원래는 레터 나이프인데
언제부터인지 본연의 목적은 잊은 채
나의 일상 속 어딘가에서 늘 함께 해왔다.
하얀 커튼이 휘날리던 어느 날
노트북 옆 에펠탑과 나란히 있기도 했고,
잔잔했던 숍에서의 오후에는
쌓아둔 책들 위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
내가 특별히 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이 아이에게는 마음이 간다.
방향이 바뀌어 뭔가 어색했던
나의 작은 새,
방향을 다시 바꿔주며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잠시 옛 추억에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