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올 때는 마음의 준비 없이 눈을 만나서 반갑기도 하고 재미 있었는데 가는 길에는 현실감을 찾아 겁이 났다. 계속 눈이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2,000m가 넘는 구다우리를 잘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체인을 감았다가 다시 도로 사정에 맞춰 풀었다를 반복했다.
다행히 경직된 긴장은 우리의 조드(세상 뛰어난 운전실력을 보여준 그녀에게 우리가 명명한 애칭이다. 조지아 최고 드라이버, 조드) 덕분에 편안한 승차감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룸스 호텔에서 내려올 때 필요했던 체인을 구다 우리를 향하면서 다시 풀러야 했다.
계속 내리는 눈으로 시야확보다 힘든 날이었다.
엊그제 점심을 먹은 클럽 2100(연재글 3번에 등장)은 눈 속에 묻혀버렸다 (Club 2100 Hotel and Restaurant, Gudauri, 조지아)
므츠헤타가 가까워지고 해발고도 1000m 지점을 통과하니 거짓말처럼 눈이 없다
스테판츠민다에서 트빌리시로 들어오는 길에 몇 곳 두리번거리다 보니 숙소에 도착할 무렵 이미 도시에 어둠이 내려오고 있었다. 이 낯선 도시에서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야 한다.
트빌리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 통유리로 시야가 탁 틔인 거실, 싱글 침대 2개가 있는 방이 두개나 있는 여유 있는 공간, 당장 살림을 차려도 될 만큼 다 갖춘 주방까지. 이 완벽한 에어비앤비 숙소는 1박에 우리 돈 5만 원 정도로 가격까지 맘에 쏙드는 곳이었다. 문제는 기대하지 않은 변수들도 함께였다는 점이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알아볼 때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에어비앤비로 알아본 숙소, 예상 밖 변수
ep1.
에어비앤비에 안내된 대로 주소를 네비에 입력하고 도착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인적이 없고 커다란 철문만 있었다. 아마도 아파트 뒤편인 듯했다. 네비는 주소대로 우리를 안내했지만 넓은 아파트의 여러 출입구 중에서 가장 후미진 곳으로 우리를 안내한 듯 했다.
주변을 살펴보려고 차문을 열었다가, 그대로 닫아버렸다. 발을 딛으려는데 마약 투여에 쓰였을 것 같은 주사기들이 여럿 널브러져 있었던 것. 차문을 걸어 잠그고 구글맵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아파트 정문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다시 이동했다.
에어비앤비로 주택이나 아파트를 이용할 때에는주변 환경이 안전한 곳인지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사전에 구글맵을 통해 숙소 주변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ep2.
에어비앤비 검색에서 본 숙소는 쿠라강과 트빌리시 대성당이 한눈에 보이는 엄청난 뷰를 자랑했다. 리모델링이 잘 되어 있어서 사진으로만 봐서는 아파트가 아주 오래된 구축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도착해서 보니 우리나라 70년대에 지어진 5층짜리 주공아파트 단지와 느낌이 비슷했다.
앞서 주사기에 당황한 터라 이곳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어린(?) 30대 둘을 남겨두고 언니 두 분이 아파트와 숙소를 먼저 살펴보러 나섰다. 그리고 꾀 시간이 지나서야 두 분은 무척 상기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엘리베이터에 갇혀있었단다.
처음에 주민이 먼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잡아서 탔고 주소대로 층수 버튼을 눌렀단다. (아마 이때 버튼에 불이 켜지지 않았을 텐데 놓쳤을 것이다) 그리고 같이 탄 주민이 내리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불이 꺼지고 작동도 멈췄다는 것. 갖고 있던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서 주변을 살폈지만 별다른 방법을 몰라 한참 기다렸는데 외부에서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켜 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
알고 보니 동전을 넣어야만 작동하는 엘리베이터였다. 처음 탔을 때 함께 탄 주민이 동전을 넣는 것을 보지 못했고 그녀가 내리 자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고 멈춰있던 것이다. 늦지 않게 다음 이용객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두분은 어둠 속에서 낯선 공포를 경험했다. 이후에도 낡은 엘리베이터는 탈때마다 괴기스러운 소리를 내서 불안감을 안겨줬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할 때는 리모델링에 속지말고Old 건물인지 아닌지 꼭 확인해야 한다.
동전을 넣어야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4명 이상 탑승하면 멈춘다는 경고는 마지막날에야 봤다. 이미 성인 4명이 각자의 캐리어를 모두 들고 이용한 후였다.
ep3.
숙소 출입 방법을 안내받고 싶어 집주인에서 계속 메시지를 넣었지만 도착한 순간까지도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집주인은 메시지를 확인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다행히 답답했는지 가까이 있는 집주인이 직접 숙소로 와서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집주인은 미리 출입 관련 메시지를 보냈다는데 우리가 확인하지 못한 이유는 접속하는 기기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출발 전 예약은 모두 아이패드를 사용했다. 이후 현지에서는 아이폰을 통해 출입 방법을 문의했다. 약속된 입실 시간이 다가오자 집주인은 미리 출입 관련 상세 안내 메시지를 보냈고 뒤늦게 아이패드에서 확인이 됐다. 여행 중 아이폰으로 확인할 때는 내내 보이지 않았다. 기기 화면 크기가 달라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 기기 사용의 미숙함인지, 동일 계정임에도 접속하는 기기가 다르면 관련 예약 내용이 누적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인지 불분명하다.
다만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할 때 되도록 동일한 기기를 이용하면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는 다르지만 기기마다 다른 계정을 사용해서 혼선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ep4.
멀리서 온 손님들이 출입 방법을 모른다고 계속 메시지를 보내자 친절한 집주인이 직접 아파트로 찾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출입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른 주민들과 이야기가 길어지더니 파란색의 WAP라고 쓴 잠바를 입은 직원들이 바삐 오갔다. 당분간 단수란다.
여행지 숙소에서 물을 사용할 수 없다니 당장 씻는 일이 문제다. 간단하게라도 아침과 저녁을 집에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또한 계획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응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수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기약없이 우리는 2박을 했다. (이 여행기를 비행기에서 토테러를 당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또 씻지 못하는 꾀제제한 에피가 이어져서 찜찜하다. 양치는 생수를 사서 해결했고, 바로 다음날 아침 유황 온천으로 유명한 하맘에 가서 깨끗하게 씻었다. 정말로)
다시 말하지만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할 때 리모델링 환경만 보지말고 Old 건물인지 아닌지 꼭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렌트차를 이용한다면 주차공간이 넉넉한지도 꼭 체크해봐야 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현지 시간 6시쯤이라 주차는 가능했다. 출입과 단수 등의 문제로 시간을 빼앗기니 금새 8시, 저녁을 먹기 위해 나가면서 보니 이미 이중 주차가 되어있었다. 좀 늦게 도착했다면 주차 공간 때문에 꾀 난감했을 것이다. 여행객이라 연락처를 남기기도 어려우니 이중 주차를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렌트카를 이용할 생각이라면 사전에 주차장이 넉넉한지 꼭 체크되는 것이 좋겠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거라면 지하철 또는 버스 이용까지의 거리, 주요 관광지와의 거리 등도 꼭 고려해봐야 한다.
갑작스러운 단수에 키가 큰 집주인이 주민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단수로 미안했던 집주인은 숙소에 와서 그밖에 불편함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돌아갔다. 다행히 집주인은 좋은 사람이었다.
뷰는 정말 잊을 수 없다.
뷰가 정말 끝내줬다. (내 못난 사진 실력과 당시 사용하던 후진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이 원망스러울 뿐)
새벽에 해 뜨는 시간에 보이는 트빌리시는 정말 아름다웠다.
조용한 도시에 홀로 번쩍이는 트빌리시 성삼위일체 대성당과 새벽 공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숙소에서 보이는 트빌리시의 새벽, 중앙에 가장 환하게 빛나는 건물이 트빌리시 성삼위일체 대성당이다.
물이 나오지 않아서 끝내 중도에 나와야 했지만 멋진 경관은 잊을 수 없다.
창밖으로 트빌리시 성삼위일체 대성당이 빛나고 있는데 단수 소식에 눈에 안 들어온 모양이다.
아쉽게도 이 숙소는 중간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집주인은 35시간을 머물렀으나 물을 사용하지 못해 중도 퇴실하는 우리에게 지불했던 4박 숙박료를 전액을 환불해줬다. 우리는 운이 좋은 경우다. 환불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에어비앤비 숙소에서의 혼란으로 훔츠러든 우리는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은 늦게 들어와도 주차 걱정 없었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없었다. 무엇보다 물이 나왔고 응가도 편히 할 수 있었다.
무엇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주의사항을 생각하며 꼼꼼하게 따져보면 여행이 더 안락해질테니 선택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