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 준비
첫 손님을 받기 전 스스로 손님이 되어 출판전야를 이용했다. 운영자가 아닌 손님의 동선과 시선으로 서재를 살피며 부족한 점을 찾았다.
손님의 입장에 서야 보이는 불편이 있었다. 생각보다 갖춰야 할 게 많았다. 쓰레기통, 휴지걸이, 컵, 간식 트레이, 뚫어뻥 등 사소하지만 필요한 물건들을 들였다.
다음으로는 인스타그램 홍보 콘텐츠를 만들었다. 출판전야로의 유입은 100% 온라인으로 이뤄질 것이었기에 홍보 콘텐츠 제작은 중요했다.
출판전야를 누군가에게 알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예약형 1인 서재는 파티룸처럼 흔한 개념이 아니었다. 1인 서재가 무엇인지, 왜 그곳에 가야 하는지 추가 설명이 필요했다.
인스타그램 게시글로 만들어야 되기에 난이도가 올라갔다.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서재의 매력을 어필해야 됐다.
홍보의 소구점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이 많았다. 가장 쉬운 길은 출판전야를 프리미엄 독서실 혹은 작업실로 소개하는 거였다. 독서실이나 작업실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키워드니까.
세상에 이미 있는 언어로 출판전야를 소개하는 건 아쉬웠다. 서재의 매력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출판전야만의 언어를 만들어야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당연히 고독이었다. 출판전야의 핵심 주제인 고독이야말로 서재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그릇이었다.
문제는 나와 사람들의 고독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외로움과 고독이 어떻게 다른지, 왜 우리에게 고독이 필요한지 설명해야 됐다.
하나의 콘텐츠에서 고독과 서재를 모두 다뤄야 했다. 고독이 콘텐츠의 시작 지점, 서재가 콘텐츠의 목표 지점이었다.
두 지점을 지루하지 않게 연결하려면 이야기 방식이 알맞았다. 이야기엔 다음 내용이 궁금해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
이야기 방식을 택하니 서사를 이끌 인물이 필요했고 그건 자연스레 내가 되었다. 내가 어떤 고민을 거쳐 출판전야를 만들었는지 이야기하기로 했다.
우선 첫 페이지에서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여정 끝에 태어난 고독의 서재’라는 로그라인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 뒤로는 본론이 나왔다. 예술가를 위해 마음껏 고독해질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고 그게 출판전야라는 이야기.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중간중간 숫자와 릴케의 말을 넣었다.
기존 언어를 사용하는 대신 고독의 서재라는 출판전야만의 언어를 만들었다. 고민도 많이 하고 콘텐츠의 분량도 길어졌지만 마음에 들었다.
만약에 출판전야를 프리미엄 독서실이나 작업실로 알고 온 손님의 눈엔 어떤 게 들어올까. 아무래도 책상, 의자 그리고 조명의 브랜드가 뭔지 살피지 않을까.
출판전야에선 그런 것보다는 고독의 즐거움을 경험하길 바랐다. 그런 마음을 마중글이라는 이름의 편지에 꾹꾹 눌러 담아 서재에 두기도 했다.
마중글
안녕하세요.
몽상가의 은신처, 출판전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출판전야는 자기만의 삶을 써 내려가는 몽상가를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재입니다.
"고독만이, 온전한 고독만이 시작과 끝을 가능케 한다."
세잔의 미학적 멘토, 들라크루아가 한 말입니다.
고독에 침잠하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희미했던 목소리가 침묵 속에서 울려 퍼집니다.
마음을 받쳐 줄 두껍고 단단한 책상 앞에 앉으면
자연스레 손끝이 움직일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게 차츰 몰입에 빠져,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무아지경에 이르길 바랍니다.
그 순간을 거쳐 이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고독의 여정을 함께 하게 되어 설렙니다.
우리는 비록 마주한 적이 없지만 인연입니다.
출판전야 지기 올림
일단 나는 마중글에 나온 흐름대로 출판전야에서 고독의 즐거움을 느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서재에서 조명이 비추는 책상 앞에 앉으면 자연스레 글이 써졌다.
서재의 평상에 누워 눈을 감고 애정하는 앨범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다. 음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들은 적이 있었던가.
외로움과 고독은 확실히 다르다. 외로움과 달리 고독은 내가 선택한 것, 나를 얽맨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일종의 명상이다. 이런 즐거움을 출판전야에 올 몽상가 분들도 경험하길 바랐다.
그러려면 출판전야 홍보 콘텐츠 외에도 네이버지도와 예약에서 노출될 콘텐츠 등 챙겨야 할 게 많았다. 다행히 서재에서 몰입이 잘 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준비했다.
그렇게 첫 번째 몽상가를 받기 전 마지막 밤이 깊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