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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Jun 15. 2024

책상 1

서재의 얼굴

서재의 중심은 책상이다.
책상은 서재의 문패와도 같다.

- 아무튼 서재, 김윤관


책상은 나의 모든 글들이 태어나는 심장이자 온 우주의 중심이므로 일단 책상의 위치가 정해져야 다른 가구들이 자리를 잡을 터였다.

- 자기만의 방으로, 안희연 외 9명


출판전야를 만들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건 책상이었다. 앞선 문장에서 얘기한 것처럼 책상은 서재의 얼굴과도 같은 가구이니까.


데이데이 팀과의 미팅 때도 책상이 정해져야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책상을 정하지 않으면 디자인을 시작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전부터 점찍어 놓은 책상이 있었다. 뉴도큐먼트라는 브랜드의 모션 데스크였다. 디자인이 깔끔하고 만듦새도 좋아 보였다. New Document라는 이름도 마음에 들고.


부동산 계약을 하고 얼마 뒤 책상을 보러 양재에 있는 뉴도큐먼트 쇼룸에 갔다. 1600X800 사이즈의 검은색 모션 데스크가 창가에 놓여져 있었다.

모션 데스크

사진에서 본 것처럼 간결하면서도 만듦새가 좋은 책상이었다. 상판이 오르내리는 것도 부드럽고 소리도 점잖았다. 모션 데스크 모터로 유명한 리낙의 제품을 쓴다고 했다.


내 기대를 충족하는 책상이었다. 근데 왜인지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좋은 책상인 건 분명했지만 아 이거다하고 꽂히는 느낌이 없었다.


책상 투어에 함께해 준 엄마와 누나에게도 책상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물었다. 쇼룸의 다른 가구들을 둘러보던 둘 모두 깔끔한 책상이네 정도의 심심한 답을 해 주었다.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이는 반응에 의구심이 들었다. 이 책상이 과연 출판전야에서 중심을 잘 잡아 줄 수 있을까.


손님이 출판전야에 들어왔을 때 이곳의 중심은 책상이구나하고 단번에 알아차리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책상이 필요했다.


한창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엄마가 옆에 와서 멋진 책상을 봤다고 말씀하셨다. 엄마를 따라가니 드넓은 상판을 가진 나무 책상이 하나 있었다. 2000X1000보다 커 보였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책상

판매용은 아니고 쇼룸 직원 분이 업무를 보거나 상담을 할 때 쓰는 책상이었다. 물어보니 쇼룸에서 직접 주문 제작한 책상이라고 하셨다.


내가 고민하는 모습을 본 직원 분은 디자인을 고려하면 일반 책상이 낫다고 말씀해 주셨다. 모션 데스크가 주로 사무실 용으로 나오다 보니 아직까지는 디자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얘기였다.


생각해 보면 책상이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상판의 역할이 중요했다. 근데 모션 데스크는 상판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너비와 두께면에서 포기해야 되는 게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누나도 꼭 모션 데스크여야 하는 건지 물었다. 꼭 모션 데스크여야 하는가. 고민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모션 데스크를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손님이 자신의 체형에 맞게 책상 높이를 조절할 수 있기를 바랐다. 손님마다 체형이 천차만별일 테니까.


내 생각을 듣고 누나는 높이 조절은 의자로 충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직원 분과 누나의 얘기를 들으니 꼭 모션 데스크로 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결국 이 날에는 책상을 정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렌트프리 기간이 한 달이었기에 책상을 서둘러 정해야 했다.


이때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책상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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