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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이다 Jul 19. 2022

그림자의 역설

그림에세이(15)

사진이든, 그림이든 그림자 하나가 그저 그런 평범한 장소를, 인상적인 분위기의 풍경으로 바꾸어놓기도 한다.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 안에 깃든 세상 풍경도 함께 마주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에게 드리워진 그림자 한 조각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그때부터 민숭민숭해 보였던 사람이 달라보이고 인간적인 매력과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느끼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사람에게 깃든 어떤 삶의 서사를 감지하게 돼서가 아닐까 싶다. 인간은 자기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이에게 본능적으로 눈이 가고 귀가 열리는 특성을 지닌 존재이므로. 


어떤 사물에 그림자가 생기게 하려면, 빛의 방향과 각도가 중요한데 햇빛이나 조명이 그것의 바로 머리 위에서 떨어지면 그림자는 사물 안으로 숨어버린다. 어떻게 보면, 항상 정수리 위에서 햇빛이 빛나는 것처럼 날마다 환하고 밝게 사는 이가 가장 깊고 큰 근심과 슬픔을 지녔을지도 모르겠다. 그림자를 밖으로 표출하기 두려워 자기 안으로 삭힌 채로 사는 이는 결국 자기 존재를 짙은 그림자 속으로 침잠시키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림자를 다시 그림자 속으로 몰아넣는 이들에 관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주변에 그림자를 찾을 수가 없는 이가 있다면, 그는 자기만의 서사를 밖으로 드러낼 수가 없는 이가 아닐까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늘 그렇듯이, 우리 이야기의 시작은 자기 그림자를 찾는 데부터 시작되고, 커다란 나무 그림자 아래서 다리를 쉬면서 나누었고, 그렇게 나누었던 서로의 그림자 안에서 지혜와 사랑과 연민을 키워왔을 테니까. 


<그림자의 역설>, 목탄, 16절,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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