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하반기의 비소설 BEST5

by 이기자

2016년 하반기에 읽은 40여 권의 책 가운데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BEST10을 뽑았다. 소설에서 5권, 비소설에서 5권. 하반기에 읽은 책 중에서 고른 것이지 하반기에 출간된 책 중에서 고른 것은 아니다. 10권 중 올해 출간된 책은 5권. 다음은 비소설 BES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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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2016년 7월 출간/ 수 클리볼드/ 반비)


책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답이 뻔히 정해진 질문이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하게 만드는 질문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읽는 내내 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어째서 당신의 아이에 대해 그렇게 모를 수 있느냐고. 그러고도 엄마냐고. 이런 질문은 결국 독자가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살인범을 어떻게 볼 것인가. 수 클리볼드는 아들을 변호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인가. 이 책은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질문이 쏟아지는 책이다.

리뷰 - https://brunch.co.kr/@vitmania86/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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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건부두로 가는 길(2010년 1월 출간/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사)


말이 필요 없는 시대의 고전이다. 이제야 읽은 것이 부끄러울 정도다. <1984>나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조지 오웰이 쓴 르포르타주다. 영국 북부 탄광 지대를 직접 다녀온 뒤에 어째서 진보정당이 노동계급의 외면을 받는지 그 이유를 정리했다. 세밀한 묘사와 탁월한 분석이 빛나는 책이다. 조지 오웰이 묘사한 노동계급의 삶은 21세기인 지금도 다를 것이 없다. 조지 오웰이 분석한 노동계급이 진보정당을 외면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다. 100년 동안 이 세계가 멈춰 서기라도 했던 걸까.

리뷰 - https://brunch.co.kr/@vitmania86/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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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성혐오 그 후(2016년 10월 출간/ 이현재/ 들녘)


비체라는 개념. object에 접두사 'a-'를 붙여 만든 abject라는 개념. 이현재는 비체를 "어떤 존재를 무엇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무엇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경계에 갇히지 않는 존재다. 올해 가장 뜨거운 키워드였던 여성혐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여성혐오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나는 이 책에 가장 눈이 간다. 비체라는 개념이 어떤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리뷰 - https://brunch.co.kr/@vitmania8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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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7의 인간(2004년 11월 출간/ 존 버거/ 눈빛)


제발트와 함께 올해 가장 열심히 읽은 작가는 존 버거다. 이 책은 1970년대 유럽 이민노동자의 삶을 근거리에서 바라본다. 중동이나 동유럽에서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산업국가로 건너오는 이민노동자들. 그들은 끊임없이 교체할 수 있는 기계의 부품과 다름없다. 부품은 한없이 생산할 수 있으므로 이민노동자들은 마치 불사의 존재처럼 받아들여진다. 과연 그런가. 그들도 고향이 있고 가족이 있고 꿈이 있다. 존 버거는 특유의 서정적인 묘사와 날카로운 분석으로 이민노동자 문제의 핵심에 다가간다. 이민노동자들은 그들의 국가에서 가장 진취적인 노동력이었기에 그들의 모국은 경제 발전이 지체된다. 지체는 격차로 이어진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작동한 방식이다. 이제는 유통기한이 거의 다 된 자본주의의 슬픈 풍경이 담긴 책이다.

리뷰 - https://brunch.co.kr/@vitmania8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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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더그라운드(2010년 11월 출간/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봐야 할 책이다. 이 책이 하루키 월드의 변곡점이 됐다. <노르웨이의 숲>과 <1Q84> 사이에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다리가 놓여 있다. 도쿄지하철 사린테러 사건의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언론에서는 무시하거나 생략한 이야기를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발굴했다. 사린테러 사건은 재앙이었다. 하루키가 재앙을 다루는 방식은 아주 신중하고 섬세하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담겨 있다. 언젠가 하루키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다면 이 책 덕분이리라 생각한다.

리뷰 - https://brunch.co.kr/@vitmania86/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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