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에 읽은 40여 권의 책 가운데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BEST10을 뽑았다. 소설에서 5권, 비소설에서 5권. 하반기에 읽은 책 중에서 고른 것이지 하반기에 출간된 책 중에서 고른 것은 아니다. 10권 중 올해 출간된 책은 5권. 먼저 소설 BEST5. 5위부터.
마르코 폴로와 쿠빌라이 칸의 환상적인 대화록. 책에 등장하는 55개의 도시는 모두 이탈로 칼비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도시들의 어떤 이미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책을 덮으면 쿠빌라이 칸의 물음과 마르코 폴로의 답만이 남는다.
"어쩌면 이 세상에는 쓰레기로 뒤덮인 황량한 땅과 칸 왕궁의 공중 정원만 남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을 나누어놓는 것은 우리의 눈꺼풀이지만 어떤 게 안이고 어떤 게 밖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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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트를 아예 읽지 않은 많은 사람이 있겠지만, 제발트를 한 권만 읽고 끝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배수아의 말은 과장이 없다. 제발트는 관습적인 언어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다. 제발트는 백발의 여행자처럼 우리의 일상에 균열을 낸다. 제발트는 폭력과 망각 속에 묻혀 있던 수많은 영혼들의 이야기를 되살려 냈다. 이민자들은 그의 재능이 빚어낸 탁월한 성과의 하나다. 나는 우리에게도 제발트 같은 작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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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서늘하다. 올 한 해 한국 문학이 선전했다고들 하는데 내게는 김금희의 이 소설집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조중균의 세계>는 올해 최고의 단편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고, 표제작이기도 한 <너무 한낮의 연애>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포삿포삿포포삿포한 소설이다.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기 힘들다. 꼭 읽어볼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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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땅 위에 시를 짓는 일입니다."
정지돈의 단편 <건축이냐 혁명이냐>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리고 마쓰이에 마사시의 이 소설은 말 그대로 건축이 어째서 땅 위에 시를 짓는 일인지 보여준다. 일본 소설을 읽으며 청량감을 느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설국>에 비견할 만한 소설이라는 출판사의 책 소개가 과언은 아니다. 충격적이거나 끔찍한 사건은 없다. 담백하고 깨끗한 문장이 있다. 이것만으로도 좋은 소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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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의 자서전은 얼핏 보았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그리스 고전을 포스트 모더니즘의 관점에서 재해석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결코 어려운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고, 사랑에 대한 감정을 내가 그동안 접한 그 어떤 이야기보다 뭉클하고 아름답게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 책을 읽고 막혀 있던 것들이 쓸려나가는 쾌감을 느꼈다. 단연 올해의 소설이다. 소설가 김연수 등이 참여하는 소설 리뷰 사이트 '소설리스트'에서도 올해의 해외 소설로 이 책을 꼽았다고 한다. 탁월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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