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지요, 이렇게 쓰는 줄 6

환해서 웃는 사람들 너머로 해가 스며들고 있었다.

by 김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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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다행이라면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거. 인간은 또 살고 나아간다는 거. 물론 반려동물도.


77. 누군가는 안전 불감증으로 보이겠지만, 서로 그리 심각하지 않은 얼굴로 마주 볼 수 있었다.


78. 사람을 보면 안심이 되었다. 계속 문자 메시지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사람을 보러 사람은 바깥으로 나왔다. 바깥은 환했다. 환해서 웃는 사람들 너머로 해가 스며들고 있었다.


79. 시낭송 지도사가 되려고 찾아온 사람이었다. 아직도 그런 걸 하려고 합니까? 시를 읽으려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80. 소나무재선충병. 소나무재선충병. 소나무재선충병. 소나무재선충병.


81. 그러니까 조금 더 열망을 가진 사람이었다. 살겠다는 열망이 강한 사람이 여기 놓여서 이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82. 기타 등등.이라는 제목의 시를 쓴다고 하면 난 기타에도 포함되지 못한 등등을 떠올렸다.


83. 광역 알뜰 교통카드를 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돈 쓸 궁리만 계속했다. 계속 계속했다.


84. 미뤄둔 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몇 가지는 포기해야 마땅한데 고집만 부리고 있었다. 고집만 부리면서


85. 물음표를 가지고 물어보기. 김민정 시인에게 메일 보내기. 일 번 보내서 두루 질문하기. 이번 띠지를 분석하기? 검은 나는 나나?


86. 나로부터 삐져나온 사람이 나와 아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신기해서 자꾸 나오게 했다. 나와 점점 닮아진다는 진실이 계단을 내려왔다. 보수 공사를 마친 신전 앞에서.


87. 당신도 당신 나름이라서 오랫동안 줄곧 힘들어했을 거 같다. 그런데 나 만큼은 아닐 거다. 당신은 날 버렸고 나는


88. 옷을 사면서 알았다. 옷을 사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자꾸만 걸어두었다.


89. 점멸등은 각자 따로 점멸했다.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을 거다. 같은 속도로 점멸하면서 불빛의 타이밍 같은 게 맞았겠지.


90. 색으로만 꽃을 구분하곤 했다. 다음은 향. 다음은 모양. 다음은 계절. 높이와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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