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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an 04. 2024

지치지 않을

0571

딱 버틸 만큼만 약속할 거야.

딱 무너질 만큼만 헤어질 거야.


어제는 평소보다 먼 길을 떠났지,

돌아올 욕심을 부리는 걸 잊은 걸까.


요즘 들어 체면을 자주 서랍에 두고 나와.

종종 염치로 둔갑해 서로를 당황케 하지.


하나의 소멸을 생각해.

그럴 때마다 왜 이리 빈약해지는 느낌이 드는지.

찬란한 사건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어차피 지치지 않을 계획이라면 노트의 다음 장을 펼치고 빼곡하게 써내려 갈 거야.

숨이 찰 때마다 쉼표로 숨을 돌리고 따옴표로 싸서 벽걸이에 걸어놓거나 찬장에 넣어둘 거야.


차곡차곡


https://brunch.co.kr/@voice4u/430


근래 공중파 아나운서로 은퇴한 분으로부터 신년인사를 받았어.

전화벨이 울리자 아차차 탄식이 먼저 나왔지.


내가 먼저 했었어야 했어.

나의 안녕을 염려하고 나의 건강을 기원하는 그의 말끝마다 나는 부끄러웠지.

나의 무심함이

나의 무관심이

나의 게으름이

작게 소리치고 있었지.


그리워한 건 제가 먼저였어요


부질없는 말들을 삼키고 더 큰 감사를 링크해 보내드렸어.


이 모든 무례함 들은 지친 탓일 게야.


예를 갖추려면 적어도 지치지 않아야 해.


그 대상이 꼭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이라도 그럴 것일 테지.


-지치긴 했나 보다. 

글로도 

자꾸 반말을 하는 걸 보니.-



https://brunch.co.kr/@voice4u/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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