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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08. 2024

산책 나간 잠

0606

불면을 당했다.


잠은 오고 가는 문제인가.


한 잔의 커피가 이를 가로막았다.


잠이 늦은 밤까지 멀리 가버렸다.


새벽에야 겨우 돌아온 잠은 한낮까지 나를 침대에서 내리누르고 있다.


카페인이 내게는 막강한 위력이다.


열 시만 넘으면 감기는 눈꺼풀을 무려 네 시간이나 붙들어 놓는다.


이미 소등한 후라 몸을 일으켜 무언가 시작하려 불을 밝히면 내일의 일정은 흐트러질 터이니 그저 이불속에서 눈만 말똥말똥하고 머릿속만 뒤진다.


불면은 벌써 잠든 고민들과 걱정들을 하나씩 흔들어 깨우고 시비를 건다.


불면의 원인이 카페인에서 주렁주렁 천장에 널린 걱정거리들로 옮겨간다.


걱정은 물질이 아닌데 몸에 닿자 반응한다.

급속도로 번지고 번식하다가 번아웃시킨다.

걱정은 걱정의 이유보다 걱정자체가 돌덩이다.

미세한 카페인 알맹이가 거대한 걱정바위가 된다.

그걸 몇 개 들었다 옮겼다 하니 어느새 깊은 새벽이다.

이러다 안 되겠다 싶을 즈음 달에 걸어놓고 몸을 돌려 잠을 급히 호출한다.

그제야 산책 나간 잠이 어슬렁거리며 온다.


쿨쿨

드르렁드르렁


https://brunch.co.kr/@voice4u/495



자고 일어나니 걱정을 걸어둔 달이 온데간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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