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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쾌감증(anhedonia)

기쁨 무감각 상태

by Ubermensch

무쾌감증(anhedonia)이란 기쁨이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기분이 잠깐 우울한 것과 다르게 쾌감 자체를 느끼는 신경 회로가 둔해지거나 차단된 것이라, 마음을 먹거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우울한 사람은 티가 난다. 누가 봐도 난 힘든 상황이야 온몸에 슬픔이 흐르고, 엉엉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며, 심지어 자해나 자살 시도까지 하면서 위험신호를 보낸다. 오히려 이런 사람은 치료 가능성도, 회복 가능성도 높다. 주변의 관심과 본인의 극복 의지만 있다면.


오히려 무서운 것은 무쾌감증이다. 타인은 물론 본인 스스로조차 심각성을 눈치채기 어려운 까닭이다. 겉으로 특별히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아서 그렇다. 드라마틱한 절망의 표현도 없고, 기계적으로 일상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좀 차갑고 반응이 별로 없는 사람인가 보다. 감흥이 딱히 없나 보다. 하고 쉽게 지나치기 쉽다.


언젠가부터 부쩍 웃을 일이 사라졌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는데. 맛있는 음식을 입안 가득 머금고 꼭꼭 씹는 순간 퍼져나가는 행복감이 희미해졌다. 우리 집 고양이들의 바보 같은 행동을 봐도 입꼬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어쩌다 좋은 일이 생겨도 이후에 또 어떤 무서운 일이 닥쳐올까 나한테 이런 좋은 상황이 지속될 리 없잖아, 하고 의심부터 하게 된다. 난데없는 끔찍한 일이 찾아오면 오히려 차분해진다. 그럼 그렇지, 하고.


너는 어쩜 그렇게 꽃밭에 사니, 사회에 그렇게 치이고도 해맑은 게 신기하다. 하는 타박 섞인 이야기를 들었던 때도 있었다. 그땐 과자 껍데기만 바람에 날아가도 웃음이 꺄르르 났다. 그때와 지금은 뭐가 다를까. 뭘 더 해야 그때의 해맑음을 회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뭘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천천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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