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명상은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요가는 운동이자 명상이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많은 슬픔을 남겼지만
몇 가지 새로운 말도 남겼다
확찐자 : 집콕 생활로 갑자기 살이 찐 사람
그때 찐 살이 아직도 안 빠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코로나 때문일지 의심스럽다.
마기꾼(마스크+사기꾼) : 마스크를 썼을 때와 벗었을 때 외모 차이가 큰 사람
난 다른 쪽으로 깨달음을 얻었다.
눈이 예쁜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
의사 선생님들 덕분일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눈만을 보게 되니 예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코로나 블루 :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생긴 우울감과 무기력증
나에게 의미가 가장 크게 남은 것은 '코로나 블루'다.
'코로나 블루'는 우리 가족만 쓰는 단어 하나를 낳았다.
난 강의를 앞두고 있으면 상태가 바뀐다.
좋지 않은 쪽으로.
무표정이 되고, 한숨을 자주 쉬고, 예민해진다.
웃음의 횟수와 강도는 줄어든다.
아내는 그런 모습을 자주 보았고 한심스럽게 생각했다.
어느 날 내 옆을 지나가며 조롱하듯 한마디를 던졌다.
"요즘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유행이라더니, 이건 강의 블루네!"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강의 블루? 어, 그 말 괜찮네.'
그 말은 우리 식구들 사이에서 종종 쓰였고,
처제네까지 전파가 되었다.
"언니, 이번 주 주말에 언니집 놀러 가도 될까?"
"니 형부 강의 블루다."
"응. 다음에 갈게."
강의를 앞두고 걱정, 불안,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일은 이전부터 있었다.
5년? 많게는 10년도 더 됐을 것이다.
그런 성향이려니 했다.
아내가 '강의 블루'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부르게 되면서,
'강의 블루'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지는 않았고,
맞서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자주 경험하는 부정 상황이나 감정이 있다면, 그것을 낱말로 만들어보는 것은 부정 감정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두려움의 실체가 눈앞에 드러나야 맞설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마침 여러 차수로 오랫동안 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강의를 앞두고 있었다.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운동과 명상이 좋다고 했다.
두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게 있었다.
요가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라 요가 학원에 가기는 힘들었다.
그런 시기가 아니었어도 망설였을 것이다.
문화 센터에서 요가를 잠깐 해본 적이 있는데,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힘들었다.
거울을 봐도, 선생님을 봐도,
어김없이 여성들의 쫄쫄이가 눈길에 걸렸다.
오해받을까 봐 매트나 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요가 선생님이 자세를 잡아준다며 내 몸에 손을 댈까 봐 두렵기도 했다.
혹시나 방귀가 나오면 참을 수 있을까? 이런 걱정도 했다.
내향인 남자가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집에서 혼자 하기로 했다.
앱 하나를 설치해 맛보기 영상으로 요가를 했고,
결국 결제까지 했다.
처음으로 앱에 돈을 썼다.
요가 앱은 마음에 들었다.
영상 질이 좋았다.
루틴도 날마다 바뀌었고 설명도 자세했다.
자세가 엉망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강의 블루'만 잠재워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요가는 효과가 있었다.
불안과 걱정을 낮춰 주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작은 마지막에 하는 '사바아사나'다.
사바는 시체라는 뜻이고
아사나는 자세이라는 뜻이다.
힘을 쫙 빼고 매트 위에 시체처럼 누워있으면 된다.
50분 동안,
늘어나지 않으려는 근육과 힘줄을 최대한 늘리고,
평소에 쓰지 않아 편히 쉬던 근육을 부들부들 떨릴 만큼 괴롭히고 나면,
마지막에 사바아사나 10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50분의 고통은 10분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에 빠져들 때도 많았다.
나를 깨운 것은 내 코 고는 소리였다.
혼자 요가를 하면서 깨달은 몇 가지가 있다.
1. 오래 할 거라면 전문가에 배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전문가가 내 자세를 본다면 혀를 끌끌 찰까?
2. 혼자 할 거라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가자.
진도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동작을 취하는 것이다.
3. 어려운 동작을 무리하게 억지로 시도하지는 말자.
몸을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4. 어느 정도 동작에 익숙해지면 눈을 감는 시간을 늘리자.
눈을 감아야 자극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요가는 명상이다.
5. 요가를 할 시간이 15분 밖에 없어도 사바아사나는 꼭 하자.
사바아사나가 주는 쾌락을 충분히 느끼면 요가를 오래 할 수 있다.
6. 요가 매트는 바닥에 항상 깔아 두자.
낮잠 용으로 쓰더라도...
마음 안녕을 위한 첫 운동으로 요가를 해보면 어떨까.
준비물은 매트 하나면 충분하다.
학원에 가도 좋고 혼자 해도 좋다.
사바아사나의 맛을 본다면 당신도 빠져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