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크게 앓았습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비 오는 날 무릎이 아픈 것처럼, 가끔 우울한 기분이 마음에 꿈틀거립니다.
가족 중에 어른들이 하나 둘 돌아가시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어려서 몰랐는데 큰 이모부가 돌아가셨을 때는 이모나 엄마의 얼굴에 공포가 있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라서 그랬을까요. 한 사람의 세계가 닫히는 삼일, 그래도 이모부는 삼일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저는 하루도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식을 낳지 않을 것 같거든요. 게다가 집안의 막내라 제가 다 보내드리고 혼자 남을 것 같아요. 잘 죽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화장터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방을 발견하였습니다. 저기가 내 미래구나. 담담했습니다. 그래도 나라에서 장례를 치러 주겠거니 기대해 봅니다. 혹시 가족이 있어서 장례를 3일 동안 치를 수 있게 된다면 내가 남긴 동영상과 플래이리스트를 장례식장에 틀어놓고 싶습니다. 특히 My way라는 노래는 필히 꼭 틀고 싶어요. 그리고 기억되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어요.
죽음을 이야기하려면 사는 이야기를 해야만 합니다. 사는 것은 지금도 두렵습니다. 나이듬이 무섭고 우울감은 시시 때때로 자기 집 드나들듯 오고 갑니다. 그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 삶은 두려워만 하다 지나가는구나. 두려워서 피어나지 못하는 꽃처럼요. 꽃은 피어야 아름답죠. 꽃처럼 피어나고 싶어서 저의 시간을 살아내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여정, 나의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