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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17. 2023

산책은 나의 성벽

외로움이 저주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말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버둥 치는 것이 외로움을 대하는 나의 첫 자세였다면

지금은 외로움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


뛰기가 어렵다면

걷자. 


매일의 산책이 날 살릴 것이다.


외로움과 무기력감, 우울감이 두려워 매일 걸었다.

덕분에 저항할 힘이 생겼다.


산책은 수동적인 안전장치.

나는 기계가 아니지만,

정신(소프트웨어)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에

숨 쉬는 것처럼 매일 산책을 해야

살 수 있다는 설정을 했다.


정신은 죽고 싶어도 몸을 움직이면 정신이 되돌아오도록,

슬픈 감정들이 찾아오더라도

대항할 수 있도록

그렇게

산책은 나의 성벽이 되었다.


주변의 소음을 그대로 느끼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대로 느끼며

함께 걷는 반려견에게 대드는 주변 강아지를 감시하며

걷는 그런 산책이 좋았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외로움으로 채워지고

둘이 있어도 외롭고

혼자여도 외롭지만

혼자일 때 외로운 것이

둘일 때 외로운 것보다 나은 편이다.


고난의 시간을

견딘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

외로움이라는 생각마저 드는데

이 부분은

수만 시간 외로움을 견뎌낸 사람만이

동의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지옥이 따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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