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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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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17. 2023

1. 산책은 나의 성벽

외로움이 저주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말할 수 있게 되어무척 기쁘다.

어린 나이에 경험한 외로움을 원망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버둥 치는 것이 외로움을 대하는 나의 첫 자세 였다면

지금은 외로움이 반갑다, 어제부터 였던 것 같다.


혼자 산책을 하며 사색에 잠겨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 왔다.

혼자네,

라는 생각을 하며 걷는데

자유로웠다.

 

이젠, 외로움의 시간을 살아내는 방법을 알 것 같았다.

온전히 나로 사는 시간이

요즘엔 좋다.


외로움과 무기력감, 우울감이 두려워서 매일 걸었는데

이 때문인지 저항할 힘이 생긴 것 같다.

나의 정신에 수동적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나는 기계가 아니지만

정신(소프트웨어)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에

숨 쉬는 것 처럼 매일 산책을 해야

살 수 있다는 설정을 했다.


정신은 죽고 싶어도 몸을 움직이면 정신이 되돌아 오도록,

슬픈 감정들이 찾아 오더라도

대항할 수 있도록,

그렇게,

산책은 나의 성벽이 되었다.


산책할 때

이어폰을 꼽고 하기도 하는데
이래저래 다 해 본 결과,

산책은 핸드폰 없이 하는게 가장 좋았다.

주변의 소음을 그대로 느끼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대로 느끼며,

반려견에게 대드는 주변 강아지를 감시하며

걷는 그런 산책이 좋았다.  


어쩌면 나는
산책을 하며 명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외로움으로 채워지고

둘이 있어도 외롭고

혼자여도 외롭지만

혼자일때 외로운 것이

둘일 때 외로운 것 보다 나은 편이다.


고난의 시간을

견딘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

외로움이라는 생각마저 드는데

이 부분은

수만시간 외로움을 견뎌낸 사람만이

동의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지옥이 따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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