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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Mar 27. 2020

너의 세 번째 생일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3년 전 오늘,
우리 딸을 처음 만난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
  
그 잊지 못할 순간은
영화 속 이야기처럼 내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잊히지 않는 단 하나의 장면이 되겠지.
  
조그마한 투명 바구니 위에 놓여

하얀 포대기를 감싸고 수술실에서 나와
세상에 나온 걸 증명하듯 그치지 않고 울음을 토해내던

그 모습을 말이야.


항상 궁금했었어.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떤 소리를 낼지 말이야.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어.
  
하지만 세상에 나온 우리 딸은
꿈꿨던 그 어떤 모습보다 그 이상의,
이렇게 완벽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어.
  
잠깐의 어색한 만남을 뒤로하고
네가 신생아실로 떠나고 나니,
머릿속을 가득 채워 넘쳐흐르는 생각은

오로지 하나뿐이었어.
  
우리 딸을 사랑해주는 일을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생각.
  
그리고 3년 후인 오늘,
하연이를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건,
아빠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자

가장 잘하고 있는 일이 되어있네.
  
엄마는 아빠더러 유난스럽다고 해.
하지만 아빠는 그렇게 유난스러울 수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라.
  
유난스러워서 힘들 수 있기에

아빠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유난스러워서 아플 수 있기에

아빠가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으니,


유난스러워서 웃을 수 있기에

아빠가 잠시 쉬어갈 수 있어서,


유난스러워서 기쁠 수 있기에

아빠가 살아가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아빠는 앞으로도 계속

유난스럽게 우리 딸을 사랑할게.
  
언젠가 그 유난스러움이

딸에게 버겁게 느껴지거나 싫어지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이 오면 다시 유난스럽게,

조금씩 조금씩 놓아줄게.


아빠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야.
  


하연이의 세 번째 생일을 유난스럽게 축하해.

다른 곳이 아닌 우리 집으로 와줘서 고맙고,

사랑해.
  


아빠가.


생일 축하해 하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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