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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althy 웰씨킴 Oct 09. 2024

번아웃 극복을 위한 웜업 2. 버킷리스트 실행

대형, 소형견인, 보트조종2급 면허 따기

대형, 소형견인, 보트조종2급 면허 따기

소멸한 성취감은 어디로 갔을까..


1년 반 이상 운동을 지속하며 몸과 마음의 근육은 키워낸 것 같은데 여전히 사회생활에 대한 의욕은 없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듯 제자리만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엇을 해야 낮아진 자존감과 열정 그리고 성취감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답답해하던 차에 오랫동안 생각만 하고 있었던 버킷리스트가 떠올렸다. "당장 사회로 나가지 않더라 해도 지금 해보면 좋을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도전 할 수 일은 무엇일까?" 그중 리스트에서 눈에 띄었던 것이 대형 면허와 보트조종면허 취득이었다.

혼자 지내는 시간 동안 완전한 혼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산골로 들어가서 사는 것과 캠핑카를 타고 외지에서 지내는 것을 상상했었다. 그래, 버킷리스트를 실행할 기회는 지금이다. 무직 상태 2년인 나에게 의욕이 없었을 뿐 가장 많은 것이 시간이었으니 마음만 있다면 공부하고 시험을 준비하기에는 충분했다.



대형면허 독학으로 취득 하기  


우선 캠핑버스를 운전하기 위해 대형면허 취득에 도전하기로 했다. 1종 보통 면허 소지자로 필기 시험은 면제인 관계로 실기 시험만 유튜브와 블로그를 찾아보면서 눈에 익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기 시험을 치르기 위해 강남면허시험장과 서부면허시험장을 오가며 약 3개월 동안 8번의 불합격 후  9수 만에 합격을 할 수 있었다.


버스의 앞바퀴는 운전석 뒤에 있다. 일반 중소형 자동차의 경우 앞바퀴가 운전석 앞에 있기에 버스의 회전축과는 편차가 크고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앞바퀴 회전각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승용차 3대 길이의 버스를 굴절 코스에서 언제 돌려야 할지 영상으로 수없이 반복해서 봤지만 간접 경험한 것으로는 실물 버스에 대입하기까지 오려 걸렸고, 세 번째 시험까지는 굴절 코스 진입 전후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독학으로 대형면허를 한 번에 붙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었기에 몇 번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음 도전이어갔다. 다행히도 응시 횟수가 늘어날수록 버스의 높이감과 길이에 익숙해지면서 굴절은 쉬지 않고 한 번에 운전대를 돌려 나오는 정도가 되었는데, 그제야 "해볼 만 한데"라는 생각에 다섯 번째 시험은 합격을 확신했었다. 그러나 과신은 금물이다. 그날따라 굴절 진입에 세워져 있던 속도 표시판에 우측 사이드미러가 접히는 바람에 우측 바퀴 보조 거울에 의지해 운전 감을 믿으며 T자 코스까지 갔다가 꺾으려던 순간 잘 보이지 않아 80점 이하 점수 미달로 불합다. 여섯 번째부터는 T자까지 감점 없이 대부분 진행됐지만, T자를 마치고 나오며 직선코스를 가기 전 회전 코스에서 각을 못 찾고 두 번을 더 실격했다.

대형 버스는 왜 이리도 회전이 어려운 것인가. 나만 어려운 것일까.. 불합격 보다  기분이 상했던 것은 불합격 소리와 함께 달려오는 시험 감독관, 냉랭한 말투로 뒷자리에 타라며 운전석에서 밀려날 때였다. 초라했다. 운전경력 19년에 1종 보통 실기 시험에서 느껴봤던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줄이야.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안 되는 것일까... 10수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마지막 한 번만 더 시도해 보고 안 되면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아홉 번째 시험을 보았다. 그날은 이상했다. 물 흐르듯이 순식간에 흘러가는 느낌. 내가 운전하는 것이지만 이전의 내가 아닌 듯이 뚝딱뚝딱 잘 넘어가서 평행주차를 끝으로 코스를 마무리하고서 합격 소리를 들었다. 예스! 드디어 끝이다. 합격을 했는데도 시험 감독관이 달려왔다. 또다시 나를 뒷자리에 앉히고 출발지까지 자신이 운전을 했다. 그러나 이번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시험 감독관은 첫 코스인 굴절에서부터 멈춤 없이 부드럽게 운전하는 것을 보고 합격할 줄 알았다고 한다. 그 말 한마디가 그동안의 고생을 인정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두배로 행복한 합격을 맞았다.

대형면허 시험을 아홉 번 보는 동안 희로애락을 다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될 거면서 왜 여덟 번을 떨어진 것인지, 막상 무언가를 이루고 나면 지나온 과정이 더 쉬워 보이는 그 느낌,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위해 열정과 끈기를 보이며 될 때까지 매달려본 경험 또한 가물가물하니 9수 만에 취득한 버스 면허는 평생에 기억할 징글징글한 시험 에피소드로 남을 것 같다. 




소형견인면허까지?

대형면허 합격 이전에 여덟 번의 불합격이 계속되는 동안 성취감보다 좌절감이 더 컸었다. 그래서 버스가 안 되면 카라반이라도 끌고 다닐 수 있는 면허를 취득하자는 생각에 소형견인면허를 준비했다. 버스로 몇 번 시험을 봤더니 포터 트럭 정도는 거뜬해 보이는 느낌, 이것은 큰 일을 겪고 나면 다른 일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 효과인 것일까. 다시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실기 영상과 후기들을 참고하며 독학을 시작했다.

소형견인면허 시험은 1종 보통 트럭 후면에 트레일러를 매달고 굴절, 곡선, T 방향 전환 각 코스 3분 내 통과하는 것으로 합격 기준은 90점, 한 번 감점되면 불합격이다. 첫 시험을 위해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아갔고 대형면허와 달리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대화를 하며 시험 정보를 나누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보았던 영상을 상기하며 집합 교육 장소에 앉아있는데, 벽에 붙어있는 시험차량 기어봉이 눈에 띄었다. 

"이런, 몰랐으면 큰 일 날뻔했네.." 일반 수동 포터 차량의 경우 기어봉을 5단 아래로 내리면 되지만, 강남시험에 있는 시험차량의 경우 기어봉에 있는 링을 위로 올려 후진 기어에 넣어야 했다. 전혀 몰랐던 작동법에 순간 긴장을 했지만, 실기장에서 감점 없이 한 번에 100점으로 합격했다. 확실히 대형면허보다 쉬웠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대형면허도 그 후 합격을 한 것이다.

그래, 처음은 어렵다.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익숙해지면 사람은 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성취감, 아직도 부족하다


그러나 여전히 뭔가 아쉬운 느낌... 하는 김에 보트 조종면허 2급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독학이다. 보트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고 운전 경험이 없었기에 약간의 긴장도 있었다.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블로그 글들이 많았지만 집합교육을 받을 만큼 편안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홀로 유튜브와 블로그, 그리고 카페 정보를 토대로 공부를 시작했다.

정식 명칭은 동력수상레저기구 일반조종 2급으로 배수량 5톤 미만의 동력수상레저기구를 조종할 수 있으며, 이론과 실기 모두 60점 이상부터 합격이다. 해양관련 법규와 안전 및 관리 등에 대한 내용들로 시험 전 기출문제 700을 1회 읽었는데, 그마저도 550-650번 대의 문제는 시간상 보지 못하고 맨 앞에서 중간 그리고 맨 뒤의 문제들만 한 번씩 보았다. 이론 시험은 기출에서의 문제와 정답이 동일하게 출제되므로 대부분 문제와 정답 위주로 암기하면 된다고 했는데, 시험 당일 익숙한 문제들이 눈에 들어왔고 78점으로 합격했다. 번아웃을 겪는 동안 기억력도 저하되고 인지능력도 둔화된 것 같았는데 나의 뇌는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하니 짧은 순간 희열이 느껴졌다.


며칠 뒤 보트 실기를 위해 찾은 양화조종면허시험장에는 같은 시간대 지원자 17명이 모여 다들 어디에서 교육받았는지 물으며 정보를 나누고 있었다. 첫 시험, 독학으로서 아는 바가 없었기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팁을 귀동냥하며 조종레버와 코스를 눈으로 둘러보았다. 곧 실기시험이 시작되었고 응시 번호에 따라 2인 1조로 보트에 승했다. 실기 연습은 유튜브로 2급 조종면허 실기 영상을 100번 이상 보며 이미지트레이닝 했었다.과연 이게 될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코스와 시험 내용을 익혀둔 덕분인지 대부분의 코스는 별탈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어렵다는 코스인 사행 구간에서 속도와 각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뱀처럼 구불구불하다는 사행 코스는 휘어진 부분마다 장애물이 놓여 있어서 간격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고, 첫 진입 후 긴장한 탓인지 과속으로 짧고 굵게 폭주를 해버렸다. 그 순간 뒤통수에서도 느껴지는 기운으로는 감독관과 응시생 동승자가 살기 위해 손잡이를 붙들고 있는 듯했고 그렇다고 중간에 멈출 수는 없었기에 사행코스를 끝까지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심각한 경우는 사행 코스 중 실격처리가 된다고 했지만 다행히도 실격 없이 코스 마지막인 배를 선착장에 붙이는 접안까지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게 불합격이다.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것에 무턱대고 도전하는 정신, 그런데 그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행동으로, 신체로 하는 것은 나름 자신이 있었던 기억이 되살아 나며 다시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접수한 2차 실기 시험. 빠른 실기 응시를 위해 이번에는 반포조종면허시험장을 선택했고, 새로운 공간이지만 실기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괜찮을 것 같았다.

지난번 양화조종면허시험장에서의 보트 운전 처음이라 속도 조절 미흡했으니 이번 시험에서는 속도 전환 레버 조절과 사행 진입만 잘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시험 시작. "이안하십시오" 감독관의 출발 사인을 듣고 보트에 묶여 있던 계류줄 풀며 우렁차게 "배 밀어주십시오"를 외치며 출발했다. 자연스러웠다. 떨렸지만 떨리지 않은 척 잘했다. "나침 방위 15도로 변경하십시오" 감독관의 각도 변경 사인을 듣고 나침 방위 변경 후 "전후좌우 이상무"를 외치며 시원하게 강바람을 헤치고 정속을 지키며 질주했다. 도로 위에서의 주행과 물 위에서의 주행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물결에 따라 통통 튀는 배 위에서 미세하게 속도 레버를 컨트롤하면서 넓게 펼쳐진 물길을 달리는 기분, 새로운 해방감이 느껴져서 조종면허 시험을 보기로 한 것이 몇 년 만에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사이 지난번 폭주했던 사행 코스 앞에 도착했고 감독관은 속도를 높여 사행 코스를 진입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복명복창 후 지난번 보다 부드럽게 그러나 여전히 터프한 사행을 마치고, 인명구조 상황까지 마무리했다. 결과는 '합격'. 독학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며 배운 보트 조종을 직접 해 본 것도 신기했지만, 잘 해냈다는 생각에 몇 년 만에 제대로 된 성취감이 들었다.





"그래, 이 맛이지!"

이런 느낌 때문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지만 그동안은 무기력함에 빠져 그 무엇도 하지 않으려 했던 나를 잠시 되돌아보았다.

이미 지나간 날이다. 그리고 현재도 지속되는 상황이다.

끝나지 않은 번아웃, 그러나 조금만 더 노력하면 끝낼 수 있다는 희망. 그 사이 어디쯤에 내가 있었다.


9수 만에 합격한 대형면허, 두 번만에 합격한 보트조종면허 2급, 그리고 한 번만에 합격한 소형견인면허.

약 3개월 간 3가지 면허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나는 무언가에 열심을 다하는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한다면 하는 진득한 끈기와 의지까지가 내 안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쉼을 가지고 있었던 것뿐이는 믿음이 생겼다.

고립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서서히 사회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 본업에 지쳐버렸다면 뭐든 다른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보았다.

"지나가다 보니 버스운전기사 모집 글이 보이던데, 운전기사를 도전해 볼까?

아니다, 나는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하고, 화장실을 자주 가는데 신체적 불편을 감수하기는 어렵겠다.

그렇다면 보트조종면허로 바닷가에 가서 낚시를 하며 살까?

호주에서 보트가 정박해 있는 항구들을 보며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보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매일 타지는 않는다. 한 달에 몇 번, 가끔씩 쓰이는 것에 기름값과 보험료, 태풍이 오면 피해복구비까지... 실용적인 것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당장 나 하나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인데 신경쓸 일을 만들기에는 여력이 없으니 그것도 패스.


결국에는 어렵게 취득한 면허는 찰나의 기쁨과 성취감을 끝으로 한 장의 면허증으로만 남았다.


잠시나마 성취감도 느꼈고, 무언가에 열심을 다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 했는데 왜 그때 뿐일까?

너무 이상적인 버킷리스트만 실행해서 현실적으로 재기하기에는 연결성이 부족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배움과 도전이 필요하다. 그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나는 번아웃 극복을 위한 세 번째 시도를 준비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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