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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Sep 10. 2023

한국인과 김치

가난한 유학생의 생존기

나는 현재 캐나다에서 유학생 신분으로

 10 원이라도 아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공부를 하면서 학비까지 벌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한다.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했던가?


몸은 캐나다에 있지만 하루도 김치 없이 못 사는 나는


지난주 아시아 마트에서  사 온  김치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서 저녁으로 먹으려고

일터에 가지고 왔다.


보통 한국식으로 먹으려면 김치와 김이 필수인데

나는 한술 더 떠 김치도 필요하다.

사실 유학생에겐 김치도 사치인데 말이다.


가끔 코스코에서 사는 김치

어쨌든

한 달에 몇 번  김치를 한 통 사면 돈이 많이 들기에

한번 산 김치가 쉴 때까지

 최대한 아껴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캐나다에서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노숙자 센터.


일을 와보니
 오늘은  부엌에 남아있는  음식들이 엄청나다.
매주 토요일 저녁 센터에서 제공하는 파스타와 샌드위치

오늘처럼 일터에 먹을게 많이 있는 날은

"이게 웬 떡이야!"

하루종일 싱글벙글해진다.


내가 일하는 이곳은 원칙상으로는 식비는

급여에 포함이 안되어있어서

개개인이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지만

  

오늘같이 음식이 많이 있으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암묵적 동의하에

남겨질 음식들을 접시에 덜어먹고 스몰토크를 한다.


육아하는 친구들은  퇴근할 때  애들 먹인다며

 집에  싸가기도 한다.


오늘은 나도

저 많은 양의 샌드위치와 파스타를  보며

입맛을 다신다.


'여기 있는 걸 먹으면 될 것을  

 괜히 아까운 김치만 많이 썼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특히 한 푼이 소중한 유학생이기에

돈도 돈이지만

음식 만들 때 들어가는 시간도

 생각해 보면 아까운 실정이다.


그래서 그럴까?

내가 싸 온 이 김치볶음밥을 먹고 싶지 않다.


 내일 점심으로  먹을까?라는 생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면 내가 싸 온 김치볶음밥은

 내일 저녁으로 먹을 수 있는데....'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5분 경과 후 

내가 내린 결론은


'여기서 샌드위치 몇 개 집어먹어봐야 얼마나 좋겠어.

노숙자들을 먹으라고 남겨놓는 게 좋은 일 하는 거지.'


'지금 나는 일하면서 돈이 벌리고 있잖아!

힘들어도 내가 돈을 버는 걸로 어떻게든 해결하자.'


결국


 치사하게 살지 말자 라는 마음이

노숙자들을 위해 제공된

 공짜 샌드위치를 이겼고


지금은 오직 나 자신을 위해 만들어온

 김치볶음밥을  최대한 맛있게 먹은 후


의기양양, 위풍당당하게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이런 생각하는지도 아무도 모를 테지.


쉽지 않은 유학생활이지만

 지금 이곳에서 내가 일하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먼 훗 날 감히 돈주고도 사지 못하는만큼의

값어치있다고 생각한다. 


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에게 

노숙자 센터에서 일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힘을 주는 얻는 원동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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