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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Oct 24. 2018

아빠 건축가가 말하는 좋은 놀이터

[People we see] 공공살롱에서 만난 사람들

[People we see]에서는 Play Fund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함께 나눈 대화를 전합니다. 일상적으로, 업무 차원에서, 사적으로, 혹은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함께 나눈 생각과 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두 소장님께서 말씀하시는 좋은 놀이터란 그 동네와 대지에 맞는, 아이들의 잠재성을 배려하며 아이들의 다양함을 담을 수 있는 놀이 공간입니다. 그 의미는 동네에 관계없이 어딜 가든 똑같은 놀이 기구를 심어둔 놀이 기구 모음터가 아니라 공간감과 동네, 주변 환경까지 읽어낸 놀이’터’가 아닐까요?"


지난 10월 13일에 공공 그라운드에서 '어린이와 공공 공간' 주제로 공공 살롱이 있었습니다. 미 매니저도 '어린이를 위한 열린 공간과 놀이 환경'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미 매니저와 함께 연사로 참여하신 분들이 바로 이유에스플러스건축아빠 건축가 서민우 소장님, 지정우 소장님입니다. 평소에 동답초 놀이터를 비롯해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의 따뜻한 프로젝트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던 터라 이번 기회가 정말 반가웠습니다. 과연 아빠 건축가가 이야기하는 어린이가 주인이 되는 놀이터는 어떤 공간일까요?

 

본인 어린 시절과 각자의 아이들 모습을 보여주시며 "자연스럽게"시작한 강연


196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지금의 놀이터


놀이터라는 개념이 생긴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처음에 불을 피우거나 무언가를 만들며 노는 Sand box에서 시작해서 1900년대 초반에 구조물이 등장하고 1960년대가 되어서야 건축물 형태의 구조가 있는 놀이터가 등장했습니다. 어째서인지 1960년대 한국 영화에서 나오는 놀이터가 눈에 익습니다. 4S라고 불리는 시소, 그네, 미끄럼틀, 모래가 있는 놀이터의 모습이 지금의 조합형 놀이터과 다르지 않습니다. 2018년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1960년대의 놀이터라니, 소장님께서 영화 스틸컷을 보여주실 때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 '서울의 지붕밑(1961)'에 나오는 놀이터의 모습


좋은 놀이터를 만드는 '정직한 재료'


1960년대와 비교했을 때 놀이터 모습만큼이나 변하지 않은 건 재료인 것 같습니다. 대량 양산에 최적화된 재료죠. 요새 대부분의 재료는 플라스틱입니다. 게다가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돌이 아닌데 돌인 척, 벽돌인 척, 나무인 척 정직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장님께서는 재료가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손, 감각, 피부의 감성을 느끼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직하지 않은 재료라는 건 아이들이 재료에 대한 감각, 감수성을 배우는 기회를 놓치는 의미인 거죠. 꼭 돌이나 나무와 같은 자연 재료가 아니더라도 재료 본연의 물성과 감각,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 정직한 재료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사례가 바로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이 소다 미술관에 구현했던 '구름 속의 산책' 바구니 놀이터인 것 같습니다. 일상 속 재료인 세탁 바구니 500여 개를 가지고 바구니가 가진 물성을 충분히 활용하여 가볍고 비싸지 않은 멋진 놀이터를 만들 수 있는 거죠.(제작 과정 살펴보기)


바구니의 그림자까지 놀이가 되는 공간 (출처: 이유에스플러스건축 블로그)


좋은 놀이터란 아이들을 위한 '여지가 있는' 공간


그렇다면 놀이터 공간 구성은 어떨까요? 바구니 놀이터를 보면 아이들은 바구니 구름에서 물이 모여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구경하거나 바구니를 머리에 쓰기도 하며 신나게 놉니다. 두 소장님께서 말씀하시는 좋은 놀이터가 바로 이런 놀이터입니다. 어른들이 생각했을 때 “아이들이 저걸 가지고 어떻게 놀지?”라고 생각이 드는 놀이터에서 오히려 아이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놀이를 찾으며 재밌게 놀 수 있다는 거죠. 결국 건축가는 공간에서 이야기할 거리를 던져주고 사용자인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놀이 '기구'로서의 놀이터 vs 놀이 '공간'으로서의 놀이터


반면 놀이 기구는 어떤 연령대 아이가 어떻게 놀면 좋은지 연령 구분과 놀이 활동이 다소 명확합니다. 여지가 적다고 할까요? 그러나 놀이 공간으로서의 놀이터는 한쪽으로 유도하거나 치우치지 않은 중성적인(neutral) 공간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다양한 행위를 담을 수 있죠. 예를 들어 드럼통을 연결해서 만든 미국 앨라배마 놀이터는 연령 제한이 없습니다. 가보면 큰 형이 아이를 끌어주기도 하고, 밀어주기도 하고, 혼합 연령 간 놀이가 일어납니다. 놀이 '공간'으로서의 놀이터가 더 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가능성이 있는 거죠.

 

자유롭게 드럼통 위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Photo credit: TIMOTHY HURSLEY,  출처: 이유에스플러스건축 블로그)


결국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이 말하는 좋은 놀이터란 그 동네와 대지에 맞는, 아이들의 잠재성을 배려하며 아이들의 다양함을 담을 수 있는 놀이 ‘공간’입니다. 그 의미는 동네에 관계없이 어딜 가든 똑같은 놀이 기구를 심어둔 놀이 기구 모음터가 아니라 공간감과 주변 환경까지 읽어낸 공간으로서의 놀이’터’가 아닐까요?

 

언덕 없는 신도시 평지 위에 새로운 공간감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해솔초 놀이터 (출처: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웹페이지)


아빠 건축가로서 좋은 놀이터를 만드는 방법


그렇다면 좋은 놀이터는 어떻게 만들까요?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의 두 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답을 이렇습니다.

아빠의 마음으로 어린이의 생각을 읽고 건축가의 지혜를 바탕으로 좋은 공간을 만드는 과정


파주 해솔초 놀이터를 만들면서 어린이 워크숍 했던 이야기를 말씀하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용자로서의 아이들이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4주간 아이들이 놀이터에 대한 바람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팀별 활동으로 콜라주로 해보고 모형도 만들고 팀별 발표를 해보는 시간인데요. 핵심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건축가적인 생각과 상상으로 이야기를 해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추상화하고 상상해서 숨겨진 마음을 확인하는 거죠.


아빠 마음을 가진 따뜻한 건축가가 해석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출처: 이유에스플러스건축 블로그)


아이들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건축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보는 것 (출처: 이유에스플러스건축 블로그)


예를 들어 소장님께서 워크숍 때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______다”라는 질문을 했을 때 아이들은 '마음의 쉼터'와 같은 추상적인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 모호하다고 그냥 넘기는 게 아니라, 건축가적인 생각으로 한번 더 관심을 가지고 '쉼터'라는 공간이 내포하는 ‘걸터앉고 싶은 마음’이라는 해석을 해보는 거죠. 다른 예로 “놀이터에서 ______한 놀이를 하고 싶다”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역시나 아이들은 '차별 없는 놀이를 하고 싶다'는 두리뭉실한 답을 주었지요. 차별 없는 놀이가 의미하는 답을 해석함에 있어서 건축가적 지혜를 발휘하여 '구분 없이 함께 어울리며 놀 수 있는 공간'까지 상상이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정답은 없지만 건축가적 지혜에 아이를 향한 관심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더해지면 이용자인 아이들이 좋아하는, 좋은 놀이터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두 소장님께서는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목소리를 진심을 다해 들어보고 건축가적 지혜를 가지고 다양하게 해석하고 상상하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좋은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셨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좋은 놀이 공간, 환경이라는 것이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혹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좋은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두 소장님을 통해 좋은 놀이터에 대한 하나의 따뜻한 답을 만난 것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목소리를 들을 필요 없다고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이용자'니까 다른 공간을 기획할 때처럼 목소리를 듣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열린 마음. 아이들이 던지는 모호한 구름 같은 말도 애정 어린 관심과 전문가적 지혜로 상상하고 해석해보려는 노력. 그리고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실행해가는 힘. 이유에스플러스건축에서 하고 계신 따뜻한 시선과 새로운 접근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좋은 놀이터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해솔초 놀이터에서, 두 소장님의 모습. (출처: 지정우 소장님 페이스북)



강연이 끝나고..


강연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려 아쉬웠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은 어떠셨을까? 두 소장님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졌지요. 그.래.서!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아빠 건축가의 못다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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