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Vaccination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왔다. 거의 처음 나가는 외출이라 머리속으로 시나리오도 짜보고, 손수건부터 쪽쪽이, 그리고 젖병과 분유 등을 바리바리 챙겼다. 외출의 목적은 바로 예방접종.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던 시기.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설 때까지, 나와 아내는 긴장했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생명에게 바이러스를 일부러 주입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프지 않게 하려는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프지 않기 위해선 ‘조금 아파야’ 했다.
그날 맞은 건 흔히 ‘불주사’라고 불리는 결핵 백신, BCG였다. 나도 어릴 적 이 주사에 대한 기억이 있다. 팔 위에 사마귀처럼 도드라졌던 흔적,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괜히 겁먹고 긴장했던 마음(내가 어릴 때에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불주사를 맞았었다). 하지만 요즘은 방식이 달라졌다. 바늘을 찌르기보다 도장처럼 팔 위에 톡톡 두 번 찍는 경피용 방식이라는 것도 있었다. 그렇게 맞은 날, 윤우는 많이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버텨줬다. 오히려 긴장하고 있던 쪽은 우리 부부였다.
‘Vaccination’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vacca, 즉 ‘암소’에서 유래했다. 18세기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牛痘)를 이용해 천연두를 예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병의 일부를 받아들이는 일. 낯선 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지만, 그 낯섦이 결국 아이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 울음을 들으며 움찔하면서도, 우리는 그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바늘 하나로 아이의 앞날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일. 다 지켜줄 순 없지만, 그 작은 통증을 감내시키는 선택들이 모여, 언젠가 아이가 세상 속에서 버틸 힘으로 자라나리라 믿는다. 예방접종을 마친 아이는 금세 울음을 멈추고 어리둥절해 보이는 표정을 짓다가 또 평소처럼 논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안도하고, 또 배워간다—이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기에, 우리도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믿어줘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