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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츠인마이트립 Feb 18. 2016

[서울] 달콤 살벌 이색 데이트, 목동 실탄사격장

언제까지 뻔한 데이트만 할 건가? 대체 언제까지 시시한 인형 뽑기 사격만 할 건가? 이제 진짜 총을 쏴 보자. 고막을 울리고 알싸한 화약냄새가 풍기는 실탄 사격의 세계. 남자들에겐 군대의 추억을 되새기고 강한 남자의 면모를 뽐내는 시간이, 여자들에겐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본격 이색 데이트, 실탄 사격 지금 바로 출발해보자.



서울에는 실탄 사격장이 회현, 목동 등에 있는데,  그중 우리가 갈 곳은 바로 목동에 있는 실탄 사격장이다. 여기가 좋은 점은 실탄 사격뿐만 아니라 올림픽 경기에서나 보던 공기총 사격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왕 이색 데이트하는 거 좀 더 다채로운 경험이 하고 싶다면, 회현보다는 목동 실탄 사격장이 제격일 것이다. 여긴 목동 종합운동장 옆에 위치해서 찾아가기도 쉬운데, 가장 가까운 역은 오목교역으로 도보로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올림픽에서 금빛 탄환을 쏘았던 진종오 선수를 기억하는가? 필자는 아직도 숨 죽여가며 경기를 지켜봤던 기억이 나는데, 이때 쓰이는 총기가 바로 공기총이다. 공기총은 공기를 압축했다가 분사하는 힘으로 탄환을 발사하는데 상대적으로 반동이 약해 여자가 쏘기에도 부담이 없다. 참고로 목동 실탄 사격장에는 공기 소총과 공기 권총 두 가지 종류가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잡으면 된다.



이날 필자가 고른 총은 공기 소총이었다. 명색이 처음 쏘는 공기총인데 뭔가 커다란 총을 쏴보고 싶었달까? 그렇게 공기 소총 앞에 앉았는데, 군대에서 K2를 쏴본 적은 있었어도 공기총은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얼을 타기 시작했다.‘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하는 찰나, 다행히도 사격장에 상주하는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사용법을 알려주셨다. 그렇게 필자는 교육을 받고 인생 처음으로 공기총 사격을 준비했다. 묘하게 떨려오는 기분 좋은 긴장감, 필자는 배운 대로 탄환을 공기총에 넣고 장전을 했다. 그리고 개머리 판을 어깻죽지에 바짝 붙이고 조준점에 눈을 갖다 댄 뒤, 표적을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그렇게 조준점과 표적을 일직선으로 맞추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근데 이게 웬걸”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반동과 소음에 맥이 풀려버렸다. 공기총은 확실히 K2와 달랐다. 그래도 좋았던 건, 공기총 사격은 부담이 없던 터라 여자친구와 웃으며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로 놀리기도 하고, 표적지를 비교해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즐겁게 사격을 했다. 그런데이게 만약 실탄 사격이었다면? 아마 웃고 떠들고 할 순 없었을 거다. 안전을 위해 직원들이 그렇게 두지도 않았을 뿐 더러 우리 조차 긴장돼서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기총 사격은 그럴 걱정 없다. 뭐랄까 공기총 사격은 인형 뽑기 사격과 실탄 사격 그 사이에 있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연인끼리 공기총 사격을 하러 갔다면, 서로 내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면서 즐겁게 사격 데이트를 해보자. 실탄 사격만큼의 스릴은 없겠지만 공기총 사격만으로도 충분히 이색적인 데이트가 가능할 것이다. 참고로 공기총 사격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차분해서 더 잘한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도 내기 사격에서 지고 말았다…



“이 정도론 부족해! 나는 좀 더 진짜 같은 사격이 하고  싶어!”라는 사람들은 주목, 지금부터 실탄 사격장으로 입장하도록 하겠다. 미리 말해두지만, 실탄 사격은 공기총 사격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긴장된다. 그래서 사격장의 분위기도 공기총 사격장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공기총 사격장과 달리 방탄조끼와 차음 귀마개를 착용한다. 실탄 사격이라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진짜 총은 반동과 소음이 겁날 정도로 크다.



목동 실탄 사격장은 베레타, 글록, 데저트 이글, 매그넘 리볼버 등 총 16종류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매니아들은 골라 쏘는 맛이, 초심자들은 영화에서나 봤던 총을 직접 만져보고 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가격은 총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장 저렴한 총기류는 베레타 92, 글록 17과 같은 기본형 반자동 권총이다. 그리고 이 두 총기가 기본형 중에선 가장 인기가 많다.



이름은 익히 들어봤을 베레타 92는 영화 쉬리에서 한석규, 최민식이 썼던 바로 그 권총이다. 뿐만 아니라 베레타는 공동경비구역 JSA과 다이하드, 영웅본색에도 등장했을 정도로 액션 영화계의 단골손님이라 할 수 있다. 자, 이번에는 자기가 좋아했던 영화 속 장면을 상상하면서 베레타를 쥐어보자. 조금 오글거리더라도 할 수 없다. 총기 휴대가 금지된 우리나라에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속 권총을 쥐어보는 경험은 흔한 게 아니니까.


이어서 등장하는 인기 권총 글록 17도 베레타 92 못지않게 영화에 자주 출현했던 몸이다. 쏠트, 007 스카이폴 등에서 글록 17이 등장했다. 모델이 조금 차이 나긴 하지만,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쏜 총도 글록이다.


이외에도 피어스 브로스넌이 007에서 썼던 월터, 베를린에서 류승범이 썼던 데저트 이글 등 다양한 권총이 있기 때문에 취향에 맞게 골라서 쏘면 된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방탄조끼와 차음 귀마개를 착용하고 사격장에 입장하니 벌써부터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르다. 알싸한 화약냄새 그리고 차음 귀마개를 썼음에도 고막을 울리는 격발음. 그렇게 권총을 잡기도 전부터 묘한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배정된 위치에 서니 사슬에 묶인 권총과 저 앞에 놓인 표적지가 보인다. 이제야 내가 실탄 사격을 하러 왔다는 게 실감 난다. 실탄 사격장에선 1:1로 총기 사용 교육이 이뤄지고 끝날 때까지 지도를 해준다. 그렇게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장전을 하는 법, 조준하는 법, 방아쇠를 당기는 법까지 배운다. 실제로 베레타를 쥐어보니 묵직한 쇠의 느낌이 전해져 온다. 그리고 실탄을 넣고 장전을 한다. “철컥”. 긴장감에 손이 떨려오지만, 애써 조준점을 표적과 맞춰본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긴다. “탕!!”. 공기총 사격할 때와는 전혀 다른 반동, 전혀 다른 냄새, 전혀 다른 긴장감. 이게 실탄 사격이구나, 이게 진짜 권총이구나!



필자는 군대에서 총을 쏴봤음에도, 실탄 사격이 오랜만이기도 하고 권총사격은 처음이라 그런지 사격을 끝냈을 때 얼얼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 여자친구는 오죽했을까. 보아하니 필자보다 훨씬 더 얼얼해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여자친구는 특별한 경험을, 필자는 추억을 되새기고 강한 남자의 면모를 뽐내는 시간이 되었다. 실제로 우리는 모두  얼얼해하면서도 묘한 스릴과 특별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똑같은 데이트가 지루한가? 그래서 특별한 데이트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이번 데이트는 실탄 사격 데이트로 해보자. 실탄 사격이라고 너무 무서워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안전 요원에 의해 현장은 통제되고, 개인별 교육도 이뤄지기 때문에 안전하고 스릴 있는 데이트가 가능할 테니!


*Additional tips

목동 실탄 사격장은 오전 9시 30분 ~ 오후 6시 30분,  연중무휴이며 공기 소총은 만 9세, 공기 권총은 중학생, 실탄 사격은 만 14세부터 이용 가능하다. 특히 실탄 사격은 생년월일이 기재된 신분증이 꼭 있어야 한다.


공기 소총/ 공기 권총은 10발에 5,000원, 실탄 사격은 10발에 15,000원~40,000원으로 총기 종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글/사진 - 박영욱 작가(45ar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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