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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속삭임 Sep 25. 2024

5화 : 시어머니에게 병간호받는 며느리

허리통증으로 입원을 하다


 나는 결국 119에 실려 응급실오고 말았다.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던 그 병원이었다. 이동해 오는 내내 몸이 심하게 떨렸다. 추워서였을까, 두려워서였을까, 고통스러워서였을까. 응급실 침대에 겨우 누웠을 때, 당직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나는 흐느끼며 다리도 저리고 허리와 무릎통증이 심해서 너무 아프다 호소했다. 이대로 완전히 허리가 망가졌으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심에 휩싸여 패닉 상태에 가까웠다.

" 발을 옆으로 왔다 갔다 해보세요. 발가락도 움직여보시고요. 다리에 감각이 느껴지시나요? 디스크가 급성으로 터지게 되면 마비까지 올 수 있기 때문에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MRI를 찍어보죠."

 MRI실로 옮겨지는데 모두가 잠든 병원은 컴컴고요했다. 검사기계 안에서 꼼짝 못 하고 누워 간절히 빌었다.

'하나님, 제발 수술만은 안 게 해 주세요. 큰 이상 없게 해 주세요. 부탁이에요.'

검사를 하고 응급실로 다시 옮겨졌다. 응급실 침대는 딱딱해서 꼬리뼈 부분이 매우 배기고 아팠다. 그때 하필이면 모기 마리가 들어와 응급실을 휘젓고 다녔다. 안 그래도 살난스러워서 잠을 청하기조차 힘든데 모기까지 성가시게 얼굴 주변을 윙윙 맴돌았다. 불안하고 심란한 새벽이었다.

 아침 7시쯤 시어머니께서 병원으로 달려오셨다.

"새아가! 우짜노. 혼자 구급차 타고 왔다믄서. 아고 큰일이네.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데?"


"아직 결과는 못 들었어요, 어머니. 급하면 수술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아직 말이 없네요."


"그래. 고생했네. 아파서 어떡하노. 얼른 눈 좀 붙여라."

"근데 어머니, 저 화장실 좀 가고 싶어요. 일어나는 거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래, 도와줄게. "

어머님의 두 손을 잡고 겨우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부축을 받으며 몇 걸음 걸어보았다.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통증이 밀려와 걸을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간호사가 휠체어를 빌려주었다. 휠체어에 간신히 앉아 화장실로 갔다. 볼 일을 보고서도 어머님의 도움을 받아 겨우 일어나 다시 휠체어를 타고 응급실로 돌아왔다. 70대인 시어머니의 부축을 받아서 움직이는 30대 며느리라니. 내가 어머님을 부축해야 할 것 같은데 반대로 부축을 받고 있으니 참 민망하고 어이없으면서 어머님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림 출처 : copilot



 

 9시경, 입원 병실로 옮겨졌다. 회진을 도시는 담당의사 선생님께서 MRI 결과를 알려주셨다.


"지난번보다 섬유륜이 약간 더 찢어지긴 했는데 크게 나빠진 것은 아닙니다. 수술은 안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무릎도 부기와 염증은 있지만 인대나 관절이 파열된 것은 아닙니다. 일단 입원해서 상황을 좀 지켜보죠."


 휴. 수술은 안 해도 되고 심각하게 나빠진 상태가 아니라니 천만다행이었다. 그런데 의아했다. 크게 나빠지지는 않았다는데 왜 통증은 말도 안 되게 심해진 건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어머님께서는 남편이 퇴근해서 올 때까지 내 곁을 한참 지켜주시다 집으로 가셨다. 남편이 병원에 왔다. 병실에 들어선 남편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남편의 눈도 순식간에 붉어졌다. 우리에게 자꾸 이런 시련들이 이어지는 걸까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남편이 직장에 가있는 동안 둘째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막내형님네 댁에 당분간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막내형님이 워낙 아이를 잘 돌보시는 것을 알고 있어 걱정은 안 됐지만, 엄마와 아빠를 찾으며 울고 있을 6개월짜리 아이상상하면 마음이 아려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얼른 나아서 최대한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입원실은 4인실이었다. 70, 80대 할머니 세 분과 30대인 나, 이렇게 같은 병실 룸메이트였다. 좁은 병실에서 하루종일 같이 지내다 보면 금세 그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입원을 했는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할머니 한 분은 '다정한 할머니'였다. 다정한 할머니는 누워있는 나에게 와서 왜 입원했는지 물어봐주시고 먹을 것을 자꾸 챙겨주셨다. 새댁이 딱하다고, 잘 먹어야 얼른 낫는다고 하셨다. 포도며 사과며 요구르트며 음식을 주시는데 나는 침대에서 일어서는 게 힘들어 다음번 식사시간에 일어날 때까지 그 음식들을 쌓아둘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할머니는 '티비할머니'였다. 티비할머니는 티비보시는 걸 좋아하셔서 리모컨을 항상 갖고 계셨다. 허리보호대를 한 채로, 침대에 삐딱하게 기대어 앉아 트로트프로그램을 즐겨보셨다. 나도 누워서 함께 노래를 들었는데 구슬픈 트로트 곡조에 눈물이 자꾸 흘러나와 베갯잇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세 번째 할머니는 '인싸할머니'였다. 인싸할머니는 병실에 잘 안 계셨다. 허리보호대를 하고 다른 병실로 마실 다니시고, 자꾸 통화를 하러 밖으로 나가셨다. 한참 뒤에 돌아오시면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다녀왔다고 하셨다.


 할머니 세 분을 보며 놀란 점은 할머니들은 수술까지 하셨다는데 과일도 잘 깎아 먹고, 옷도 혼자서 잘 갈아입고, 누워서 운동도 하고, 외출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분명히 나는 MRI상으로 큰 문제가 없어서 수술을 안 해도 된다는데 반 송장이 되어 꼼짝 못 하고 누워있는 신세이고, 수술한 할머니들은 통증은 있어 보였지만 나보다 훨씬 편하게 움직이시고 하시고 싶은 일들을 다 하셨다. 뭐가 문제인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입원한 지 일주일이 다 되도록 나는 통나무처럼 뻣뻣이 누워 진통제 수액만 계속 맞고 있을 뿐 차도가 전혀 없었다. 우리 가족들은 내 몸에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큰 병원으로 옮겨보자고 했다. 나는 누워서 꼼짝 못 하는 신세라 처음엔 반대했지만 워낙 부모님께서 완강하게 말씀하셔서 거부하지 못하고 대학병원으로 옮겨보기로 결정. 잠시도 앉지 못해 밥도 서서 먹는 상태였기에, 자차로 이동할 수가 없어서 사설 구급차를 부르기로 했다. 예약한 시간 찾아온 사설구급대원들은 나를 들것에 실어서 구급차로 옮겨주었다. 그렇게 나는 우리 지역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부산의 대학병원으로 또 실려가게 되었다.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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