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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굴 Feb 01. 2024

스틸 엄마

 

엄마가 아무래도 치매 같아. 


셋째 언니가 보낸 카톡 한 줄은 우리를 대 혼란에 빠트렸다.  


치매라는 병에 근접 경험은 없다. 다만 다들 두려워하는 문제라 나에게도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저자는 뇌과학을 연구하는 신경학 박사다. 그녀에게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있다. 소설은 전지적 치매 당사자 시점이다. 


만약 엄마가 치매라면 ‘스틸 앨리스’를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모든 문제는 내 앞에 떨어졌때 비로소 실체가 보인다. 치매는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과 맞닥트렸을 때 숨어버리려는 기제가 작용한 거라 들은 것 같다. 어떤 충격으로 왜 기억을 지우기로 한 건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과연 엄마는 그 무엇이 이유가 치매라는 병에 숨어들었을까. 그 걸 알아낼 수 있다면 엄마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언니, 우리도 처음엔 전혀 몰랐어. 일주일 주기로 친정 엄마를 챙겨 오던 후배의 말이었다. 큰 아들 사업이 부도가 나 감옥까지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받은 충격이 치매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간격으로 알 수 없다가 판정을 받고부터는 밀린 숙제 토하듯 본색을 드러냈다고 했다. 내가 그 소식을 전하자 형제들은 더욱 겁을 먹었다. 우린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했다. '엄마와 치매 여행' 우리는 다소 낭만적인 합의를 도출시켰다.


셋째 언니에게는 말을 부풀려 시선을 집중시킨다. 조울증을 겪으며 생긴 버릇이었다. 버릇이 반복되자 형제들은 셋째 언니를 믿어 주지 않았다. 이번에도 과장일거라 여겼지만 고령인 엄마 나이가 변수였다. 여행 계획을 세운 것은 세째 언니 입에서 나온 말의 가벼움과 여든 여덟이라는 연령의 무거움이 절충한 결과였다. 종일 같이 보내며 각자 치매 증세가 느껴지는지 살펴보자는 의미로 말이다.   


여행지를 멀지 않은 예산으로 정했다. 여행에 대한 기대는 자기 감흥이 섞였을 때 흥이 더해진다. 내가 각자의 관심사와 모두의 공통분모를 얼개로 코스를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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