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시간, 문득 치킨에 맥주가 땡깁니다. 혹시... 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당연히 맥주는 없습니다. 배달앱을 켜니, 다행히 치킨과 맥주를 함께 배달해주는 식당이 있습니다. (배달음식 주문 시, 전체 금액 중 술의 비중이 50% 이하일 때 주류 배달이 가능합니다. �) 결제 후 손꼽아 치느님을 기다리기 몇 분 후, 벨이 울립니다.
'문 앞에 두고 가 주세요'
현관 앞 배달을 선택했는데, 왜 굳이 초인종을 누르는 거지. 배달원이 다급히 문을 두드리기까지 합니다. 자취 X 연차... 야심한 시간, 혼자 사는 처지에 문을 벌컥 열 용기를 내기 어렵습니다.. (무서워...!)
주류 배달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성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두려움을 뒤로 한채 신분증을 꺼내 들고 문을 엽니다. 잠시간의 어색함을 지나, 치느님을 영접하니 그저 행복하기만 한데...
난 항상 치킨이 땡긴다... (출처 : 배달의 민족)
대면이 필수인 '주류 배달' 때문에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배달 서비스들은 미성년자의 주류 구입을 막기 위해 배달 시 배달원이 주문자의 신원을 확인해야 하고, 확인이 불가하면 환불 조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반 음식점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 영업정지를 당하듯! 배달 음식점도 처지는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배달음식 시킨 변호사 부부 갑질'이 떠들썩했습니다. 주류와 음식을 함께 주문한 고객(A 씨)에게 배달원이 문 앞에 도착해서 성인인증을 요청했는데요. A 씨는 '단골이고 본인이 변호사니까 집 앞에 놓고 가라'라고 했답니다. 여러 차례 성인인증을 요청해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자 배달원은 결국 '주류는 환불하겠습니다'라는 응답과 함께 음식만 남기고, 술은 다시 가지고 자리를 떴는데요, 몇 분 뒤 주문자 A 씨는 음식점 점주에게 '나오라고 했는데 왜 갔냐' 고 따지며 음식도 가져가라, 단 환불해줘라. 무식이 도를 넘는다 등의 폭언을 했다고 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문제가 된 배달과 온라인 주류 판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술 테이크아웃을 허용한 미국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4단계가 된 것도 몇 주째. 밖에 나다니기 두렵기도 하거니와, 애당초 음식점은 아홉 시 이후까지 밖에 영업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음식점 매출은 급감한 반면, 홈술' 인기가 폭발하면서 편의점 주류 판매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다른 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 19가 창궐한 이후....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식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을 사례로 들자면, 2020년 3월부터 뉴욕에서만 8천 개의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고, 텍사스에서는 70만 명의 식당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이런 힘든 상황을 타계해보고자, 미국의 일부 주에서 주류 포장 판매와 배달을 일시적으로 허용했습니다.
미국은 식당에서 술만 포장 판매하는 것은 완전히 불법이었습니다. 해변, 공원, 길가 같은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영화에서 노숙자들이 술을 노란색 종이봉투에 싸서 마시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그렇게 숨긴다고 해도 어쨌든 밖에서 마시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여파로 음식점 상황이 너무 악화되자 미국의 일부 주에서 식당이 술을 테이크아웃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죠. 음식점에서는 일반적으로 술이 음식보다 마진율이 높습니다. 미국 레스토랑 협회 추산에 따르면, 포장 판매의 10%가 주류 매출이라고 하네요.
※ 참고로 한국은 음식점에서 술만 포장하여 테이크 아웃하는 것은 원래부터 합법이었습니다.
온라인 주류 판매는?
코로나 확산 이후 미국, 2020년 3~4월 주류 판매 매출 증가율 (전년 동기간 대비 기준)
일본은 3000㎘ 미만 규모의 양조장을 대상으로 주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들을 위해 긴급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고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온라인 주류 판매는 불법입니다. 전통주에 한 해는 일부 주류만 허용하고 있지요. 수제 맥주 시장은 온라인 판매 규제로 성장에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제 맥주는 그나마 규모가 큰 기업들이라 작은 기업은 자리보전이 어렵죠. 일부는 '일본의 사례처럼 소규모 업체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술을 자판기에서 살 수 있게 된다고?
그 와중 반갑고 애매한 소식. 지난 6월, 편의점에서 주류 자판기를 도입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승인되었습니다. 전통주, 일반 주류에 제한은 없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주류 판매는 불가하고 주류 자판기는 허용되는 것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요. 애당초 청소년이 신분을 도용하여 온라인으로 술을 구매할까 봐 온라인 주류 판매를 막은 것이 본 취지인데, 무인 주류 자판기 또한 이런 위험은 여전하다는 논조입니다.
덧. 우버는 음식 배달 서비스에 이어 주류 배송 부문까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주류 배송 서비스 스타트업임 '드리즐리'를 1조 23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 온라인 주류시장이 크게 늘어난 점이 이번 인수의 중요한 배경이지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 내 온라인 주류 판매는 전년대비 80% 성장했으니까요. 이에 따라 미국은 연내 세계 최대 온라인 주류시장인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코로나가 견인한 홈술 트렌드 속에서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온라인 주류 판매. 언젠가 규제가 풀릴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