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바 운영 대신 캔들을 만들다

주객전도, 마케팅을 위한 캔들 가내 수공업

by 누리

온라인 마케팅은 항상 힘듭니다. 개인 SNS던, 회사 유튜브 페이지던, 와인바 네이버 예약 페이지던 말입니다. 예기치 않은 급방문 손님도 너무나 감사하지만...! 예약 후 방문해주시는 손님은 그보다 조금 더 감사합니다. 방문 예정 시간, 인원수를 미리 예측할 수 있으니 테이블 배치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고 얼마나 바쁠지나 그날 매출도 대략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죠. 그뿐이 아닙니다. 네이버로 예약한 손님이 리뷰를 써주면 가점이 부여되어 상위 노출에 도움이 되는 알고리즘도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 저는 잘 모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손님이 예약을 하도록 매력 포인트를 발산할 수 있을까요?

Untitled.png 예약하고 리뷰를 쓰면 무려 김치찌개에 껍데기를 준다는데...?! 안 쓸 이유 무엇.


예약 손님에게 어떤 혜택을 준다는 마케팅을 종종 목격합니다. 가게를 검색할 때,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이 식당'을 예약하게끔 하려면

음식이 정말 맛있거나

가게 분위기가 정말 좋거나

인스타그래머블하게 힙하거나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특이점이 있거나 (김치말이 순대 파스타 같은)

가시적인 혜택이 있어야 할 겁니다.


다른 조건이 비슷비슷하다면, 마지막 전략, 가시적 혜택을 고민해보아야 할 텐데요. 위처럼 예약 손님 대상 서비스 같은 것이겠지요. '일곱잔' 와인바도 같은 고민을 합니다. 어떤 혜택을 줘야 할까요?



첫 번째 프로모션


'글라스 와인을 한 잔 줄까?' '우리가 판매하는 안주 중 하나를 양을 줄여서 줘볼까?' '쿠키 같은 건 어때?' '근처의 힙한 디저트 가게랑 콜라보를 해볼까..?'


'일곱잔'을 오픈하기 전, 일대에서 꽤 유명한 레스토랑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할 겸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와인을 파는 곳에서 와인을 서비스로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 와인이 조금 부족해서 한 병을 더 시키려고 했다면, 서비스 잔 와인 때문에 다음 병을 시키지 않을 수 있다. 판매 중인 메뉴를 서비스로 주는 것도 독이 될 수 있다'


다양한 고민 끝에 '치즈 케이크'를 예약 혜택으로 주기로 합니다. 원래 메뉴에 없기도 하고, 와인 맛을 크게 해치지도 않고요. 마침 2-3월이라 발렌타인/화이트 데이 마케팅으로도 괜찮아 보입니다.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예약 손님께는 달달한 치즈케이크를 서비스로 드립니다.'

Untitled 1.png 갖은 노력으로 데코를 했으나 달이 찌그러져버린 치즈케익

위에 살짝 견과류로 토핑 하고, 메이플 시럽을 뿌려내니 그럭저럭 봐줄만합니다. 그렇게 두어 달 치즈케이크 프로모션을 하고.. 사실상 예약 증대의 실효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채 프로모션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다시 고민

그리고 두어 달이 지나, 뭔가 다른 획기적인 예약 혜택이 없을까 하고 고민합니다.

'여름이니까 아이스크림은 어떨까?'
'너무 달아서 와인이 쓰게 느껴질 것 같은데..?'
'수박화채는 어때?
'수박 껍질 어떻게 처리할 거...? (ㅋㅋㅋ) 대학생 준co 생각난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다가, 드는 의문.

꼭 먹는 것이 서비스여야 할까?

이후 이어진 이야기들. '꽃 한 송이를 주면 어때? '생화 관리 힘들 텐데..?' '엽서..?' '받고 안 좋아할 거 같은데.'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윤 사장 : '흠... 혹시 캔들은 어때? 작은 와인잔 같은 용기를 찾아서 거기다 왁스를 녹이고 좀 꾸미면 나름 그럴듯하지 않을까? 내가 와인 공방 하는 지인한테 물어볼게'

그리고 그때부터 캔들 지옥이 시작되는데....



가내수공업 시작

캔들 공방 하는 지인의 지인에게 클래스를 요청하려 했더니, 매장이 이사 예정이라 당분간은 어렵다고 합니다. ^^; 예에에전에 (3년 전쯤) 취미로 캔들 클래스를 수강한 경험을 살려 직접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인터넷으로 재료를 이빠이 사고... 이제 시작해보겠습니다. (feat. 똥 손도 금손처럼 캔들 만드는 법) 택배 박스를 뜯어서 테이블에 깝니다. 캔들 왁스가 많이 흐르기 때문에 신문지든 뭐든 꼭 까셔야 합니다. (아님 후회함)


KakaoTalk_20210704_154429284_24.jpg 아직 셀프 캔들 공방 시작하기 전. 깔끔한 집 상태



준비물들...

KakaoTalk_20210704_154429284_23.jpg 드라이플라워, 포장재, 아로마 오일, 심지, 스티커, 금가루, 왁스 등등등....

1. 왁스

젤과 소이 두 종류를 준비했습니다.

젤 왁스는 투명하고 , 녹는점이 높습니다. 전자레인지로 녹일 수는 없어서 가스레인지 가장 약한 불로 가열해야 합니다.

소이 왁스는 불투명한 우윳빛입니다. 녹는점이 낮아서 전자레인지로 녹일 수 있습니다. 대신 굳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윤 사장 피셜) 취향 껏 선택하십시오.


2. 아로마 향

원하는 향을 구매하시면 됩니다. 저는 동업자인 '조르디 사장'이 예전에 쓰던 오일을 저에게 무료 당근 해주었습니다. (티트리, 호호바, 레몬그라스, 유칼립투스, 라벤더 등등) 추가로 레몬/라임향만 구매했습니다.


3. 색소

와인 컨셉이기 때문에 붉은빛을 띠게 할 색소를 준비했습니다. 고체형인데 정말 손톱의 때만큼 넣어도 발색이 잘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4. 캔들 심지와, 심지를 고정하는 스티커 & 나무젓가락

캔들 심지를 붙이고 그냥 왁스를 부으면 심지가 그대로 무너져버립니다. 나무젓가락 사이에 심지를 끼우고 고정하면 심지를 90도 각도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5. 스테인리스 바켓/종이컵

젤 왁스는 스테인리스 바켓이나 냄비에 데워서 녹입니다. 녹은 왁스를 종이컵에 옮겨서 색소를 넣거나 향을 첨가합니다.


6. 온도계

아로마 오일을 넣는 온도와, 왁스를 용기에 따르는 정확한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함) - 없어도 무방할 듯합니다.


7. 용기

왁스를 예쁘게 굳힐 용기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집에서 놀고 있는 소주잔이나, 안 쓰는 머그컵도 가능하지만 기왕이면 투명하게 이쁜 용기가 좋겠죠? 저는 앞서 말했든 아주 작은 와인잔 모양의 용기를 구매했습니다. (쿠팡에서 미니 와인잔으로 검색)


8. 각종 부자재

캔들 위에 올릴 금가루, 말린 꽃 등은 취향 껏 준비하면 됩니다.



이제 드디어 시작! 젤 왁스를 적당히 뜯어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고 가스레인지가 꺼지지 않는 수준의 최고 약불을(불이 죽을랑 말랑) 켜도록 마이크로 매니징 합니다. 아래 사진의 가스레인지도 불이 켜진 상태입니다. 왁스가 대충 다 녹았다 싶을 때까지 천천히 녹입니다. 생각보다 시간은 좀 걸립니다. (저는 15분쯤 걸렸음)

KakaoTalk_20210704_154429284_17.jpg 거의 다 녹아가는 왁스들


왁스가 녹을 동안 절대 놀고 있으면 안 됩니다. (할 일 많음) 용기에 캔들 심지를 붙여줍니다. 동그란 스티커를 캔들 심지에 붙이고, 이를 용기에 붙입니다. (고양이가 신기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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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에 스티커를 붙여 용기에 붙입니다

그리고 캔들 심지가 넘어지지 않게 젓가락 사이에 심지를 끼워 고정해둡니다. 요렇게요!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집...

KakaoTalk_20210704_154429284_16.jpg 나무젓가락 고정 필수!

캔들 심지 세팅이 끝났으면, 왁스에 넣을 아로마 향을 고릅니다. 이미 골라서 사셨다면 그것들만 꺼내오시면 됩니다. 전 양도받은 15개 정도의 향에서 아래 리스트를 골랐습니다. 하나의 향만 써도 되고 원하는 대로 블렌딩 하여 배합해도 됩니다.

KakaoTalk_20210704_154429284_18.jpg 이번 가내수공업에 사용한 향들

그리고 조화를 작게 작게 잘라서 데코용으로 준비해둡니다. 워낙 용기가 작기 때문에 데코용 재료도 작게 작게 자릅니다. (거의 1cm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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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의 드라이 플라워를 우측처럼!

이제 왁스가 얼추 녹았습니다. 녹은 왁스를 종이컵에 옮기고 온도가 살짝 떨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온도가 너무 높지 않고, 70-80도 정도일 때 향을 첨가해야 향이 확 날아가버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온도계를 썼다가... 나중에는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대충 때려 넣었습니다. 온도 보고 자시고 할 여유 없음...

KakaoTalk_20210704_154429284_14.jpg 원래는 온도를 재며 향을 첨가해야 하는데..

그리고 용기의 5/3 정도 투명한 왁스를 붓고 우선 굳힙니다. 그리고 위에는 색소를 넣은 왁스를 쌓아줄 거예요. 그러데이션 느낌으로! 앞서 재료 소개 때도 언급했지만 붉은색 색소는 정말 정말 여기 중간에 색소를 넣거나, 투명한 왁스만 먼저 굳히는 사진이 없는 건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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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에 부은 붉은 왁스가 반쯤 굳으면 준비해둔 말린 꽃, 금가루 등을 조화롭게 올립니다. 캔들 위에 꽃꽂이를 한다는 느낌으로요. 취향껏 올리면 되지만, 심지 바로 주변은 피해 줍시다. 같이 타면 연기가 나거든요.


이런 식으로 녹색의 잎과 장미, 푸른색 유칼립투스, 티트리, 핑크와 하늘색의 스토베, 그리고 금가루를 적당히 얹어 냅니다. 꽤 그럴듯하죠? 투명 - 빨강으로 분리된 왁스 층이 잘 보입니다.


KakaoTalk_20210704_154429284_12.jpg 그리고 아비규환이 된 집....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플라스틱 케이스 밑에 도일리 페이퍼를 깔고 캔들을 넣어줍니다. 도일리 페이퍼는 다이소에서 100장에 천 원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 위에 리본과 드라이플라워를 글루건으로 함께 고정해주면 끗! (포장도 정성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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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보다는 시원한 칵테일 느낌이 더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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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내 수공업은 쉽지 않습니다... (아직 40개 더 만들어야함...)



이렇게 와인바 마케팅 이야기로 시작해서 캔들 DIY 방법으로 끝난 오늘의 브런치... 다음 주부터 예약 손님에게 미니 캔들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과연 이것이 예약 손님을 늘리는 전략으로 유효할까요? 사실 큰 효과를 기대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더 좋은 기억으로 '일곱잔' 와인바와 일곱잔의 사장을 떠올려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목표 초과 달성일 텝니다.


손님, 여기 일곱잔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



▶ 일곱잔 와인바가 궁금하시다면? 언제든 놀러 오세요! (윤사장 얘기하면 안주 서비스 ㅎ)



와인바 창업기


일곱잔 와인바 사장님들은?




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일곱잔' 와인바 사장 @신사

와디즈 경영추진팀


(전)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독일 UN, FCMI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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