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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하는 알바 해법은 무엇?

세상에 지각 안 하는 알바는 없는 걸까

by 누리
세상에 지각 안 하는 알바는 없는 걸까...?


회사 업무를 빠르게 정리하고 헐레벌떡 와인바에 도착했습니다. 5시 50분! 세이프. 와인바에 들어서마자마 목격한 광경은? 오픈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아비규환의 와인바. 테이블에 올라간 의자가 하나도 내려져 있지 않고 입고된 와인 정리도 제대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이 5시 정시에 도착했다면 있을 수 없는 사태입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6시 예약 손님들이 일찍 와서 식은땀이 뻘뻘 흐르네요. 그야말로 화장 전 민낯, 그것도 샤워도 안 한 와인바의 민낯을 보여주는 꼴입니다.

화면 캡처 2023-02-19 111036.jpg 쌩얼은 너무 부끄럽다구...



알바생의 업무

일곱잔 알바생은 5시까지 출근해서 한 시간 동안 오픈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오픈 매뉴얼도 아래처럼 정리되어 있어요. 이것저것 많아 보이지만 조금만 숙달되면 빠르게 오픈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식자재 소분 외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거든요.

화면 캡처 2023-02-19 105502.jpg

입고된 식자재나 와인이 많지 않을 때는 오픈 시간에 여유가 있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알바를 오래 하다 보면 점차 지각이 상습적으로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알바가 먼저 와서 오픈을 해놓으면 사장이 오픈시간에 도착하는 구조라서 알바가 늦는지 확인을 매번 할 수도 없어요. 굳이 출근 여부를 확인하려면 cctv를 볼 수는 있겠지만 번거롭기도 하고, cctv로 보고 있다고 알바생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감시받는 느낌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신뢰를 기반으로 상호 확인할 일을 없게 만들면 가장 좋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1a0af054-cad9-4242-930a-8f2d62a719ac.jpg 감시는 정말 싫어요...

알바 한두 명의 이슈가 아니고 2년간 일곱잔을 거쳐갔던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이 공통적으로 출근 시간이 늦어지는 경향성을 보였습니다. 지하철을 놓쳐서, 낮잠을 너무 오래 자버려서.. 등의 여러 이유로 10-15분 정도 늦을 수는 있습니다. 한두 번 지각을 했는데, ‘지각해도 별일 없네?’라는 편안함 마음이 생기는 순간 지각이 습관화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각... 해결책은?

정시에 출근해 달라는 얘기를 매번 꺼내는 것도 꽤나 껄끄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세련되고 어른스럽게, 그리고 상호 기분 나쁘지 않게 지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회의가 소집되고 아래와 같은 의견이 나왔어요.

출퇴근 체크하는 기계를 설치하자.

매장에 도착하면 포스기를 찍어서 문자를 보내라고 하자

GPS 기반 출퇴근 앱을 설치하자


하나씩 살펴볼까요?

1. 출퇴근 체크하는 기계 설치

장점 : 잘 모르겠음

단점 : 리더기 설치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음. 리더기 디자인이 예쁘지 않고 올드함. 이것부터 설치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음 > 효용성 측면에서 탈락


화면 캡처 2023-02-19 111623.jpg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는 출퇴근 기록기


2. 매장에 도착하면 포스기를 찍어서 문자를 보내라고 하자

장점 : 무료

단점 : 매번 촬영해서 문자를 보내기 번거로움. 또한 사장이 알바를 믿지 못한다는 시그널로 비칠 수가 있기 때문에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 듯 > 일단 보류


3. GPS 기반 출퇴근 앱 설치하자

특정 GPS 영역에서만 출근 처리를 할 수 있는 앱을 직원 휴대폰에 설치하라고 한다면요?

장점 : 저렴한 편 - 인당 월 1800원

단점 : 핸드폰에 앱을 설치해야 해서 아주 조금 번거로움 → 직원들 개개인 폰에 앱을 설치하지 말고, 예약 관리 때문에 사용하고 있는 가게 비치용 아이패드에 앱을 설치하면 되겠다! 하지만 여전히 관리감독 때문에 출퇴근 절차를 도입했다는 시그널은 존재함

화면 캡처 2023-02-19 112021.jpg




그리고 결론은?

어른이니까 어른답게 소통하기

어른답게 대화로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게의 아이패드에 출퇴근 앱을 설치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훈훈하게(?) 종결됩니다. 서로 믿고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거든요.

와인바 출근 전 다른 음식점에서 알바를 하고 헐레벌떡 오느라 늘 10분 - 15분씩 늦는 직원에게는. ~~한 상황을 이해하니 15분까지만은 꼭 지켜서 와달라고 먼저 이야기해 줍니다.

식자재, 와인 입고량이 많아서 오픈 전까지 정리가 어려운 경우라면 손님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정도로 우선 의자 내리고 음악 켜두고 이런 일들의 우선순위를 높여서 처리하라고 알려줍니다. (물론 직원의 센스를 믿어볼 수도 있겠지만, 고용주 입장에서 안 가르쳐준 건 사장 탓입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더 이상 지각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지 않습니다. 이것이 단기적인 해결인지 Happily ever after 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알바님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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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일곱잔' 와인바 사장 @신사

프로 백패커를 꿈꾸는 백린이 @와이아웃


(전) 와디즈 경영추진팀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독일 UNCCD(유엔사막화 방지기구) FCMI 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1기 인턴 팀장

서울대학교 국제 협력본부 학생대사 이벤트 팀장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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