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이나 Sep 28. 2016

#3 바르셀로나식 첫인사, '우유 넣은 커피'

라떼 덕후들은 모여라.

이전 시리즈부터 읽으려면?

<#1. 유랑카페가 필요없는 바르셀로나 여행 준비 총정리편>
 https://brunch.co.kr/@winniethedana/10

<#2. 출국, 익숙함을 떠나는 연습>
https://brunch.co.kr/@winniethedana/11





처음 만나는 바르셀로나의 아침


아침이 밝았다. 첫날은 미리 예약해둔 피카소 투어가 9시부터 5시까지 이어질 예정.


역시 나답게 ㅋㅋㅋㅋ 오늘 아침에서야 만나는 장소를 확인하고, 호스텔을 나선다. 잠시 지도를 확인하려고 멈춰 섰고 하늘을 봤다.

 

아직은 이 곳이 어느 도시의 하늘인지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여행 내내 느꼈지만 바르셀로나의 하늘만이 뿜는 특별한 '하늘색'있다.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을 명료하게 만드는 하늘색.



미팅 포인트가 카딸루냐 광장 앞 애플스토어라는데, 첫날이다 보니 이게 어디쯤인지... 구글맵으로는 걸어서 24분이면 된다고 했다. 에이 이쯤이야. 원래 걸어서 다리가 터질 것 같아야 진짜 배낭여행이지 않냐. 이제 겨우 시작인데. 가보자 :-)



걸을 맛이 나는 바르셀로나 대로. 거리 이름 앞에는 발음도 예쁜 Paseo de ~ (빠세오 드)를 붙인다.




바쁜 마음에 서둘러 걸으면서도 아직 나는 서울의 시계로 신체가 반응하는 건지, 아침 커피가 그리웠다. 어디 커피 한 잔 마실 곳이 없을까. 계속 둘러보는데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 딱! 커피 한잔이면 뇌가 풀가동할 것 같은데. 우선 제시간에 도착해야 했으므로 조금만 참기로.


그때 우리 집 찬장에 있는 G7 커피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

지세브으으으은~~~~~







스페인 커피의 존재를 알게 되다.


바르셀로나의 애플 스토어

애플 스토어 주위를 방황하고 있는데 한 분이 다가왔다. '오늘 투어 하시죠?' 무한 끄덕임. 그분을 따라간 곳은 아직 열지 않은 애플 스토어 옆문이었고, 이 거리의 유일한 동양인이 여기 다 모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



가이드로 보이는 예쁜 분께 신기한 기계도 받았다. 아 이게 수신기구나.



아래 영상은 투어를 시작할 때 잠시 찍었다.

유럽이 처음인 가이드 투어 병아리에게는 신선한 광경.



이제 출발할 때가 되었다며 가이드님이 오늘 코스를 간략히 안내해주셨다. 이런저런 것들을 흘려듣다, 갑자기 내 귀를 사로잡은 한마디.


"스페인 특유의 커피를 먹으려 갈까 합니다!"



천사가 분명하다. 하늘에서 가이드하러 내려온 건가.







그렇게 꼬르따도를 만났다.

꼬르따도 (cortado). 이름에서부터 스페인 느낌이 물씬 나는 커피를 가이드님이 직접 소개해주셨다. 그것도 본인이 인생 꼬르따도를 만났다는 카페에서.



1유로가 조금 넘는 착한 가격의 꼬르따도는 에스프레소보다 조금 큰 잔에 담긴 모습.



'드디어 뇌를 깨울 수 있는 것인가!'


입으로 바로 가져가려는 찰나, 먹는 법을 알려주시겠단다. 전문가는 신봉하는 거라고 배웠으니 어디 한번 참아보자.


설명하시길 커피 위에 설탕을 뿌리고 설탕의 알갱이가 뜨거운 커피에 살짝 녹아 스며들 때, 그때 호로록 마시면 된다고. 이름만큼 먹는 법도 색다르다.



카페 바에서 설탕을 얼마나 넣어야 하나 고민하다, 마침 옆에 있던 스페인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가 추천해 준 만큼의 양을 뿌리고 반 정도를 마셨는데.


와.


에스프레소에 우유가 들어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맛에, 라떼보다는 우유 양이 적어 커피 맛이 훨씬 진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에는 설탕 알갱이가 살짝. 이게 가이드님이 말하던 마무리구나.



모닝커피에 정신을 잃은 사이, 가게 밖으로 보이는 스탠딩 테이블에서 어떤 스페인 아재가 꼬르따도를 한 입에 탁 털어 넣는다.





그것이 스페인에서 맞는 첫 아침이었다. 스페인에 이보다 더 잘 맞는 커피는 없을 거라는 생각. 그만큼 부드러운 인사였다.









카페 콘 레체, 너는 또 뭐야?


3일째 아침은 투어도 없는 여유로운 날. 호스텔 직원 언니가 아침 커피로 추천해 준 카페에 갔다. 그저께 배운 인생 커피 '꼬르따도'를 주문하기 위해서다.


스페인 공기를 마신 지 겨우 3일 째지만, 3년 정도 산 것 같은 현지인 코스프레를 하리라는 큰 결심으로.


이틀 전 봤던 스페인 아재처럼 탁 털어 넣고 떠나버려야지. 헤헷


아침 세트를 먹어야지~~~~


정겹게 인사를 하고, 카페 메뉴판을 봤는데 '어라'. 꼬르따도가 없었다. 응?

우유가 들은 커피가 어떤 게 있냐고 물어봤더니 대신 '카페 콘 레체(cafe con leche)'를 가리키며 이게 맛있다고 했다.

흠. 이건 또 다른 커피인가.




짜잔


드디어 아침 세트인 카페 콘 레체와 크로와상이 나왔다.

오늘의 모닝커피도 성공하길 바라며 긴장한 마음으로 첫 모금을 마셔보았는데.....












(동공확장)
미친 커피가 나타났어ㅠㅠㅠㅠ....


나온 지 1분이 안돼 뜨거운 커피를 게눈 감추듯 마셔버렸다.


그때서야 아차,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카메라를 꺼내 들어 이 경이로운 카페와 커피에 대해 정신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입에는 크로와상 부스러기를 묻히고, 머리도 쑥대머리였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마구마구 기록에 남겨버렸다.

(부스러기를 묻히고 카페, 커피, 크로와상에 대한 흥분을 감출 줄을 모르는 수다쟁이 데이나.....)






어쨌든 연이은 모닝커피의 성공은 이렇게 기분 좋은 설렘을 가져다주었다. 커피와 함께 하는 나의 바르셀로나는 그래서 그런지 항상 시작이 좋았다.






매일 최고의 카페 콘 레체를 만들어 준 곳, Onna Coffee


나는 그날 이후에도 매일 아침, 카페 콘 레체를 마시기 위해 이 카페를 찾았다.

커피가 너무 맛있어 하루를 멀다하고 방문했던 곳, Onna Coffee.


Onna Coffee는 커피가 말도 안 되게 맛있기도 했지만 카페가 참 마음에 들었다. 대로변과도 먼 골목길에 있고 카페도 크지 않아 로컬들만 방문하는 분위기. 심지어 내가 들어갈 때면 카페 안 많은 분들이 '어떻게 여기 왔지' 하는 눈길들을 보내는 것 같았다.


이 카페의 아침 세트는 커피와 빵을 함께 주는데 겨우 2.9~3.5 유로. 이 정도의 커피 퀄리티에 든든한 아침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걸어서 5분인 이 곳을 안 찾을 이유가 없었다. 짧은 일정이라 새로운 맛집을 더 발굴할 법도 한데, 아침에 일어나면 자동으로 이 카페의 커피만 생각이 난다. 어쩔 수 없지. 오늘 아침도 Onna Coffee 다.


3.5 유로였던 보까디요와 카페 콘 레체 세트. 사진에 있는 카페 콘 레체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보까디요까지 맛있다......... 만약 진짜 방문한다면, 크로와상보다 보까디요 세트를 추천!





사실 이번 바르셀로나의 모닝커피 편은 이 카페를 기록하기 위해 적었다고 할 정도로 어마 무시한 곳이다. (참 서론이 길다.)


커피의 본고장, 이탈리아를 들리는 유럽 여행객들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스페인만 들린다면, 나처럼 모닝커피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바르셀로나의 이 카페를 꼭 한번 들려 카페 콘 레체를 마셔보길 추천한다



다만, 나는 이때까지도 카페 콘 레체꼬르따도가 완전히 다른 커피라고 굳게 믿었다는 것




바르셀로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구글 맵 위치를 첨부한다 :) 진짜 꼭 가보세요!!!






두 커피는 실제로 다른 커피일까


한창 이걸 적으며 꼬르따도의 맛을 묘사하다 문득 궁금해졌다. 진짜 다른 커피 종류일까?



바르셀로나로부터 이렇게 먼 곳에서,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궁금함에 나는 구글링을 시작했다.




꼬르따도 cortado

사진 : 위키피디아 제공.

A cortado is a beverage that consists of espresso coffee mixed with a roughly equal amount of warm milk to reduce the acidity. The word cortado is the past participle of the Spanish verb cortar (to cut). (위키피디아 발췌)


꼬르따도는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에스프레소의 양만큼 우유 반반씩 들어가는 커피다. 에스프레소의 신맛을 줄였다는 의미로 'to cut' 뜻의 스페인어인 'cortado'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카페 콘 레체 cafe con leche

Onna Coffee 의 아침 세트 (크로와상과 카페 콘 레체)

Café con leche (Spanish: "coffee with milk") is a Spanish white coffee beverage. Café con leche is a coffee beverage consisting of strong or bold coffee (usually espresso) mixed with scalded milk in approximately a 1:1 ratio. Sugar or sweetener is added according to taste.


카페 콘 레체는 스페인어 말 그대로 '우유 넣은 커피'다. 보통 에스프레소와 같은 강한 커피에 스팀 한 우유를 1:1 비율로 섞는다. 설탕이나 시럽 등을 더하기도 한다. (심지어 먹는 법도 같다)




뭐지. 그래서 같다는 건가?


라는 생각에 'Cortada'의 위키피디아를 다시 한번 열고서는 찬찬히 다시 읽었다.


Cortado

Other names and variations

"There are several variations, including cortado condensada, café con leche condensada or bombón (espresso with condensed milk,) and leche y leche (with condensed milk and cream on top)"


1시간 동안 이것만 검색했는데 결국은 비슷한 류의 베리에이션 중 하나였던 것이다.


비유하자면 재료의 비율이나 조리법에 의해 살짝살짝 달라지는 매운 닭찜닭볶음탕 정도의 차이랄까?



외국인으로서는 당연히 '같은데?'라고 느끼기는 어려웠겠지만.



핑계를 대자면,

내가 그날 아침 카페 콘 레체를 처음 마실 때, 꼬르따도를 싹 잊을 만큼 홀딱 반해버린 게 아닌가 싶다. ㅎㅎㅎ 아니면 너무 맛있는 카페 콘 레체로 기억을 싹 지워버린 Onna Coffee를 탓해본다.




이곳저곳의 레시피와 정의들로 이 정도의 추측이 최대였다. 그러나 둘의 차이점을 속 시원히 명쾌하게 비교해 놓은 곳은 어디에도 없음 ㅠㅠ

[급구] 아시는 커피 전문가분 있으면 댓글로 좀 속 시원하게 부탁드립니다 ㅎㅎ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브런치 댓글에 전문가분이 나타나셨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

RE : Arriba님
지나다 우연히 보고 댓글답니다. 스페인에서 카페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얘기. 꼬르따도는 커피를 추출하다가 중간에서 자른다는 의미랍니다. 커피를 끝까지 내리면 신맛과 쓴맛이 강해지죠. 그래서 그 맛이 나기전에 추출을 멈추죠. 그리고 거기에 소량의 우유를 넣기때문에 전체적으로 양이 적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한 두 모금에 마셔 버리죠. 반면 까페 꼰 레체는 커피를 끝까지 내려서 쓴맛과 신맛을 없애려고 같은 양의 우유를 넣는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맛은 비슷하겠죠










무엇이 같든 무엇이 다르든

중요한 것은 두 커피 덕분에 바르셀로나의 아침이 너무나 행복했다는 것이고, 두 커피 모두 인생 커피로 기록될 만큼 맛있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나에게 바르셀로나의 아침은 언제나 '우유 넣은 커피'로 기억될 테니.



그걸로 충분했다.






만약 운 좋은 당신도 바르셀로나의 아침을 맞는 날이 온다면,


꼭 꼬르따도, 카페 콘 레체와 함께 행복하길.










(다음 편에 계속)

<#4. 피카소를 수첩에 데려오는 법>
https://brunch.co.kr/@winniethedana/13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니를 뽑았다. 정신과 상담을 졸업한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