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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Sep 25. 2024

샤콘느

-by simjae


 샤콘느         



      

  더는 나를 찾지 마세요


  세상 한쪽에 머무르며 오랫동안 소식 없는 한 사람을 기다릴 것입니다

  옥양목 홑청에다 짱짱하게 풀 먹이는 한나절이 지나면

  고갯마루 돌무지에다 돌조각 두어 개 포개 얹거나 

  신작로가 내려다보이는 과수원 비탈에 기대 앉아

  손, 이마에 선하게 올리고 

  오지 않는 한 사람 기다릴 것입니다

  보․고․싶․다․보․고․싶․다……죽을만큼잊고싶다, 김범수는 그렇게 노래했지요

  날 저물면 터벅터벅 불 꺼진 오두막에 들어 

  세상 한 쪽의 등불을 키우고

  커튼을 내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늦은 밥상을 차릴 것입니다     


  샤콘느가 들리지 않아도 창문 여는 소리 들리지 않아도

  여기서는

  더는 나를 찾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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