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식탁 2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요일의 브런치
시드니의 여름은 유난히 소란스럽다. 아침 6시부터 창문을 두드리는 강렬한 햇살, 저마다 목청을 뽐내는 앵무새들의 울음소리. 에너지가 넘치는 이 도시에서 가끔은 나 혼자만 멈춰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해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일을 덮어두고 부엌으로 도망친 날이었다. 거창한 요리를 할 기운은 없고, 배달 음식은 속이 부대낄 것 같을 때. 나는 습관처럼 오븐을 예열한다.
오늘의 위로는 무화과다.
패딩턴 마켓(Paddington Market) 할머니에게서 산 무화과는 제멋대로 생겼다. 어떤 것은 붉게 터져 있고, 어떤 것은 아직 푸르뎅뎅하다. 예전의 나였다면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골라냈겠지만, 이제는 안다. 저 터진 틈 사이가 가장 달콤하다는 것을.
요리에는 계량스푼이 필요 없다. 그저 내 마음의 농도만 맞추면 된다.
투박하게 썬 캄파뉴 빵을 토스터에 밀어 넣고, 무화과를 반으로 가른다. 속살이 발그레하다. 그 위에 타임(Thyme) 몇 줄기를 무심하게 툭, 하고 올린다. 타임 향은 묘하다. 맡고 있으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숲 속처럼 차분해진다.
차가운 리코타 치즈를 빵 위에 구름처럼 두껍게 바른다. 예쁘게 바르려고 애쓸 필요 없다. 숟가락 등으로 쓱쓱, 대충 문질러 바른 그 거친 결이 오히려 먹음직스럽다.
오븐에서 살짝 몸을 덥힌 무화과를 치즈 위에 얹는다. 마지막으로 꿀을 뿌린다. 너무 달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고, 생각하는 것보다 한 바퀴 더. 꿀이 치즈의 틈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굳어있던 마음이 조금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바사삭."
한 입 베어 물면, 따뜻한 빵의 온기와 차가운 치즈, 그리고 뭉근하게 익은 무화과의 단맛이 입안에서 왈츠를 춘다.
복잡한 레시피는 필요 없다. 정확한 오븐 온도도, 몇 그램의 설탕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좋아하는 접시를 꺼내고, 나를 위해 식탁을 차리는 그 짧은 시간. 그 다정함이면 충분하다.
빈 접시를 내려놓을 때쯤, 비로소 다시 노트북을 열 용기가 생겼다. 완벽하지 않아도, 꽤 맛있는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글을 읽고 허기가 진 당신을 위해, 오늘의 요리법을 작게 남겨둡니다. 정해진 양은 없습니다. 당신의 입맛대로, 기분대로 가감해 보세요.
준비할 것들
잘 익은 무화과: 터진 것도 괜찮아요. 2~3개.
거친 빵: 캄파뉴나 사워도우 추천.
리코타 치즈: 꾸덕꾸덕할수록 좋습니다.
타임(Thyme): 없다면 로즈메리나 민트도 좋아요.
꿀: 아카시아 꿀처럼 맑은 것으로.
통후추: 아주 조금.
만드는 순서
빵 굽기: 팬이나 토스터에 빵을 바삭하게 굽습니다. 겉이 까슬까슬해야 크림치즈와 잘 어울려요.
치즈 바르기: 빵이 식기 전에 리코타 치즈를 듬뿍 바릅니다. 얇게 펴 바르지 말고, 툭툭 얹듯이 두껍게 올려주세요.
올리기: 반으로 자른 무화과를 치즈 위에 꾹 눌러 얹습니다.
마무리: 꿀을 지그재그로 뿌리고, 타임 잎을 손으로 비벼 향을 낸 뒤 뿌려줍니다. 마지막으로 통후추를 '갈갈' 해주면 풍미가 훨씬 살아납니다.
Tip.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나, 따뜻한 드립 커피 모두와 잘 어울립니다. 혼자 먹을 때 가장 맛있는 메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