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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재 May 16. 2021

학방름여

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진다. 문밖에서는 승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진우야 학교 가자."  

화들짝 놀라 눈을 뜨게 된다.

이불을 걷어내고 고개를 내밀자 창 너머로 햇살이 드리운 모습이 보인다. 

마음속으로 '큰일 났다.'라고 생각 함과 동시에 시간을 확인하자 늦잠 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밖에서는 멈추지 않고 나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승현아 잠깐만,,"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일어났다. 

현관문을 열자 "또 늦잠 잤구나. 엄마가 너랑 같이 먹으라고 샌드위치를 만들어줬어. 자 이것 봐!" 한쪽 손을 들어 올려 검은색 비닐봉지를 흔들어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는 "우선 들어와. 준비부터 할게" 

급하게 씻고 나오자 승현이는 익숙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삼 년 전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날. 내 손을 잡고 있던 엄마는 대뜸 그런 말을 했다.

"진우야. 이 세상에서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자 엄마는 웃으며 " 그래 맞아. 가장 소중한 건 바로 너야. 다음 주부터는 엄마가 새벽부터 일을 나가야 해."

엄마가 왜 새벽부터 일을 나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던 나에게. 

"아들, 기억하고 있지? 이 세상에 가족은 엄마와 아들 둘 뿐이라고. 그래서 우리 둘이 의지하고 힘을 내서 살아가야 한다고 했던 말, "

고개를 끄덕이자,

"엄마가 조금 더 노력해서 진우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아내고 승현이 옆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었다. 

우리의 인연은 같은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같은 아파트 호수만 다른 아래층과 위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급속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지금은 엄마 다음으로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다. 

"이러다 진짜 늦겠어 어서 가자."

남은 샌드위치를 입안에 집어넣고 선풍기를 껐다.  

빠뜨린 것은 없는지 가방을 확인하고 켜 둔 것은 없는지 창문을 잘 닫았는지 살핀다. 

집을 나서기 전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일들이다.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바람이 볼에 닿아 기분 좋은 미소를 드러낸다. 

"내일이면 드디어 방학이야."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신이 나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즐거우면 그만일 뿐이다.

교실 입구에 다다르자 친구들이 여럿 모여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승현이는 무리의 중심에 들어가더니 "학방름여~ 학방름여~ 내일이면 드디어 학방름여 라네~ 우리는 행복하다네"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그러자 모두들 "학방름여 학방름여"하며 장단을 맞춘다.

승현이는 나를 가리키며 "너도 같이 부르자"

웃으며 거절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재밌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정말 보바 같아. 웃기단 말이지"

한 친구는 나의 말을 듣더니 " 뭐 보바? 우리가 바보 같다는 거야? 그래도 괜찮아~ 내일은 학방름여니까."

우리 반에서는 단어를 거꾸로 말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누군가 시작을 정해놓고 했다기보다 어느 순간 단어들을 거꾸로 말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여름방학이란 단어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고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 선생님은 우리에게 "여러분 내일만 학교에 나오면 방학이 시작돼요. 딱 하루 남았으니까. 오늘 밤은 즐거운 마음으로 잠에 들길 바라요." 

승현이는 말을 듣고서 곧장 "호야!" 하며 외친다.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반응에 모두들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선생님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승현이에게 "호야가 무슨 말이니?" 

나는 옆에서 " 선생님 야호를 거꾸로 말한 거예요." 친구들은 또 한 번 웃고 만다. 

선생님은 이해했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거꾸로 말하는 것도 좋은데 다들 수업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여름이라 해가 길어졌다고 늦게까지 놀지들 말고."  

교실에서는 일제히 대답이 울려 퍼진다.

가방을 메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사이 나무에 붙은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저것 봐. 미매야 미매" 승현이는 바로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나무를 바라본다.

"승현아 넌 이번 여름방학에도 시골 할머니 집에 간다고 했지?"

"응 맞아. 시골에 가면 할머니가 나를 무척이나 반겨줘.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올 거야. 넌~?"

매년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승현이를 보고 엄마에게 물은 적이 있다.

"왜 우리에게는 다른 가족이 없어?"

잠시 동안 머뭇거리더니 이내 "그런 건 왜 궁금해하는 거야? 엄마는 진우 하나면 충분한데, "

더 이상 물어본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후로는 더 이상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지만, 이따금 드는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남아있다.

왜 나에게는 아빠가 존재하지 않을까. 왜 할아버지 할머니가 존재하지 않을까. 

어째서 가족이라고는 엄마와 나 둘뿐일까.

"진우야 무슨 생각해?" 승현이는 멍하니 서있는 나를 부르며 말한다.

"아니야. 함께 캠핑을 가기로 했어. 그곳에서 고기도 먹고 재밌게 놀다 올 거야. 이번 방학에는 꼭 가기로 약속했거든”

"속약을 했구나~ 속약을."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에도 단어들을 거꾸로 말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단번에 알아채는 단어가 있는 반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도 있었다.

"잘 가. 내일 보자"

집으로 들어오자 아침에 나갔던 그대로의 모습이 보인다. 가방을 문 앞에 던져두고 곧장 선풍기를 튼다.

바람이 머리칼을 흩날린다. '선풍기를 거꾸로 하면 기풍선!' 혼잣말을 하며 내일 승현이를 만나면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바깥은 이미 어두워져 있다. 소파에 누워 그대로 잠든 모양이다. 누워있는 나를 발견한 엄마는 "저녁은?"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배고파 엄마"

엄마는 한 손을 들어 무언가를 나에게 보여준다. 아직은 잠에서 덜 깬 상태였기 때문에 봉지에 담긴 무언가를 알아보기 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더 걸렸다. 가장 먼저 냄새가 반응을 했다.

"엄마 혹시~ 이건 킨치? 킨치야?"

엄마는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치킨이야 어서 일어나 식탁에 앉아" 한순간에 정신이 번쩍 들고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드러났다. 들떠있는 나를 본 엄마는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킨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

식탁에 마주 앉아 먹는 동안 "엄마 이번 여름방학에는 캠핑 가겠다고 한 약속 지킬 거지?"

"당연하지. 우리 아들하고 한 약속인데 이번엔 꼭 지킬 거야."

"가면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거지?"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밤이 깊어갈수록 더해지는 설렘에 잠이 오지 않았다. '정말 방학이 가까워졌어.'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방 안으로 들어온 엄마는 "진우야 늦잠 자면 어떡하려고. 어서 자야지." 

"알겠어, 내일이 방학이라서 신이 나서 그런지 잠이 안 와서 그래."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고 이내 방의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힌다. 

다음날. 초인종 소리와 함께 어김없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진우야 학방름여잖아 빨리 학교 가자."

어느 순간 잠에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잠에 빠져든 것 같다. 

오늘 아침만큼은 단번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서 "그래 맞아 오늘은 학방름여야!"

승현이의 손에는 어제와 같이 엄마가 준비해준 샌드위치가 들려 있다.

"오늘은 햄 샌드위치야."

샌드위치는 학교를 가는 동안 먹기로 했다. "승현아 너 기풍선이 무슨 말인 줄 알아?" 

승현이는 "기풍선?" 감이 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맞춰봐 못 맞추면 넌 보바야." 승현이는 깊이 생각을 하면서도 내게 힌트를 달라고 한다.

나는 바람이 불어 시원한 것이라 말했다.

결국 교실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답을 말하지 못하자 나는 "선풍기야 선풍기" 그제야 승현이는 알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교실 안 친구들의 표정은 모두들 설렘에 가득 찬 표정이다. 그 모습을 보고 나의 설렘 역시 더 커져만 갔다.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와 오전에는 청소를 한 뒤 방학식을 진행한다고 말한다.

"각자 맡은 청소구역 알고 있죠? 오늘이 방학이라고 대충 하려 하지 말고 선생님이 하나하나 확인할 거예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는 각자의 청소구역으로 흩어져갔다. 나와 같은 구역을 청소하는 친구는 "소청을 하자 소청을"이라고 외치며 앞서 나간다. 뒤따라가며 "소청이 끝나면 학방름여라네~"라는 말을 외친다.

청소가 마무리됐을 즈음 선생님이 급히 나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먼발치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자 "선생님 저 찾으셨어요? 제가 맡은 청소구역은 열심히 청소했어요."

표정은 변화 없이 굳어있다. 순간적으로 무슨 잘못을 한 게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 더욱 불안하다. 거리가 가까워졌음에도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진우야 선생님이 하는 말 잘 들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함에 "네 잘 들을게요!" 대답을 하자 선생님은 대뜸 끌어안으며 "네 어머니가 사고를 당해 지금 병원으로 향하고 있어. 선생님이랑 지금 같이 갈 거니까. 어서 가방 챙겨 나오렴"

엄마가 사고를 당했다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의 발걸음은 빠르게 교실로 향해갔다. 가방을 챙겨 급히 나가는 모습을 발견한 승현이는 "진우야 어디가? 청소 다 끝났어?"

"응,, 그런데 엄마가 사고를 당했대. 지금 가봐야 해 다시 이야기하자."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사이 나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너무 걱정하지 마. 큰 사고는 아닐 거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신이 나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었을 테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병원에 도착하자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점차 나의 몸이 굳어가고 있는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왜 눈물이 흐르는지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나의 손을 꼭 붙잡고 나아갔다. 이윽고 발견한 엄마의 모습은 그동안 내가 보았던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섣불리 다가가지 못한 채로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선생님은 조심스레 나를 이끌었다. 엄마에게 다가가자 힘겨운 목소리로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들리지 않아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진우야 엄마랑 캠핑 가기로 약속했는데 어떡하지? 지키지 못할 것 같은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새끼 엄마가 정말 미안해" 말이 끝나자 나를 잡고 있던 엄마의 손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제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고 말았다. 뒤늦게나마 "엄마 일어나 봐. 왜 말이 없어? 방학하면 캠핑 가기로 했잖아. 우리 맛있는 음식 먹기로 약속했는데 왜 그래, 나 정말 무서워 이러지 마." 온몸이 떨리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은 가만히 나를 감싸 안는다. 애써 참아내려고 했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엄마가 죽다니, 나를 두고 죽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당혹감 뒤로 여러 감정이 뒤섞여 나타났다. 큰소리로 소리쳐 울어보지만 엄마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급하게 찾아온 승현이 엄마는 주저앉아있는 나를 발견하고 뛰어와 안는다. 따뜻한 체온은 마치 엄마의 품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양손을 벌려 품 안에 기대고 말았다. 

아주 조금이나마 마음이 진정됐다. 잠시 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많이 놀랐지? 괜찮아, 괜찮을 거야." 

"엄마가 정말 죽은 거예요?" 쉽사리 대답을 해주지 못하는 표정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다.

병원 직원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다른 가족이 있는지 묻는다.

그 말을 듣고는 무심코 "다른 가족은 없어요. 저랑 엄마 단둘이 살아요"

나의 말을 듣고는 곤란한다는 표정을 짓는다. 옆에서 말을 듣던 승현이 엄마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 선생님과 대화를 이어나간다.

잠시 후 승현이 엄마는 내게 다가와 "진우야 할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니?"

앞서 말했던 이야기를 반복해본다.

"이모 저는 할아버지가 없어요. 엄마가 그랬거든요. 이 세상에 저랑 엄마 이렇게 가족은 단둘뿐이라고"

승현이 엄마는 다시 말을 이어나가려는 듯했지만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선생님은 "진우 배고프지? 선생님이랑 같이 가서 뭐 좀 먹으면서 이야기할까?"

우리는 병원 근처에 있던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다. 평소라면 좋아하는 것을 먹는다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을 텐데 머릿속이 비어버린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진우야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다 선택하렴"

잠시 동안 머뭇거리다 "선생님 전 아무거나 다 좋아해요."

메뉴를 고르는 동안 가벼운 대화 몇 마디가 오갈 뿐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문을 한 뒤 근처에 서서 나오길 기다렸다. 이윽고 쟁반에 담겨 나온 햄버거를 받아 들고 일층을 지나 계단을 타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은 일층에 비해 비교적 한적해 보였다. 바깥이 잘 보이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은 내가 잘 먹을 수 있도록 포장지를 뜯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곤 "제가 할 수 있어요."

나의 반응에 멋쩍은 웃음을 드러낸다. "선생님이 해주고 싶어서 그래. 자 이제 먹어도 돼"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자 엄마와의 기억들이 떠올라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고 만다. 이따금 퇴근길 엄마는 깜짝 선물처럼 햄버거를 포장해왔다. 식탁에 둘러앉아 햄버거를 먹기 전 자신의 햄버거를 칼을 이용해 반으로 잘라 내게 건네주었다. 내가 잘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면서 많이 먹으라는 말과 함께,

눈물 한 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입안에 담긴 햄버거는 삼키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 엄마와 보냈던 기억들이 더 이상은 일어날 수 없는 과거의 일들이 되었다는 것에 슬픔이 밀려온다. 억지로 햄버거를 삼켜보려 하지만 눈물은 쉴 새 없이 양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입술을 꽉 깨물고 막아보려고 해도 속수무책일 뿐이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가방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준다.

"진우야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애써 참으려 하지 않아도 된단다."

몇십 분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눈물이 멈춘다.

"선생님 감자튀김이 모두 눅눅해져 버렸어요"

뜬금없는 말에 선생님은 웃고 만다. "괜찮아. 선생님은 눅눅한 감자튀김을 더 좋아해."

아뿔싸. 그 말에 겨우 진정시킨 감정이 다시 터지려고 했다. "우리 엄마도 똑같은 말을 했어요. 눅눅한 게 더 좋다면서 늘 제가 먹고 난 뒤 남은 감자튀김만을 먹었어요"

햄버거를 다 먹기까지 한 시간여의 시간이 걸렸다.

먹다가, 울다가, 진정하고 또 먹다가 울다가 진정하고.

"선생님이 네게 해 줄 말이 있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싶어 시선은 선생님에게 고정된다. 

"아까 승현이 어머님이 네게 해주려고 했던 말은 진우에게 다른 가족이 있다는 거야."

생각지도 못한 말에 눈이 커지고 말았다. "저에게 다른 가족이 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시골에 할아버지가 살아계셔. 자세한 이야기는 승현이 어머님이 다시 해주시겠지만,, 지금 급히 연락을 받고 올라오는 중이니 조금 있으면 만나게 될 거야."

내게 엄마 이외에 다른 가족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분명 엄마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불현듯 엄마의 아빠는 그런 나의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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