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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Feb 16. 2022

열혈 취준생의 비애

4. 내 꿈은 커리어 우먼


맴맴 맴매 매, 맴맴매애애맴 무더위  매미들의 울음소리더욱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서로 짝을 찾는 것인지 한쪽의 소리가 멈추면 다른 한쪽에서 울었다. 도나는 시끄러운 매미 울음소리에 괜히 짜증이 났다. “매미는 도대체  더운 날씨에  요란하게 우는 거야.” 이해할  없다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할머니 가게로 들어갔다.     


“할머니, 오늘은 몇 시에 끝나?”

“한 사람만 더 하면 돼.”

“알겠어. 그럼 나 책 좀 읽고 있을게.”     


도나는 미용실에 있는 작은 휴게 공간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휴게 공간이라기보다는 낡은 긴 소파에 손님들 눈에 안 보이게 가려놓은 가림막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공간은 할머니와 도나에게는 매우 유용한 휴게 공간이었다. 도나는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책에 집중했다. 할머니가 마지막 손님의 머리까지 다 정리할 때쯤 도나는 어느새 책을 다 읽고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할머니는 그런 도나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감동받은 것이여? 아님 슬픈 것이여?”

너무 슬퍼서... 소설이지만 제발 현실에서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어.”     

"무슨 내용인데 그려?"

"’나 홀로 생존’이라는 책인데, 어린 주인공이 가장 행복한  불의의 사고로 가족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내용이야.정말 상상하기도 싫어할머니 할머니는 평생  옆에 있어야 . 진짜 어디 가면 안돼! 나랑 약속해."

그려, 할매가 가긴 어딜 가겠어.”


도나는  내용을 핑계로 할머니에게 오랫동안 본인 곁에 있어달라고 애원했다. 할머니는 새삼스럽게 별소릴  한다며 쑥쓰럽게 대답했다. 할머니는 그동안 도나가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봐왔지만, 오늘처럼  내용에 빠져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도나는 책에서 용기를 얻어 집에 오자마자 바로 노트북을 켜고 이력서를 작성했다. 책 속 주인공의 말처럼 ‘스스로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도 본인을 일으켜  사람이 없다 말에 깊이 공감하며 다시 취업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은 하고 싶은 것은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일을 해서 돈부터 벌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연봉이 괜찮은 회사에 취업해야 했다.


도나는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까지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고 내친김에 취업사이트 일자리도 알아봤다. 대충 사무직에 원하는 연봉, 신입, 학력  조건들을 맞춰 검색하니  천 개에서  백개로  줄어들었다. 경험에 의하면 학력 무관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회사도 막상 지원하면 연락 오는 곳은   곳도 없었다. 그럼에도  군데 괜찮아 보이는 곳에 지원했다. 연락  확률이 매우 낮음에도 그것마저  하면 답답하고 미칠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일주일이 지나고  달이 지나도 어느  곳에서도 합격 연락은 오지 않았다. 정말 고졸의 학력으로는 회사에 취업하기 어려운 것인가? 도나는 매정한 현실 앞에 한숨만 나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연로해지는 할머니가 언제까지  일할  있을지, 아니 할머니가  이상 일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든 일해서 돈을 벌어야 했다.


취업문제로 고민하던  우연히 공기업 공고를 보게 됐다. 뭐에 홀리기라도  듯이 도나는 이미 공기업 공고문을 읽고 있었다. 일반 회사와 달리 공채로 들어가면 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동등해질  있다는 점에 도나는 매우 끌렸다. 올해 공채는 얼마  남았으니 경험 삼아 지원해보고 내년을 목표로 공채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동안 복잡하고 막막하기만 했던 미래가 조금은 길이 보이는  같았다. 사실 할머니는 예전부터 힘들게 일하느니 차라리 미용 기술을 배워서 할머니 가게를 이어서 라고 했지만, 도나는 할머니의 미용 기술이 옛날 방식이기도 하고 본인은 커리어 우먼이 되겠다며 미용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후에도 할머니가  번이고  권유했지만 도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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