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3월 24일 (비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조금 옴) 화요일 00초등학교 5학년 3반 1번
제목: 선거
오늘은 선거를 하는 날이다. 엄마 아빠께서는 투표를 하시고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왜 나쁜 선거를 해야 하는지.....
텔레비전 광고, 포스터 보면 공명선거에 대한 것들이 많은데 별것도 아니라며 찢고 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더러운 손으로 더러운 돈을 쓰는 것을 뉴스에서 보았을 때 (선거가)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쓰며 대접해놓고 (당선이) 안되면..... 야 참! 그것 한번 고소하다! 잔인하게 돈을 쓰고 나쁘게 행동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후보자만 나쁜 게 아니다. 그것을 받고 돈이나 음식 준다면 (받고) 다니는 사람이 더 나쁘다. 93년도 내년도 그런 행동하지 말고 공명선거를 했으면 좋겠다.
촛불시위 전까지는 정치에 관심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나라 여성 첫 대통령이라고 좋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두 아들 앞으로 육아수당이 두둑이 통장에 박히는 걸 보며 실실 웃어댔다. 내가 진보인지 보수인지도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둘째가 내 뱃속에 있었다. 그저 뉴스를 보고 울며 내 아이가 아님을 안도하는 정도였다. 집에 케이블티브이가 안 나와 jtbc 뉴스는 본 적도 없었다.
어린 내가 어떤 뉴스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든 건지 궁금해 포털에 1993년 3월 선거/부정선거 등을 검색하니 두 인물이 등장했다. “이명박” “김기춘” 이 두 분은 한 때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셨던 분들이 아니겠는가.
“이명박 의원 150억 땅 은닉, 현대 사장 때 매입. 처남 명의 도곡동 금싸라기 땅, 1300평대” <1993년 3월 27일 세계일보 1면 헤드라인>
“김기춘 소환키로 ”지역감정 부추겨 김영삼 당선 돕자 “ 신문사 간부 매수. 민간단체 동원키로”
<1992년 2월 16일 >
“공안 1부 조준웅 부장 검사는 불구속 기소된 김기춘(54세)에 대해 ”대통령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1993년 4월 14일>
놀랍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쩌면 이리도 똑같을까? 전에 같은 잘못을 하고도 어떻게 이들이 대통령도 되고 비서실장이 될 수 있었던 걸까? 우리는 언제까지 대의를 위해 저지르는 불법이 사소하다, 어쩔 수 없던 일이라며 눈감아 줘야 할까? 매번 올바른 일을 한다며, 정의를 위해, 경제를 위해,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자신의 돈과 권력을 더 가지려 든다.
촛불이 정치에 눈먼 나를 밝게 해 주었지만 어린 나는 낡은 일기장 글 속에서 말해준다. 정의로운 것에 눈먼 적은 없다고. 아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건 정의로운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