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원 Apr 13. 2017

안 회그룬드 주한스웨덴대사

지금 스웨덴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지금 스웨덴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나쁜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스웨덴대사관저 행사에 참석했을 때 스웨덴 대사에게 물었다. 어쩌면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정말로 궁금했다. 한국 미디어에 비친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은 천국처럼 보인다. 광활한 자연에, 탄탄한 복지시스템에, 수평적인 사회구조, 양성평등, 공직자에 대한 신뢰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얘기만 들린다. 스웨덴에 가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알지 않나, 세상에 그런 곳은 없다는 걸.

흔들린 사진이지만 그래도 기념이니까. 왼쪽이 주한스웨덴대사인 안 회그룬드(Anne Hoglund).


내 질문에 안 회그룬드 주한스웨덴대사는 아주 진지하게 대답을 해줬다. 내 영어 리스닝 실력이 미천하고, 내 기억력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고 복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인구 문제.


스웨덴의 땅덩이는 한반도보다 넓지만 인구는 1000만명밖에 안 된다. 서울의 인구 정도다.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출산율은 폭증하기 어려우니 이민자를 통해 인구를 늘리고 있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13년 전 900만명이었던 스웨덴 인구는 올해 들어 1000만명을 찍었는데, 증가분의 75%는 이민을 통한 유입이었다.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기 위해선 이민자 수용이 필수적이다. 스웨덴은 다른 북유럽국가들에 비해 이민에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고, 실제로 인구의 20%는 해외 출신이라 한다. 시리아 난민 사태가 터졌을 때도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난민을 대거 수용했다.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건 독일과 스웨덴 뿐이었다.


주한스웨덴대사관 박현정 공보실장에 따르면, 난민 수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고 했다. 중동에서 굉장히 많은 난민들이 유입됐는데, 알다시피 스웨덴의 문화와 중동의 그것은 완전히 다르다. 스웨덴은 양성평등을 매우 중시하는데 반해 중동은 정반대다. 그런 중동 남성들이 스웨덴에 유입되다 보니 갖가지 충돌이 있다. 물론 스웨덴이 난민에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반대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고.

2014년 여름에 다녀온 이케아 스톡홀름점.


두번째는 중소기업의 부재.


스웨덴에는 이케아, 볼보, h&m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있고, 스타트업도 많지만 허리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에서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려고 하곤 있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의 회그룬드 대사의 얘기였다.


이 역시 인구 문제와 연결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스웨덴의 인구가 적다는 것은 내수시장이 작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창업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수시장만을 보고 사업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박 공보관의 얘기다.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스웨덴 출신 글로벌 기업들은 국적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이케아의 경우 스웨덴의 세금 부담을덜기 위해 유럽 각국에 회사를 쪼개서 세금 부담을 덜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최근에는 창업주가 스웨덴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하는데, 공보관 얘기는 이것도 좀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케아의 경우 여전히 주식회사가 아닌 가족회사이고, 그렇다 보니 세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도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며 아우성인데, 젊은이들은 일할 곳이 없다고 한다는 것. 이 부분은 한국의 상황과 유사한 것 같아 흥미로웠다.


서울 성북동 스웨댄대사관저.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었다.


이밖에도 회그룬드 대사는 포퓰리즘, 고령화, 세대간의 갈등 등을 스웨덴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로 꼽았다.


그와의 대화에서 흥미로웠던 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나는 문제(problem), 나쁜 측면(bad side)라는 부정적인 언어로 질문을 했으나 그는 10분 이상의 답변에서 반복적으로, 도전(challenge)라는 긍정적인 언어를 썼다.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도전과제로 보는 시각, 어쩌면 이것도 시각의 차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내 질문에 그는 기다렸다는듯 아주 신나게, 하지만 진지하게 답을 했다. 공식적인 자리도 아니었고, 스탠딩파티에서 불과 두명이 경청하는 자리였음에도 그는 정말로 진지했다. 그리고 쉬운 영어를 썼다. 리스닝에 약한 나지만 그가 하는 말은 어쩐지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내게는 상당히 영감을 주는 자리였다.


이날은 비와 함께 기억될 것 같다.


귀한 자리를 마련해준 브런치팀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아래는 북유럽 여행 후의 기록들.


매거진의 이전글 KOTRA 한젬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