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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Aug 10. 2018

여자들은 왜 이영자의 수영복에 열광할까

이영자가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나타났다. '언니 멋있어요' '자신감이 최고의 아름다움'이라는 선플이 많다. 건강을 생각하신다면 윗배는 빼셔야 된다는 구체적인 충고도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좋은 반응들이다. 나 역시 그 사진을 보며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 하자면, 현실감있는 몸매(?)를 당당하게 드러낸 걸 보니  나도 수영복을 입어도 되겠지 라는 안도감이 든 거다. 대리만족 같기도 하다. 수영할 때 수영복 입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인데 몸을 드러내는 일이 참 조심스럽다. 세상에 완벽한 몸매는 없건만 머릿속의 이상향에 내 몸을 맞추려는 헛된 망상 때문이다. 허벅지 살이 너무 많아서 , 똥배가 나와서, 등살이 너무 많아서, 가슴은 너무 작아서... 그러니 수영복을 입고도 눈치를 보다 위에 이것저것 걸치게 된다.

스웨덴 말뫼의 공원. 수영복을 입고 일광욕 중인 사람들. 


2014년 여름 핀란드에 갔을 때 몹시 신났었다. 아무렇게나 옷을 입고 다녀도 돼서였다. 끈나시에 핫팬츠만 입고 다녀도 아무렇지 않고, 속옷을 안 입어도 괜찮다. 거기 있는 여자들은 다 그렇게 다녔다. 며칠 다니다보니 나도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에서라면 과감하다고 여길만한 옷들도 그곳에선 괜찮았다. 브래지어를 안 하는 건 또 어찌나 좋은지. 내 몸을 옥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몸의 자유로움만큼이나 심적인 해방감도 컸다.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 눈치 보느라 할 수 없었던 일을 한다는 것. 한국에서 노브라로 다니는 건 아직도 조금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노브라로 명동 거리를 걸어본 후기 같은 게 공유된다는 건,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얘기다.) 


덴마크에 갔을 땐 상의를 탈의한 채 미술관 앞 잔디에 누워있는 여자를 봤다. 그 여자는 그것이 정말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는 듯 누워있었고, 나 말고는 아무도 그 여자를 힐끔힐끔 쳐다보지 않았다. 사우나를 좋아하는 핀란드에선 남자사람과 여자사람 친구들끼리 알몸으로 사우나를 한다.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의 차이라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기보다는 '다름'의 영역인 것 같다.


타인을 걱정해준답시고 너무 쉽게 '살을 빼라'거나 반대로 '찌우라'는 조언을 하는 게 싫다.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살이 쪘다면 그 심각성은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며, 그정도라면 주변사람의 충고 한마디로 살을 빼기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다른 주변 문제들이 해결돼야 가능한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너 왜이렇게 살쪘어'는 마음에 비수가 될뿐 실제 살을 빼게 만드는 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만 치료 받을 병원비를 줄 정도로 걱정되는 게  아니라면, 입밖에 내지 않는 게 좋다. 걱정은 사실 핑계고 그냥 한심해보여서 내뱉는 거 아닌가. 그런 의도는 상대에게도 충분히 전달된다. 



3년 전에 썼던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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