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YK May 05. 2022

긍정적 교감은 사람을 남긴다.

퇴사한 후배들이 우리가 된다.

퇴사한 후배들과 연락을 하다 저녁에 식사를 하자는 약속을 했다. 퇴사하면 안 볼 사람도 있지만 퇴사해도 계속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안 볼 사람과 볼 사람의 구분은 간단한 이유에서 시작된다.


 그 친구와 긍정적 감정의 교감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볼 사람과 안 볼 사람이 구분된다.


긍정적 감정 교감이 있었다는 것은 그들과 소통을 했다는 것이고 서로의 에너지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두 명의 후배들과 같이 하는 저녁 자리이다. 나보다는 젊기에 역시 핫한 맛집을 찾아 예약을 한 듯하다. 두 친구는 워낙 편안한 후배들이기에 그들이 선택한 트렌디한 맛집은 어떨까라는 기대를 조금은 했다. 그렇다고 맛을 논할 만큼 맛을 느낄 거라는 기대는 안 했다. 장소 자체가 한남동과 이태원의 근처라서 분위기 좋은 곳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골목길은 언덕지고 좁게 나아있지만 곳곳이 세련된 젊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간판도 작아서 이곳이 약속한 장소가 맞나 헷갈리기까지 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젊은 연인들도 많고 여자 친구들끼리 수다를 떠는 사람들도 많다. 만석이다. 인테리어는 세련되고 음식도 퓨전이다. 오랜 할머니 집의 깊은 맛은 없다. 하나의 음식만을 수십 년 고집해온 집의 장맛은 없다. 하지만 퓨전이기에 그 퓨전을 이해하며 이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후배들이 앞에 있기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두 명의 여자 후배들과 식사하는 날이다. 워낙 두 친구들과 격 없이 회사생활을 했고 같이 근무하는 동안 야단도 치기도 하며 아픈 시간도 같이 보냈다. 둘 다 다른 회사를 다니지만 간혹 연락하며 인연을 끊고 살지 않았다. 오랜만에 봐도 낯설지 않은 후배들이고 대화도 솔직하고 편안한 관계들이다.


그냥 내가 농담을 던져도 어이없는 표정을 지며 웃어줄 수 있는 후배들이기에 이야기를 하는 게 지루하지가 않은 후배들이다.


한 친구는 마케팅 업무를 하며 알게 된 친구이다. 마케팅 업무를 맡게 되면서 조직이 미성숙되었던 시점에 서로 힘겨워하고 답답해하며 서로를 알아갔던 친구이다. 솔직한 친구이고 업무 처리가 빠른 친구였다. 솔직한 편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친구의 솔직함이 나에게는 편안했다. 아닌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수긍할 것은 바로 수긍하는 성격이라 이런 부분이 좋았다. 처음에 마케팅을 맡았을 때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서로 코드를 맞혀가는 시간은 힘들었다. 이 과정을 끝내고 나니 오히려 편안하고 같이 호흡하며 일하는 관계가 되었다. 낯선 마케팅 업무를 한 후 타 부서로 떠날 때는 이 친구와 정이 많이 들었고 후배들이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나보다 멋진 역할을 하며 다른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한 친구는 hr 업무를 하며 추억을 남겼던 친구이다. 이제는 아이 엄마가 되어 있고 탄탄한 회사에서 인사를 총괄하고 있다. 오늘 약속에 변수가 생겨 2살짜리 딸을 데리고 나오는 이벤트를 보여주신 대단한 엄마이시다. 인사에 발령을 받고 아무것도 모르는 인사업무를 할 때 늘 해피바이러스처럼 웃어준 후배이다. 워낙 곧은 친구이고 불의를 보면 숨어 있다가 뒤에서 반드시 그건 불의라고 조용히 외치는 친구이다.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지만 본인의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해피바이러스를 뿌려주는 후배이다. 처음 인사팀에 와서 잘못된 방향인 듯해서 야단을 쳐서 울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우리 둘은 서로의 진정성을 안다. 그리고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렇게 시간과 추억을 쌓아갔던 친구이다. 그래도 오늘 이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두 살 딸을 데리고 핫플에 와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아이의 재롱으로 저녁은 거의 먹지 못하고 엄마 노릇을 하며 이야기를 해 나갔다. 아이가 잠든 후에야 드디어 더 찐한 이야기 꽃이 피었다. 너무 미안해서 빨리 집으로 보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오히려 이 친구가 이 시간을 더 즐기고 있다. 육아의 고단함과 회사생활의 피곤함이 이 시간으로 조금이라도 치유가 되는 듯 짧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은 간절함이 엿보였다. 역시 해피바이러스의 여신이 맞다. 한때는 여의도의 여신이라는 칭호도 받았지만 그것 좀 오버였던 점도 있다. 후광이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정신적으로는 분명 여신이라고 자부한다.


3시간가량을 이야기를 했다. 여전히 이 친구들과의 교감은 편안하다. 사심도 없고 서로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타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같이 일했던 곳에 대한 정보를 나보다도 더 잘 안다. 그만큼 애정이 많아던 곳이었다. 하지만 애정 있는 친구들이 다른 곳으로 가도록 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의 시스템과 문화도 안타까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좋은 후배들과 같이 지금도 일을 하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각자의 길이 있다. 그리고 각자의 선택이 있다. 그 선택들이 나는 너무 좋아 보인다. 자신이 고민했던 것들을 다른 곳에서 풀어가는 모습이 너무 좋다.


이야기하다 보니 결혼이란 주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결혼은 영원한 주제이다. 아이를 키우는 애 엄마로서의 고충이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전혀 나 빠보이지 않는다. 힘듦 속에도 아이들 보며 느끼는 행복감이 묻어 있다. 한 친구는 아직 미혼이다. 미혼도 괜찮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그 친구도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 해도 되지만 해도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개인적 취향이고 개인적 선택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결혼을 하는 방향을 선호한다. 누군가와 같이 지내다 보면 지겹고 너무 지루할 수 있다. 그리고 재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서로가 의지하며 잘 살아가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 그럴 수 있는 확률도 있다. 그래도 난 결혼은 해 봤으면 한다. 결혼 후에 이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난 결혼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평범하게 아이도 낳고 평범함의 작은 기쁨을 누려봤으면 한다. 최종적으로 그 결혼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김유미 online creator 작품


오늘 하루 후배들과의 저녁 시간은 옛 추억을 드러내고 웃으면서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음식점이 나가라고 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선배와 후배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은 즐거움과 배움의 시간이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수록 사람의 소중함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언제 봐도 편안하고 언제 봐도 대화가 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소중하다. 나의 진정성을 이해해주고 그들의 솔직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서로의 교감이 오고 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것이다.


그들의 앞날에 더 좋은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하고 어디서나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나 또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어 그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에 하루하루 나의 색감을 만들어가고 나의 향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까지.....
이전 03화 인성은 당신의 미래일 수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