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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Dec 20. 2022

추운 겨울, 추억이 전하는 우리의 아름다운 이야기

인간의 입장보다 자연의 입장에서 자연스러움을 보다.

추운 겨울은 추억을 남긴다.


 어린 시절 겨울은 매우 추웠다. 지금의 추위보다 더욱 추웠다. 당연히 사람들은 겨울은 춥다고 생각했다. 곳곳이 얼어 미끄러웠고 밖의 바람은 얼굴과 손을 붉게 만들었다. 어머니는 밤낮없이 연탄불이 꺼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만 했다. 늘 밖에 나갈 때는 양발 2켤레, 털모자, 내복은 기본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히터가 실내에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다. 초등학교에는 조개탄이 있었다. 당번은 늘 아침이 되면 조개탄을 가져와 교실 난로에 불을 붙여야 했다. 불이 붙는 동안은 추위에 떨면서 연기를 들여 마셔야 했다.


 날씨가 추워도 늘 밖에서 친구들과 놀았다.


손이 갈라지고 귀는 동상에 걸려 따뜻한 곳에 들어가게 되면 가렵기까지 했다. 밖에는 스케이트장이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얼음이 언 논은 썰매 타는 최적의 장소였다. 옆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짚과 장작에 불을 피우고 젖은 양말과 장갑을 말렸다. 젖은 양말에서 김이 오르고 한참을 말리다가 태우기까지 했다. 눈이 오는 날이면 직접 보일러 파이프로 만든 썰매를 끌고 동네 경사진 도로를 타고 내려가며 스릴을 즐겼다. 추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https://brunch.co.kr/@woodyk/346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한숨을 쉬셨다. 감당하기 어려운 빨랫감을 가져왔기에 절로 한숨이 나온 것이다.


세탁기가 없어 모든 게 손빨래였다. 차가운 물로 손이 얼어가는 것도 모르고 자식을 위해 빨래를 하셨다. 형제들은 내복만 입고 어머니가 갈아주신 연탄불 덕에 따끈한 방에 이불을 덮고 TV를 보며 군고구마 껍질을 까고 있었다. 따끈한 방의 기운이 몸을 녹일 때 스르르 잠에 빠졌다. 노곤했던 몸이 기지개를 켜면 어머니는 따뜻한 청국장을 끓여 방에 상을 차려주셨다. 청국장 냄새는 온 집안을 들썩이지만 냄새가 더 날수록 배고팠던 식욕을 강하게 자극했다. 고봉밥 한 그릇으로는 부족하다. 어머니는 땅에 묻어두었던 김장김치 한 포기를 항아리에서 직접 꺼내신다. 그리고 배추 머리만 자르고 큰 대접에 넣어 상에 올려놓으신다. 자르지 않은 배추김치를 손으로 잡고 그냥 입으로 넣는다.  추가 한 그릇의 흰쌀이 후딱 없어진다. 땅에서 올라온 배추의 싱싱함과 아삭함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도록 그 시간을 지배한다.



겨울 하루가 지나고 밤이 오면  9시 뉴스에서 일기예보를 해 준다.


내일도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기운이 한강을 얼게 하고 주변 공기를 얼게 한다고 기상캐스터 아저씨가 전달한다. 밖에는 추위도 잊은 채 밤의 배고픔을 달래줄 찹쌀떡 아저씨의 음성이 들린다. "찹쌀떡 메밀묵~~" 어린 시절 겨울은 그렇게 추웠다. 겨울이 추운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추운 겨울일수록 고생의 강도가 더 심하셨던 분은 어머니셨다.


우리는 노는데 바빴지만 늘 집안일들 하냐고 바쁘셨다. 추운 부엌에서 추운 빨래터에서 그냥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신이 추워도 버티시고 견디셨다. 본인의 손이 얼고 귀가 얼어도 자식의 손과 귀를 먼저 걱정하시고 계셨다. 추운 겨울의 추억이 어머니의 추억으로 전환된다.



옛 시절 겨울의 추위가 소중한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정성이 지금도 내 몸에 흐르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woodyk/356





겨울은 추운 것이 당연하다. 인간은 편하고 싶어 하고 불편함을 싫어한다. 겨울은 추워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건물에 난방시설이 설치되고 실내에 있으면 추위를 느낄 시간이 짧아졌다. 인간의 몸이 난방시설에 익숙해질수록 조금만 추워도 체감온도가 더 낮아진다. 겨울 기온이 조금 내려가도 춥다고 아우성이다. 이것도 인간의 욕심이다. 겨울은 원래 추워야 한다. 자연은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추위를 가져오는 것이다.


 온난화로 언제부턴가 추위가 추위가 아니다. 겨울이지만 벌레들이 잠을 못 자고 밖으로 나올 정도로 온화해졌다.


 자연은 추울 때 추워야 자연의 생명들이 정상적 리듬을 갖게 된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것이 정상이다. 단지 인간의 관점에서 겨울이 춥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참고 인내하고 견디는 것을 주저한다. 주변의 편안함이 사람들의 불편함과 어려움에서 견디는 근성과 지구력을 빼앗어갔다. 추위도 더위도 그리고 고난도 스스로가 버티고 견디는 훈련이 되어야 이 세상의 어려움도 견딜 수 있는데 너무 빨리 포기하고 따뜻한 자리들만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끈기도 없고 스스로를 나약한 존재로 방치까지 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너무 편안함에 빠지면 그 달콤함 속에서 적응하고 어려움이 닥칠 때도 어려움이 다가와도 헤쳐나갈 용기와 근성이 약해진다. 겨울은 추운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추위가 오면 추위를 인정하고 스스로가 추위를 수용하고 견딜 수 있도록 단련해야 한다. 냉수마찰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추위에 노출시켜 추위를 극복하는 것이다. 순간의 추위를 극복하지 못하면 절대로 할 수 없지만 견디고 버티는 힘에 익숙해지면 스스로가 강해진다. 우리 스스로가 추위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도 달라진다.


인생의 추위는 언제라도 우리 곁에 다가온다.


추위는 우리가 견디고 버티는 것이다. 추운 겨울을 회피하고 싶어도 추운 겨울은 제때 돌아온다. 회피하지 말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추위가 있다면 미리 내복을 입고 버티고 견딜 수 있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



겨울은 추운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연은 자연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연의 순리를 인정하자.  삶이 자연스럽다는 것은 자연을 인정하고 껍질을 벗고 본질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삶만큼 멋있는 게 있을까 생각해 본다. 겨울은 추운 것이 자연스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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