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부터 자부심으로 가득찬 삶을 살기로 했다.

by Sunday

대학원 가기, 서른다섯 살까지 경매, 공매, 주식 등 투자로 10억 벌기, 3년 안에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


부끄럽지만 다이어리에 적히고, 책상 앞 포스트잇에 적힌 목표들이었다. ‘10년 안에 10억 모으기’라는 슬로건처럼 ‘몇 살 안에 목표 이루기’가 내 삶의 목적이자 이유였다. 20대 시절에도 ‘30살 안에 해야 될 것들’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달려왔다. 목표를 이룬 것도 있지만, 이루지 못한 것들도 많다. 삶은 뜻대로 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미래, 꿈, 목표’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목표가 없으면 잘 못 사는 줄 알았고, 꿈이 없으면 멋없는 놈이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는 항상 나에게 꿈과 목표, 계획의 중요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해주셨기 때문이다.


시속 100km로 달리나 130km로 달리나 결국에 서울에서 대구까지는 4시간 남짓 걸린다. 레이서를 빙의해서 달렸다고 생각했지만 당겨진 시간은 십여분 남짓이다. 무엇을 위해서 그리 열심히 달렸나 싶기도 하다. 덕분에 20대를 열심히 살았지만, 돌이켜서 생각해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을 연습하지 못한 것이다. 어차피 삼십 대가 되어도 이십 대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누가 알려줬더라면 조금은 천천히, 스스로를 아껴주며 살았을 것이다.


특히나 쫓기듯 살아왔기에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날이 많이 없었다. 항상 미래를 꿈꾸며 살아왔다. 행복한 미래, 이상적인 나의 모습만 생각하니, 이따금씩 지금 내 모습이 싫어졌다.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뭔가 타고났거나 나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다시 말해, 자부심이라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책은 도끼다를 쓴 김웅현 작가님의 ‘여덟 단어’에는 호떡집 사장님 이야기가 나온다.

“찬바람이 불면 호떡집의 사장님이 생각납니다. 호떡 사장님 표정은 언제나 예외 없이 정말 좋았습니다. 자기 일을 정말 좋아서 열심히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서 오세요’라는 이 첫마디부터 활기가 넘쳤죠. 손님이 많든 적든 늘 한결같이 표정이 좋았죠. 그 사장님은 자기 일에 만족하는 게 보였습니다. 나, 지금 나의 위치, 내가 하고 있는 일, 여기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표정이 다른데 그 사장님 표정이 딱 그랬습니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풀빵을 구워도 행복하고, 자존이 없는 사람은 백억을 벌어도 불행합니다”


행복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넓은 집이 생기면, 좋은 차가 생기면, 취직을 하면, 자격증을 따게 되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다. 그 만족감은 채 한 달이 가지 않았다. 물론 잔잔한 만족감을 가끔씩 주기도 하지만 그것들 덕분에 하루 온종일 행복하지는 않다.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삶의 만족감을 불러일으키는 ‘자부심’이라는 것은 지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호떡을 굽는 사람도 백억을 버는 회장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자부심이다. 꼭 뭔가가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자부심을 느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최소한 나는 앞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다니는 직장도 충분히 자랑스럽다고 생각된다. 비록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밥벌이라 할지라도 자부심을 느낀다. 조금이라도 사회에 기여하게 되고, 덕분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맛난 음식을 살 수 있다.


꼭 직장이 아니더라도 내가 쓰고 있는 글, 내가 그린 그림을 누군가 보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거나, 공감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쁘고, 가슴 벅차다. 자부심을 느낀다. 나는 오늘부터 자부심을 느끼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keyword